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윤준보·ETRI 이대식 연구팀 '분리막' 제조기술 성공
박막, 분리막소재 이용가능 첫 규명…1조원대 경제적 효과

다기능성 소재인 '분리막(membrane)'은 액체나 기체 안에 있는 다양한 크기의 물질 중에서 원하는 입자만을 투과·분리하는 소재. 가정에서 불순물을 걸러낼 때 쓰는 체처럼, 수 나노미터(nm,10먹분의 1m) 크기의 작고 많은 구멍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 크기의 미세한 입자를 선택적으로 투과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
 

▲ETRI 이대식 박사.
 
ⓒ2012 HelloDD.com
다기능성 분리막은 미세입자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특징 때문에 최근 ▲의료 ▲환경 ▲에너지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어 미래 고부가가치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예를 들면 분리막으로 혈액 속에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인공신장을 만들거나, 사스(SARS)처럼 물과 공기 중에 존재하는 각종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도 한다. 

영국의 물 전문기관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는 지난 2010년 14조원대 규모였던 전 세계 분리막 시장이 오는 2016년 정도에는 무려 37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분리막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소재 분야 원천기술이 부족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분자보다 작은 입자를 선택적으로 분리해낼 수 있는 나노 분리막 소재와 제조방법을 개발해 세계적인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노령화나 자원(물·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 지식경제부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에는 KAIST 윤준보 교수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대식 박사가 주도하고 KAIST 최동훈 박사과정생(제1저자)과 아주대 윤현철 교수가 참여했으며, 관련 논문은 해당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지 최신호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원주상 구조의 나도 다공성 분리막 개념도(왼쪽)와 제작된 소자의
전자현미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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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전자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박막을 나노 분리막 소재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하고, 새로운 분리막 원천 소재와 제조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분리막은 나노구멍을 만들기 위해 박막 위에 추가적인 공정이 필요했는데 이 때문에 제조과정도 복잡하고 가격도 비싼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기존의 장비만을 이용해 저렴하게, 넓은 면적으로, 쉽게 제작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또 이 기술은 금속뿐만 아니라 산화물에도 적용할 수 있고, 나노구멍의 크기도 손쉽게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주도한 윤준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일반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금속 전극 등이 일정한 크기의 나노입자만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킨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으로 "이를 이용해 전 세계 선진기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리막 원천 제조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분리막 시장은 9000억 원대로 추정되는데 대부분의 분리막 소재는 수입에 의존한다. 따라서 이번 분리막 개발로 1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연구결과가 게재된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지 표지사진.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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