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의 한의학 이야기]

최근 나의 체중이 65k까지 늘어서 걱정이라 말했다가 '망언' 소릴 들었다. 사실 65kg은 나에게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평생 도달해 본 적이 없는 체중이다. 문제는 체중 자체가 아니라 체중의 구성 비율에 있다. 근육이 늘어서 65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배를 중심으로 지방이 늘면서 65에 도달했다는 이 비극!

게다가 오십견이 왔다. 팔을 들어 올려 귀에 닿지 않고, 팔꿈치가 어깨 높이 이상 올라가지 않되 뼈와 연골에 손상은 없는 견관절 주머니 유착, 원 질병명은 동결견( Frozen Shoulder)이다. 오십견은 작은 손상으로 관절을 쓰지 않는 사이에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가 늘어붙어버린 병으로, 근육이 쇠퇴하기 시작하는 오십세 전후에 많이 온다 해서 붙여진 별명인 것이다.

근육의 쇠퇴와 지방의 증가! 이것이야말로 명백한 노화의 증거이다. 거의 70세까지 지속적으로 체중이 증가하는 여성과 달리, 한국 남성의 체중은 40대에 정점을 찍은 후 점차 줄어든다. 이 때 줄어드는 것이 지방이 아니라 근육인 것이 문제다. 근육은 에너지 소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40대 이후에 급격히 늘어나는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대사성질환도 알고 보면 이러한 노화의 경로에 놓인 이정표일 뿐이다.

미토콘드리아는 ATP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내 기관이다. 산소소모가 많은 뇌세포, 체열발생을 맡고 있는 간세포와 함께, 운동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근육세포는 미토콘드리아가 가장 많이 존재하는 곳이다. 반면 지방세포엔 미토콘드리아가 매우 적다. 따라서 근육이 줄어들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고 그래서 대사량이 줄어들므로 똑같이 먹어도 남는 영양분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화의 예방법은? 바로 불로초가 아니라 운동과 근육 관리에 있다. 사람의 근육의 70%는 하체에 있으므로 일단 뛰고 달리고 걷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요즘 유행하는 상체 근육 만들기는 멋부리기는 좋지만 노화 예방과는 별 관계가 없다. 복근은 복부지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허리 근육 강화가 우선이다.

그리고 오십견과 같은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작은 근육의 단련이다. 우리 몸엔 640 여종의 근육이 있는데 그 중 90% 정도가 보통 이름을 모르는 작은 근육 들이다. 노화는 이 모든 근육의 쇠퇴와 함께 온다. 가장 먼저 관절 운동 범위가 작아진다. 이것은 전혀 뼈의 문제가 아니라,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인대가 약화되는 문제다. 이 작은 근육들을 강화하는데는 요가나 기공, 스트레칭 등이 좋다.

최신 영화 '은교'에서 나는 박해일이 노인 연기를 멋지게 하는 데에 감탄하면서 그 핵심이 어디에 있나 살펴보았는데, 그 첫째는 다 펴지 못하는 구부정한 허리였다. 허리를 펴지 못하는 것도 90% 근육이 먼저 주도해서 발생시키는 문제이지 뼈가 우선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양한방 할 것 없이 수술하지 않고 척추 병변을 치료하는 병원이 많아지는 것이다.

얼굴에서도 눈과 입을 잡아당기는 얼굴 근육들이 약해지면서 눈꼬리와 볼살이 아래로 처지면서 노인의 얼굴이 된다. 피부의 주름도 아주 작은 근육의 가닥들이 팽팽히 당겨주지 못하는데서 오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침으로 작은 근섬유들의 손상을 치료해서 얼굴관리를 해주는 한의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65라는 숫자를 처음 체중계에서 본 순간부터 나는 잠시 게을리했던 운동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축구를 매주 하고, 집에서 허리 운동을 시작했으며, 여러 가지 요가 동작을 하는데도 힘썼다. 지난 주말엔 오랜만에 무거운 짐을 지고 지리산 노고단에 가족과 함께 올라가 하룻밤 자고 내려왔다.

얼마를 살아도 무한한 세월 앞에 내 이번 삶의 길이는 한 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 수명만큼 건강하게 살고 싶다. '은교'에서 노시인 박해일은 말한다. '여러분 젊음이 여러분이 잘 살아서 받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가 잘못 살아 받은 형벌이 아니다.' 멋진 말이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늙음은 분명히 자신이 잘못 살아 받는 형벌이다.

이제마는 명맥실수를 통해 자신의 수명은 자신의 책임이라 하였다. 나의 목표인 청랑한 삶을 위해서는 먼저 몸이 경쾌한 경지(쾌경)에 이르러야 한다. 나는 아침을 많이 먹고 저녁은 적게 먹을 것이며, 일정량의 하체 운동을 매주 하고, 허리 운동과 요가와 스트레칭을 매일 할 것이다. 나이보다 늙은 몸은 백퍼센트 내 책임이니까.

* 명맥실수는 이제마가 질병상태와 건강상태를 각각 크게 네 단계로 나눈 개념으로, 이 중 건강상태는 강녕-쾌경-청랑-신선의 네단계로 나뉜다. 강녕은 그저 병이 없는 상태, 쾌경은 몸이 가볍고 날랜 상태, 청랑은 정신이 깨끗하고 맑은 상태, 신선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한 건강상태를 이른다. (2011년 12월 20일자 대덕넷 칼럼 참고)
 

▲김종열 본부장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은 공학을 공부하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연구하던 중 사상의학에 매료돼, 다시 한의학을 공부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8년간 임상을 통해 연구자료를 축적한 후,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이제마프로젝트를 통해 사상의학의 과학적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김 본부장은 한의학의 과거, 현재 및 미래와 우리에게 필요한 국가정책과 연구과제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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