합성생물학 기반 연구 KAIST 박희성 교수
단백질 합성기술로 섬유 합성에 도전한다

'자원고갈·환경오염'은 그 어떤 경제적, 정치적 이슈보다 중요한 21세기의 화두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소모하면서 바이오디젤·바이오에탄올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Biomass)'가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바이오매스는 녹조류부터 사탕수수, 목재와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풍부한 재료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실제 미국과 멕시코에서는 사탕수수와 옥수수와 같은 식물자원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자동차 연료의 15% 가량을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했으며, 지구촌 한쪽은 아직도 기아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이기에 식량의 자원화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그렇다면 사람이 먹지 않고 동물의 사료로도 쓰지 않는 옥수수 잎과 줄기 같은 부산물, 또 갈대와 같이 빨리 자라는 나무들, 또는 가을에 버려지는 낙엽들을 모아서 에탄올로 전환하면 안될까? 가능하지만 아직까지는 처리과정의 경제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오염물질 배출도 많아 득보다 실이 많은 실정이다. 

바이오매스는 원료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대응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박희성 KAIST 화학과 교수의 분자합성생물학연구실에서는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생물회로설계 및 프로그래밍을 통한 고효율 바이오매스 전환균주'를 개발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장기 R&D 사업인 '탄소순환형 차세대 바이오매스 생산·전환기술' 연구단의 지원으로 나무 소재의 연료화를 돕는 '합성셀룰레이즈'를 개발 중이다. 

바이오매스 분야의 많은 연구자들이 발효공정 최적화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는 연구를 진행한다면 박 교수는 재료의 전처리 과정의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 바이오매스 재료 준비도 속도전…친환경 효소를 찾아라

"옥수수나 목재 같은 재료를 에너지로 활용하려면 먼저 열분해, 추출 등의 방법으로 각 성분을 분리하고 섬유소를 단당류로 바꿔야 합니다. 이후 분리, 추출, 발효 등의 생물화학적 전환반응을 통해 에탄올과 같은 원료를 뽑아내죠."

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사탕수수나 옥수수에 많이 함유된 전분은 단당류인 포도당으로 바뀐 뒤 효모와 결합해 비교적 쉽게 에탄올이 된다. 쌀의 전분이 발효해 막걸리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반면 나무는 셀룰로오스(섬유소)라는 딱딱한 고밀도 구조이기 때문에 갈아도 액체가 아닌 톱밥과 같은 형태가 되기 때문에 이를 바로 에탄올로 발효하기가 어렵다. 

나무를 발효하려면 화학반응을 이용해 섬유소를 풀어줘야 한다. 배나 키위 같은 과일로 고기를 재우면 과일 속 효소가 촉매작용을 하며 단백질을 분해하고 섬유질을 부드럽게 하는 원리다. 하지만 지금의 강산, 고온의 환경을 이용한 방법으로는 비용과 시간도이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환경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준다. 

과학자들은 풀을 주식으로 생활하는 소를 관찰한 결과 소의 위에는 섬유소 분해효소인 '셀룰레이지'를 분비하는 미생물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 미생물을 찾는데 열중했다. 현재 발견된 것 중에는 곰팡이의 일종인 '트리코도마'가 셀룰레이지를 가장 세게 분비하지만 아직 경제성 등을 갖추지 못해 톱밥의 섬유소 분해는 여전히 강산과 고온의 환경에서 처리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섬유소 분해효소를 바이오매스 상용화를 위해 인공적으로 설계하고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인산화 단백질 생산 기술로 섬유소 분해효소 만든다"

사실 박 교수는 화학자이기 이전에 인체의 세포내 신호전달체계를 재설계하여 세균으로부터 맞춤형 인산화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단백질공학연구자다. 

박 교수는 20개가 아닌 21개의 아미노산을 이용해 합성단백질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관련 연구성과는 사이언스誌 2011년 8월호에 게재하며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맞춤형 인산화 단백질 생합성을 위한 합성세포 제조 과정. ⓒ2012 HelloDD.com

"단백질은 20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세포를 공장으로 비유하면 20가지 아미노산을 재료로 자동조립 공정처럼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때 21번째 비천연아미노산을 넣으면 로봇팔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죠. 21번째 비천연아미노산을 집고 위치를 조절하는 팔을 만들고 합성단백질의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박 교수는 21번째 아미노산에 인산을 집어넣었다. 단백질 인산화는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변형의 일종으로, 세포내 신호전달과 그 결과 발생하는 세포의 생장·분열·사멸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산화 과정에서 인산화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세포의 정상적인 신호전달이 손상되고 세포의 무한 분열을 초래하여, 암을 포함한 각종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지금까지 단백질의 인산화 과정을 조절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질병 원인 규명 연구와 신약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인산화단백질의 합성을 통해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백질 합성기술을 고성능 섬유 분해 효소의 합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합성고분자와 결합된 고효율 섬유 분해 효소를 개발하고 이용하면 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섬유소를 처리할 전망입니다."

박 교수의 1차 목표는 나무의 섬유소를 효과적으로 발효하기 위해 기존에 발견되지 않은 효소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과학자로서 박 교수의 꿈은 산업체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식물에서 연료를 생산하고 나아가 플라스틱과 같은 제품 생산까지 대체할 수 있는데 일조한다면 과학자로서 더 큰 자긍심은 없을 것이다. 

그의 꿈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국민들도 주유소에서 에탄올을 연료로 선택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박희성 교수의 분자합성생물학연구실. 사제지간이 함께하는 실험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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