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벤처 세계최초 개발…기업간 진흙탕 싸움에 권리 물거품
해외특허 미 기업 인수…3조이익 날리고 거꾸로 특허료 지불

한국 벤처기업이 MP3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기업간 분쟁에 휘말려 국내특허가 소멸됐다.

해외에 등록한 특허는 한국산 IT·모바일 기술을 노리는 미국의 특허괴물이 모두 사들였다. 이렇게 날린 수익이 3조원에 달하고 이제는 거꾸로 국내 기업들이 미국기업에 특허권료(로열티)를 지불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례가 밝혀졌다.
 

▲디지털캐스트의
'엠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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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가 발표한 '지식재산분쟁에 따른 우수기술의 사업화 실패사례 분석 연구'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는 1997년 세계최초로 MP3 플레이어인 '엠피맨'을 개발했다. 그러나 사업화 과정에서 국내기업들의 유사제품 출시와 특허무효 소송으로 국내특허는 결국 소멸됐다.

한편 미국, 유럽, 중국 등에 등록된 해외특허는 권리가 존속됐으나 미국 특허괴물인 Texas MP3 Technologies사가 모두 사들인 후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해 지금은 오히려 국내기업들이 당사자간 합의로 라이센스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MP3 플레이어는 애플의 아이팟(iPod), 스마트폰과 같이 디지털 파일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오디오 플레이어를 말한다.

'특허괴물' 또는 특허전문관리회사(NPE·Non-practicing entri)'는 실제로 제품을 제조·판매하지 않으면서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특허권 등 지식재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로열티 수입을 올리고 또 특허권을 침해한 기업에 소송을 제기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가리킨다.

지재위가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GMID의 데이터를 근거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MP3 기술 적용기기인 MP3플레이어·PMP·스마트폰의 한·미·중·일·EU 등 주요국가 판매량이 최소 13억대 이상이었으며 대당 기술료율을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자신의 MP3 압축기술 원천특허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기술료율인 2달러로 계산할 경우 해당 기간 동안 약 3조 1500억원(미화 27억달러)의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박성준 지식재산진흥관은 이번 MP3플레이어 사례에 대해 "우리나라의 지재권 생태계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하면서 "국내 특허의 높은 무효율과 낮은 손해배상액으로 인해 국내 경쟁업체들이 특허침해에 대한 부담이 낮아 쉽게 시장진입을 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 참여한 박성필 KAIST 지식재산대학원 교수는 "특허무효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는 우수 심사인력 확충 등 양적 질적 강화뿐만 아니라 특허 요건의 하나인 '해당기술의 진보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기준이 정립되어야 할 것"이라며 "손해배상의 현실화를 위해 법원이 적극적으로 판결례를 축적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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