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영 펠로우·COE 프로 신설…세계적 수준 연구 집중투자
이창준·김재훈·김광명·손지원·장준연·김형준 박사 연구 주목

KIST 신진연구자들이 '억' 소리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돼 화제다. KIST는 연구자 개인에게 매년 3억씩, 연구그룹에게는 매년 5억씩 총 3년을 지원한다.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업적을 살펴보면 대부분 30대 때 연구했던 결과물에서 받게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우수 신진연구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지만 쟁쟁한 선배 과학자가 아닌 신진 연구자들에게 집중 지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문길주)는 KIST 영 펠로우(Young Fellow)와 COE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와 연구그룹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신진 연구자와 유망 연구그룹에 파격적인 연구비를 지원할 예정으로 영 펠로우에게는 3년간 총 9억이, COE에는 3년간 총 15억이 투자된다. 

영 펠로우로 선정에는 ▲이창준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박사 ▲김재훈 청정에너지연구센터 박사 ▲김광명 테라그노시스연구단 박사 ▲손지원 고온에너지재료연구센터 박사가 선정됐으며, COE 프로그램에는 ▲저차원 스핀제어 연구그룹(연구책임자 스핀융합연구센터 장준연 박사) ▲저온 수전해 연구그룹(연구책임자 연료전지연구센터 김형준 박사)이 이름을 올렸다. 

◆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뇌를 정복한다'

"지금까지 뇌의 기억과 생각 등 중추적인 역할은 '뉴런(신경세포)'이 하고, 이에 대한 서포트를 글리아(비신경세포)가 한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글리아도 '학습', '인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글리아를 연구한다면 각종 뇌질환의 원인규명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이 꿈이었다는 이창준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박사는 '뇌'이야기를 하면서 두 눈이 반짝였다. KIST 영 펠로우(Young Fellow)에 선정되면서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연구분야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자신감이 그를 설레게 한다.

우리 몸의 뇌 등 중추신경계는 크게 뉴런과 글리아로 구분되는데, 뉴런은 중추신경계의 약 10%를, 글리아는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뉴런은 '학습'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세포로 뇌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에게 오랫동안 연구의 대상이 됐다. 

이창준 박사는 "인간은 오랫동안 뇌를 연구했으나 뇌 질환에 대한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아직까지 원인을 모르는 이유 중 하나가 뉴런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뉴런이 잘못돼서 병에 걸린다는 이론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구방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이미 다양한 연구결과에서 증명이 된 사실이기도 하다. 2009년 과학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학습을 더 많이 한 뇌일수록 글리아가 분포하는 세포의 양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창준 박사팀 역시 지난 2010년 동물실험과 스스로 고안한 전기생리학적 실험 등을 통해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지속성 가바'가 소뇌의 비신경세포인 버그만글리아세포에서 분비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 신경세포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세포 안의 '소포'라는 구조에 의해 전달되는 데 비해 이 '지속성 가바'는 음이온 채널인 '베스트로핀'을 통해 분비된다는 사실도 밝혀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40편 이상의 SCI급 논문, 13건 이상 국내외 특허출원 및 등록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발표 했다.

이 박사는 "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질병을 재해석해 원인을 규명해야한다"며 "이번 연구가 성공한다면 신경세포 중심 뇌연구에서 비신경세포로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우리나라가 다양한 뇌질환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차세대 반도체 기술 BT·IT·NT로 해결 

COE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핀융합연구센터'는 전자의 스핀을 제어해 기존의 반도체 전자소자가 가지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설립됐다. 

COE프로그램 책임자 장준연 박사는 "기존 반도체 소자는 전자의 전하 (charge)를 조절해 원하는 결과를 얻고 있는데 우리는 전자가 갖는 또 하나의 양자역학적 물리량인 전자의 회전 방향(스핀)을 제어해 새로운 전자소자를 개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자의 스핀방향을 조절하는 신개념 전자소자 기술을 '스핀트로닉스'라고 한다. 스핀 방향을 위와 아래로, 즉 업스핀 전자와 다운스핀 전자로 구분해 스핀의 방향을 제어함으로써 각종 정보를 저장 또는 처리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현재의 메모리반도체인 D램에 비해 고용량, 비휘발성 메모리소자를 개발할 수 있고, 정보처리와 정보저장을 하나의 소자에서 동시에 할 수 있어 미래 정보기술혁명을 실현시킬 수 있는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장준연 박사는 "스핀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기적인 힘을 가해야 하는데 우리는 전기적인 힘을 가해 스핀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것이 핵심적인 내용으로 이로부터 새로운 전자소자에 스핀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오른손(전자의 전하)만 쓰던 사람을 양손잡이 (전하+스핀)로 만드는 효과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스핀융합연구센터는 신진연구원 3명을 중심으로 COE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이 연구원들은 전혀 스핀트로닉스와 관계 없는 분야를 전공했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우리가 전자의 챠지 대신 스핀을 하겠다는 것은 컨셉을 바꾸는 것"이라며 "기존 반도체 하면 떠올랐던 재료인 실리콘대신 최근 각광받는 그래핀을 활용해보거나, 혹은 바이러스를 활용해 소자를 만들어 스핀이라는 개념을 집어넣어 실험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핀융합센터는 지난 10여년간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Nature, Science등 슈퍼저널 3편, SCI 논문 268편, 특허 127건을 출원했다. 특히 지난 20여년간 이론으로만 제시돼온 스핀트랜지스터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학계는 물론 산업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스핀융합연구센터 구성원들 모습. ⓒ2012 HelloDD.com

◆ 손지원 박사 "초박막-나노 구조를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 연다"

영 펠로우에 선정된 손지원 박사는 앞으로 '초박막·나노기술 기반 고온작동 세라믹 전기화학 멤브레인 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다.

"제 연구 이름이 좀 어렵죠? 멤브레인이란 얇은 막이라는 뜻으로, 멤브레인 중 물질을 통과시키면서 에너지를 발생하는 소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멤브레인 소자 중 연료를 넣어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가 연료전지입니다." 

손 박사는 초박막·나노 기술을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하는 연구로 더 다양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멤브레인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초박막·나노 소재와 고온 작동환경의 상충 때문에 입사 후 상당기간 연구 결과가 나오기 어려웠고, 그래서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전히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적인 실험이라 결과 도출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이제 본인의 연구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단계인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손 박사 "본인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 김광명 박사,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연구' 도전한다

"같은 질병의 환자를 치료하더라도 후천적, 유전적 특성에 따라 질병 발현 정도와 약물치료 효과, 부작용 등이 환자별로 다릅니다. 저희는 미래의 진단, 치료기술 개발을 위해 개인의 후성유전체를 영상해 질병을 낫게 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KIST 영펠로우에 선정된 김광명 박사는 '후성유전체 (Epigenomics) 영상기술 개발'을 할 예정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진단 치료기술은 개인 유전체학에 기반한 질병 표적 물질의 영상과 치료로 이뤄져 같은 유전적 정보를 가진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를 하더라도 개인의 후천적, 유전적 특징에 따라 질병 발현정도와 약물 치료 효과, 부작용 등이 환자 별로 매우 달랐다.

김 박사는 개인의 후성유전체 영상기술 개발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새로운 질병 진단 치료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이 연구는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예상치 못한 연구결과가 예상된다. 이러한 점이 나를 항상 연구에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며 "다양한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 '차세대 에너지저장물질 제조 기술' 주도한다

"20세기 인류는 화석원료에 기초한 사회를 구축함으로써 많은 발전과 편안함을 추구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화석연료 과다 사용으로 인해 지구온난화, 화석연료 고갈, 환경문제 등이 발생함으로써 인류뿐 아니라 지구환경 전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청정기술을 이용한 신에너지공정 개발 및 신에너지물질 개발이 화두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KIST 초임계유체연구실에서는 21세기 에너지 및 환경 분야에 당면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초임계유체를 기반으로 하는 신에너지공정 및 신에너지물질 개발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 'Zero crude oil in Korea'를 실현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영 펠로우에 선정된 김재훈 박사는 "산업계의 요구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미래 발전 비전에 맞추어 초임계유체기반 녹색화학공정을 이용하여 국가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파급효과 및 연구활용도가 매우 뛰어난 연구를 수행하겠다"라고 말했다. KIST 초임계유체연구실에서는 1980년대부터 초임계유체를 이용한 식품추출공정, 난분해성물질 분해공정, 금속산화물 나노입자 제조공정, 약물나노입자 제조공정, 고분자 나노입자 제조공정, 초임계유체내 반응공정 등 초임계유체공정의 전반적인 연구를 수행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에너지 및 환경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이차전지, 태양전지, 바이오에너지 및 바이오매스 전환기술과 접목하여 기존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친환경, 저에너지소비 및 고효율 에너지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에너지소재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KIST 초임계유체연구실에서는 지난 5여년간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SCI 논문 55편, 대한민국 특허 등록 12건, 대한민국 특허출원 17건, 해외특허출원 9건, 기술이전 2건의 연구실적을 올렸다.

◆ 김형준 박사 "종합연구소 KIST 장점 살린 연구한다"

김형준 박사팀은 COE프로그램에 선정, 앞으로 깨끗한 수소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할 예정이다. 그는 "수소경제 도래와 관련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작은 양의 전기나 불규칙한 재생에너지로도 높은 효율의 수소를 만드는 기술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연구자들은 재료, 분석, 계산과학 융합팀 등이다.

김 박사는 "연료전지 자체가 화학, 기계, 전자, 화공 등 다양한 구성원을 활용해야하는 분야"라며 "종합연구소인 KIST의 장점을 잘 살려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 같은 연구를 통해 ▲막·촉매 등 여러 소재 개발 ▲기체 확산층 전극을 만드는 곳의 소재를 제조해 기술이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