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정 2배 처리능력 '플라즈마 클리닝시스템'으로 글로벌 도전장
'인성과 기술정진' 강조 윤통섭 대표…'7월 이달의 기능한국인' 선정

대전시 유성구 탑립동에 위치한 비전세미콘(대표 윤통섭)은 2001년 3월 반도체장비 제조 및 수리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회사다. 50여 명의 직원이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플라즈마 클리닝 시스템, 큐어 오븐 등을 제조하는 기술력으로 LG이노텍, 하이닉스, 엠코 등과 함께 스태츠칩팩 상해, 엠코 이와테 등 국내외 기업과 거래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윤통섭 대표는 한 우물만 파는 마음가짐으로 지난 30년간 반도체 제조 장비 생산의 외길을 걸어왔다. 그는 "성공은 기술을 가진 자만이 쟁취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기술개발에 임해왔다고 말한다.

윤 대표는 충남 벌곡에서 10남매 중 아홉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을 조사를 하면 대통령, 장관, 장군을 이야기하던 친구들과 달리, 윤 대표는 과학자를 꿈꾸곤 했다. 그는 "작은 외가가 형편이 좋아 중학교 1학년 때 소년소녀 전집을 물려주었다. 비록 시기는 늦었지만 그 전집을 몇 번이고 읽으며 과학과 기술에 관한 상상력을 키운 게 훗날 제품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살던 시골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것만으로도 큰일이었다. 윤 대표도 서둘러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계룡공고 전자과로 진학해 전자기술을 익혔다. 
 

▲유성구 테크노밸리에 자리잡고 있는 비전세미콘 전경. 오른쪽은 윤통섭 비전
세미콘 대표. 
ⓒ2012 HelloDD.com

전자는 당시 선호되는 분야 중 하나였다. 그에게 기술을 가르쳐준 김학연 선생은 기능경기대회 선수 출신이었고 늘 "기능인들은 도공(陶工)처럼 철학이 있어야하고, 집념을 가지고 기본에 충실한 기능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이런 은사의 가르침을 늘 마음에 간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윤 대표는 1983년 천안에 위치한 선경화학에 입사했다. 그가 맡은 업무는 비디오테이프 불량도 검사. 당시 비디오테이프 제작은 활황기였고, 공장의 규모도 매우 컸다. 그러나 배울 수 있는 폭은 좁아서 기능인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좀 더 첨단사업으로 옮겨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 윤 대표는 반 년 남짓 만에 반도체 전문업체인 아남산업으로 이직했다. 비록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규모는 작지만 미래가치는 훨씬 크다는 게 당시 윤 대표의 판단이었다. 

당시는 우리나라에 반도체 제조 자동장비가 막 도입되던 시기였고 관련 장비와 핵심부품을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핵심부품 중 서브모터가 반년을 못 버티고 고장이 나기 일쑤였다. 이에 회사는 윤 대표에게 이것을 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약 1년여에 걸친 실험과 연구로 서브모터의 수리공정을 완성해냈다. 이를 계기로 회사는 1985년 연 1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공고 출신의 윤 대표가 회사의 핵심 기술인력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두말할나위가 없는 사실이다.

◆ 테스트 샘플을 집어던진 바이어의 한마디 "엑설런트!"…그날로 5대 수출
 

▲비전세미콘이 생산하는 반도체 장비 중 하나인 '큐어 오븐' 제작 현장.  ⓒ2012 HelloDD.com

윤 대표는 다니던 회사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자신의 권유로 전자사업을 시작한 동생의 사업마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직접 최고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만들어보겠다는 결심으로 2003년 비전세미콘의 대표이사로 취임, 제2의 도전에 나선다. 

윤 대표는 신제품 개발에 매진한 결과, 2003년 버티컬 매거진을 적용한 플라즈마 클리닝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획득해 2004년 이를 상용화하였다. 이후 비전세미콘(주)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이노텍 등 다수의 국내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수많은 해외의 기업들에 제품을 수출하게 됐다. 

2005년 중국의 스태츠칩팩 상해에 처음 플라즈마 클리닝 시스템을 납품할 때는 미국 제품보다 스펙이 낮을 거라는 인식 때문에 윤 대표가 해당 장비를 직접 가져가 시연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결국 총 4차에 걸친 엄정한 테스트 후 수출이 성사됐고 비전세미콘은 안정적인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윤 대표는 당시의 에피소드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미국 장비가 세계시장의 80%를 점유하던 시절이다. 신제품 판매를 위해 스태츠칩팩사와 스펙미팅을 했는데 기존 장비의 두 배가 되는 16매거진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고 하자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서 직접 기기를 들고 가서 테스트를 받기로 했다. 1~3차 테스트에 모두 성공했는데 기술총괄매니저가 갑자기 화를 내며 4차 필업 테스트를 직접 하겠다고 나섰다. 필업 테스트에서는 필름이 서로 단단히 붙어있는지를 시험하는 것이 관건인데 매니저가 필름을 붙잡고 아무리 떨어뜨리려 해도 떨어지지 않자 갑자기 테이블에 이걸 집어던지더니 딱 한마디만 했다. '엑설런트!' 그날 즉시 우리는 장비 다섯 대를 수출할 수 있었다."
 

▲직원들과 장비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윤대표. 오른쪽은 김동현 제조팀 대리가
비전세미콘의 대표제품인 멀티 플라즈마 클리닝 시스템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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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세미콘은 2005년 10월 벤처기업으로 등록됐고, 2006년 1월에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기술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대중소 협력재단 구매조건부 개발사업'에 참여해 2009년 다이렉트 플라즈마 클리닝 시스템을 개발하며 국내 유수의 반도체 제조기업들과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또 반도체 패킹 무인화 시스템의 완전 구현을 목표로 세계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30년을 한결같이 반도체 제조장비 제작에 힘써온 윤 대표가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믿음을 기반으로 한 소통'이다. 윤 대표는 리더로서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며 믿음을 주고, 또 판매자로서는 고객에게 제품으로 믿음을 주는 것만이 서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비전세미콘에서 제작되고 있는 다양한 라인업의 플라즈마 클리닝 시스템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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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반도체 제조 장비는 관리자나 엔지니어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된다. 그러나 우리는 24시간 기계를 직접 사용하는 작업자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관리자는 외형이 깔끔한 장비를, 엔지니어는 기술성이 높은 장비를 선호하는 반면 작업자는 신뢰도가 높고 사용이 편리한 장비를 선호한다. 우리의 1등 고객은 그 누구보다도 실제 작업자라 할 수 있다."

비전세미콘의 사훈은 '인간을 존중하는 정신,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정신, 전사원이 세계에서 1인자가 되는 정신'을 사훈으로 오늘도 후손에게 존경받는 기업을 목표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윤 대표. 그는 지난 10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하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윤 대표는 "인생에 있어서 기회는 큰 파도처럼 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물결 속에 포함되어 오는 것"이라며 "자신도 타인도 그것이 기회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오직 준비된 사람만이 그것을 판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준비란 '인성과 정진의 조화'라고 말하는 윤 대표. 반도체 제조 장비에 쏟아온 그의 30년 세월이 제2, 제3의 젊은 기술리더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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