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벤처 '엠티디아이', 해양플랜트 시험장비로 해외시장 겨냥
'끝장토론'으로 기술·아이디어 발굴…"선진국과의 경쟁 자신있다"

꼭 1년 전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내 산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시기, 신뢰성 평가분야 전문가 3인이 과감히 창업에 도전장을 냈다.

이미 치열한 경쟁구도가 그려진 시장에서 그들이 자리나 잡을 수 있을까. 모두들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이들은 단숨에 재료시험, 토목시험, 해양플랜트 및 항공기 시험분야 장비 전문기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매출실적 30억원 기록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8월 소재 신뢰성 평가 분야 15~20년 이상 경력자들이 설립한 엠티디아이(대표 조정현)의 1년 성적표다. 이제부터 시작이란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 등 평가장비 선진국과 당당히 경쟁을 통해 '그들의 심장부에 엠티디아이의 장비를 꽂아(조 대표의 의지가 담긴 표현)넣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들의 과감하고 치밀한 도전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 엔지니어로 시작해 전문경영인으로 인정…그러나 안주할 수 없어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모두들 휴가를 떠나는 이즈음,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엠티이아이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장비 테스트로 '웅웅'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처음 듣는 사람은 소음으로 느껴지는데 조정현 대표는 마음을 편안하게하는 음악소리처럼 들린단다. 한쪽에서는 또 다른 장비 테스트로 바쁜 손놀림에 여념이 없다.

▲조정현 대표 ⓒ2012 HelloDD.com

조정현 대표는 올해 우리나이로 43세이다. 어쩌면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적당한 나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가 단순히 창업을 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재료 시험분야 벤처기업에 입사했다. 몇몇 큰 기업에도 합격했지만 그는 처음부터 벤처를 선택했다. 그리고 올인했다.

"이때부터 창업의 꿈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한 회사에서 16년 동안 근무했는데 처음 10여년은 엔지니어로 나머지 기간은 마케팅, 총무, 회계 등 경영에 필요한 과정을 두루 익혔습니다. 처음 입사 때부터 회사 대표님에게 꿈을 말씀 드렸는데 그 때문인지 믿고 지지해 주셨습니다. 항상 감사 드리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로 시작한 조 대표는 이전 회사에서 기술을 겸비한 마케팅 전문가로도 활약 했다. 포스코 등 대기업을 상대로 마케팅에 성공하면서 고속승진을 했고 차기 대표로도 인정을 받았다. 그는 기업경영인으로 3년을 근무했다. 그러나 더 이상 안주할 수 없었다. 회사에 이야기를 하고 사표를 썼다. 그의 꿈을 알고 있었던 전 회사 대표는 그에게 지지의 박수를 보내줬다.

"딱 한달 준비해 창업을 했습니다. 이미 회사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래전부터 해양플랜트 분야 시험장비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쪽은 해외 선진국에서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었죠. 이 분야를 타겟으로 삼고 회사를 가동시켰습니다."

◆창업한다는 소문나니 2명의 전문가 합류

"창업을 한다고 소문이 났는지 같은 분야에서 일하던 지인이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전재산을 넣고 같이 창업을 하자고 하더군요. 서로에 대해 알고 있었던 터라 두말없이 오케이 했죠."

이렇게 소재평가 전문가 3인이 뭉쳤다. 이미 서로를 잘 알고 있었기에 고민할 것도 조율할 것도 없었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조 대표가 인복이 있었는지 재료, 토목, 치기공, 조선해양 등 각 분야 평가 전문가들이 다 모였다.

엠티디아이 구성원은 한달만에 12명으로 늘었다. 그것도 신입사원이 아닌 최소 6년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자들로 말이다. 서로 말이 필요없었다. 눈짓만으로 해야할 일을 알았다. 작업일정을 지시할 필요도 없다. 각자 마감일정을 정하고 그 안에 끝나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자율적이지만 책임 만큼은 철저한 구조다.

◆아이디어 공간에서 끝장 토론으로 기술력 향상

이 회사의 창업 모토는 세가지다. 성실성(sincerity), 공동체(society), 만족감(satisfaction) 이른바 쓰리에스(3S)다. 조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 모두가 함께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창업모토에 걸맞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고 소개했다. 들어가보니 넓고 큰 쇼파에 커다란 냉장고, 간식거리가 쌓인 정리장이 있다. 그리고 한쪽 벽이 칠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크릴로 돼 있다. 끝장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이란다. 직원들이 언제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전부 경력자들이다보니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합니다. 누군가가 칠판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기록합니다. 그럼 다음 사람이 와서 기술을 더하고 더해서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내죠. 그런데 기술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 결론이 날때까지 끝장토론을 벌이기도 합니다."(웃음)

조 대표는 이 공간이 엠티디아이의 전부라고 말한다. 다른 경쟁기업들과 차별성을 갖고 국내 대기업은 물론 일본 등 해외 기업들로부터 그들의 기술이 인정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탄생한 해양플랜트 분야 시험평가 장비 특허는 이미 유럽CE(ConformiteEuropeenne Mark) 인증까지 획득했다. 해외 진출도 문제없다는 의미다.

 

▲새로운 장비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2012 HelloDD.com

◆글로벌 위기도 그에게는 기회

해외발 경제위기가 계속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최저치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기회라고 말한다.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외국제품과 경쟁해볼만하다는 생각에서다.

"국내 제품들은 외국제품에 비해 기술은 비슷한데 가격은 저렴한 편입니다.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죠. 어려운 상황일수록 수요기업들은 기술대비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찾거든요. 그러니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그렇다고 지난 일년간 그에게 고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창업 후 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없다보니 일부 수요기업에서는 이 회사의 기술을 완전히 믿지못하고 반신반의하는 부분도 있었다. 다행이 그가 그동안 맺어온 휴먼네트워크를 통해 기술력과 조 대표의 인성이 알려지면서 신뢰감도 높아졌다.

이 회사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해양플랜트 시험장비다. 조 대표에 따르면 한국기업들은 이미 기술력은 갖추고 있다. 다만 굴지의 해외 기업들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엠티디아이는 현재 해양플랜트 시험장비 국산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교류회에 참여하고 있다.

조 대표는 "교류회 회원 대부분 대기업과 정부출연기관이다. 우리처럼 신생기업은 참여하기 어려운데 기술력을 인정 받아 함께하게 됐다"면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을 넘어 유럽시장 진출까지 할 계획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기술력으로 1년만에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엠티디아이 장비 시험파트.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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