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종원의 IT 컨버전스]

컨버전스(Convergence, 융합)는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물리학에서는 광선의 다발이나 전류, 유체 등이 한 점에 모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수학에서는 변수(變數)가 일정한 값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것을 말한다.

그 반대로 무한급수나 함수의 값 따위가 극한값을 가지지 않고 양 또는 음의 무한대가 되거나 부정(不定)으로 되는 것을 다이버전스(Divergence, 발산)라고 한다. 이렇듯 컨버전스는 사전적으로 수렴현상 혹은 녹아서 하나로 합쳐진다(融合)는 것이다.

컨버전스 기술은 독립적으로 개발·활용되어온 여러 가지 기술들이 하나로 합해져 새로운 기술로 만들어져 새로이 등장하는 기술이다. 그러면 IT 컨버전스는 무엇인가? 지식경제부는 IT 컨버전스를 IT의 탑지, 네트워크, 컴퓨팅, 작동(Sensing, Networking, Computing, Actuating 기술)이 부품 또는 모듈로서 내재화 및 지능화되어 타산업의 생산 공정의 효율성 또는 제품, 서비스의 부가가치와 편익(benefit)을 창출하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IT를 제품 및 서비스에 구현될 기능 및 속성으로 보고 IT의 강점인 지능성, 내재성, 이동성, 연결성, 실시간성, 통합성 등을 전통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융합해 새로운 산업이나 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에 디지털 컨버전스는 컴퓨터, 통신, 콘텐츠 등을 포함하는 IT 산업내의 융합임에 반하여 IT 컨버전스는 IT와 타 산 업간의 융합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IT 컨버전스는 IT 산업 내에서 네트워크, 기기, 미디어 등 수렴하는 디지털 컨버전스를 거쳐 IT+자동차, IT+우주, IT+의료, IT+ 건설, IT+관광, IT+교육, IT+기상 등과 같은 산업 혹은 제품 및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등에 적용되어 발전되고 있다. IT 컨버전스의 예는 스마트 자동차를 꼽을 수 있다. 스마트 자동차는 전통산업의 산물인 자동차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센서, 텔리메틱스 등의 기술을 융합한 것이다. 근래에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관심이 모아지는 크루즈 선박도 IT기반, 조선, 건축, 호텔, 관광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것이다.

이렇듯 IT 컨버전스 기술은 종래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첨단 신기술일수도 있고, 기존 기술에 활용되어온 기술을 새로운 방식에 적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변형된 기술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IT 컨버전스 기술은 상상의 세계를 언제든 현실로 구현 가능한 기술'이라 생각한다.

다만 IT(정보통신기술), BT(생명기술), NT(나노기술), CT(문화기술), ST(우주기술), ET(환경기술) 등에 기반을 둔 기술들이 융합의 범위를 넓이고 기술 수준을 고도화함에 따라 우리들이 상상했던 미래기술들이 현실세계로 구현될 것이다. 우리의 꿈을 현실로 구현해주는 IT 컨버전스 기술의 발전에는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미국 테크캐스트(Techcast)는 우주기술이 고도화되어 2029년에는 달기지가 건설되고 음속의 5배 이상의 극초음속항공기가 개발되어 2030년에는 뉴욕에서 서울까지 3시간 이내에 여행이 가능하며, 2038년에는 수소, 중수소, 3중수소 등의 원자핵 융합 발전이 가능해지고 인간의 평균 수명이 100세가 될 것 이라 예측하고 있다.

21세기 IT 컨버전스 시대에는 개별기업 혹은 서비스 간 경쟁 보다는 기업이 역동적으로 개발․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 간의 경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견된다. 애플의 아이폰(i-phone)과 국내업체의 스마트폰(smart phone)은 단순한 제품으로 비교하기 보다는 양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플은 21세기 기업의 가장 중요한 역량인 기술력, 혁신성, 창의력을 갖춘 기업으로, 부품 조달부터 조립 등의 제조 과정을 타 기업에 아웃소싱하고 제품개발기획, 제품설계, 제품판매, 고객 서비스 등을 전담하는 상생의 모델을 가지고 융합경영을 주도하고 함으로써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다.

IT 컨버전스 시대에는 통신, 자동차, 조선 등과 같은 전통기업이 유지해온 일체성 및 여타 산업과의 경계가 무너지는 점을 감안할 때, 첫째, 정부는 핵심역량을 갖춘 기업 육성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둘째,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산업체는 고부가가치 융합비지니스모델 및 IT기반 관련 컨버전스 기술을 개발하여야 한다. 셋째, 대학은 융합비지니스 전문가 및 IT기반 관련 컨버전스 기술개발 관련 융합형 인재양성에 전념하여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융합요소 즉, 자금, 고급인력, 시간 등이 부족한 우리는 시장 및 고객이 필요로 하는 IT 컨버전스 기술을 선택하여 집중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은종원 교수
은종원 교수는 유타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취득 후 NASA 마샬 스페이스 플라이트 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20여 년간 책임연구원으로, 한국과학재단 국책사업단 우주단장으로 재직했습니다. 2009년 9월부터 남서울대학교 정보통신과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은 교수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월드 DMB포럼' 부회장으로 지상파 DMB 확산에 기여했으며, 최근에는 오피니언리더그룹에서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은 교수는 '은종원의 IT 컨버전스'를 통해 IT에 기반한 다양한 융합기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정보화 사회에서 융합사회로의 전환됨에 따라 전반적인 변화의 필요성과 문화와 과학의 융합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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