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두의 자연 속 과학]

최근 융합기술의 화두는 나노, 바이오, 정보, 환경, 인지과학 기술 간의 융합을 뛰어 넘어 인문사회 또는 예술과 과학기술 간의 융합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예술과 과학이 융합된 아티언스(art+science= artience)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고 있으며, 젊은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1492-1519)
레오나르도 다빈치 (1492-1519)
이태리 피렌체는 15세기 르네상스시대의 중심지로서 큰 권력을 소유한 성주들의 후원으로 많은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활동하던 곳이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다빈치는 그 당시에 활동했던 천재적인 예술가로서 그 명성은 당대를 뛰어 넘어 오늘날 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다빈치는 미술가, 과학자, 공학자이며 사상가로서도 인간생활의 모든 분야에 큰 업적을 남긴 천재적인 예술가이자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다빈치는 1452년 이태리 피렌체 서쪽의 작은 비치 마을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제대로 된 정식 교육을 받을 형편이 되지 못해 어려서부터 공방에서 도제살이를 해 왔다.

다빈치는 정형화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아 오히려 뛰어난 예술적 감각과 다방면에 천부적인 소양을 보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되기도 하며, 어려서부터 예술과 과학의 접목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다빈치의 과학기술에 대한 수많은 기록은 7천여 쪽에 달하는 코덱스라고 하는 수기노트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여기에는 현대인도 경탄할 만한 과학적 분석 자료와 창의적인 발명품이 가득 차 있다. 인간의 근육, 뼈의 구조 등 해부학적 지식은 물론이고 자연의 동식물과 물의 흐름 등 자연 현상에 대해서 면밀한 관찰과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인체의 아름다움과 비율을 대우주와 소우주 개념에 견주어 비교하였으며, 신경, 근육, 힘줄, 뼈 등이 인체의 몸을 움직이기 위해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정교한 그림을 통해 표현하였으며, 다양한 기계 모형의 모델로 삼았다. 그리스의 이카루스 신화에서부터 시작된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꿈은 다빈치에 의해 여러 가지 기구를 발명하기에 이른다.

특히 현대의 헬리콥터 프로펠러의 원형이 된 공기나사(air screw)와 박쥐 날개를 모사한 비행체, 그리고 지금의 행글라이더와 똑같은 모양의 비행체가 다빈치에 의해 설계되었다. 다빈치의 시대는 이웃 국가와의 전쟁이 빈번했던 상황으로 수력학, 기하학, 역학 등을 응용한 혁신적인 신무기 체계를 발명하기도 하였다.

통나무를 엇갈리게 끼워 고정한 세계 최초의 이동식 교량인 아치교, 거북이 등껍질과 같이 외피로 군사를 보호하고 전 방향으로 대포가 설치된 현대 전차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중무장 전차, 수중으로 적 몰래 침투하여 전함을 파괴시키려는 수중 잠수복, 전갈의 독침을 연상케 하는 무서운 칼날이 달린 선박 등을 발명하였다.

이밖에도 인간의 움직임을 모사한 휴머로이드 로봇을 연상케 하는 로봇의 설계도도 남겼으며, 최근 의료용 로봇으로 각광받고 있는 다빈치 로봇이 우연히 이름 붙여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느 누구라도 가장 중요한 기계 요소부품을 들라면 베어링과 치차를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다빈치는 지금 시대에 사용되고 있는 베어링과 치차와 완벽히 똑같은 모형을 오백여년 전에 이미 스케치로 남겼다.

다빈치의 과학적 사고와 기발한 발명품과 예술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인류에게 크나큰 영감을 주고 있으며, 다방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빈치의 자연과 과학에 대한 생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자연에는 과학적이 아닌 것이 아무것도 없다 (Nothing can be found in nature that is not a science)'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다빈치야 말로 자연모사기술의 선구자로서 많은 지식과 정보를 남겼으며, 스스로 예술과 과학을 접목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아티언스를 실현한 진정한 융합 연구자의 효시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위한 시도로서 대덕연구단지의 과학기술 정보와 인프라를 예술 작품 활동에 응용하려는 아티언스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 처음엔 다소 생소하겠지만 예술가들과 과학기술자들의 격이 없는 만남이 자주 이루어져 서로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서로의 눈높이를 맞춰나가는 노력이 지속되어 성공적인 아티언스가 달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왼쪽부터 전갈의 독침을 모사한 전함, 다빈치의 로봇 모형, 볼베어링의 원형, 헬리콥터 날개의 원형이 된 공기나사.
사진 왼쪽부터 전갈의 독침을 모사한 전함, 다빈치의 로봇 모형, 볼베어링의 원형, 헬리콥터 날개의 원형이 된 공기나사.
 

▲김완두 박사  ⓒ2012 HelloDD.com
김완두 박사는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생산시스템연구본부 영년직 책임연구원으로,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인 '생체모사인공감각계' 사업단장과 '생태모사 청정표면 가공기술개발사업' 총괄책임자를 맡아 자연모사기술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1982년부터 기계연 한 곳에서만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 김 박사는 2003년 연구원 최우수 연구상을, 2008년에는 대한기계학회 기술상과 과학기술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박사는 '자연 속 과학'을 통해 자연 생태계는 친환경적이고 고효율화·최적화된 시스템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신비로운 자연생명체의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인간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을 소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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