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잠룡 '아트로닉스', 고속 정전방지 기술 국내 첫 개발
김진형 대표 "창업후 2년 기술개발에 주력"…해외서도 관심

"반도체는 정전기에 취약합니다. 사람이 손으로 만지거나 기계로 조립할 때도 전기를 머금고 있다가 제품이 전자기기와 연결되는 순간 굉장한 크기의 정전기를 일으켜 다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반도체 제품에는 정전기 방지용 다이오드가 무조건 필요합니다. 다이오드를 적용하면 8000볼트의 정전기를 10볼트까지 줄여 제품의 고장을 막을 수 있습니다."

국내 글로벌 대기업에서 19년간 반도체 분야 연구를 하던 김진형 아트로닉스 대표. 2009년 안정된 자리를 마다하고 회사를 나왔다. 자신만의 반도체 기술로 시장을 이끌어 보겠다는 당찬 포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금이 넉넉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분명한 사업 아이템이 있었다.

그는 전문가답게 반도체의 가장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정전기 방지용 다이오드 기술을 사업아이템으로 정하고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이 분야는 반도체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으로 경쟁기업들이 이미 포화상태였다. 먼저 시장 점령에 나선 기업들도 몇몇 주자를 빼면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도전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2년간 연구에 집중했다.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 끝에 '고속 정전 방지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름 그대로 정전기 방지를 가장 빠른 시간안에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로 이미 특허도 출원했다. 벤처 인증도 받았다.

그의 기술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최고의 반도체 대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당장 샘플을 보고 싶다면서. 마케팅을 담당해 줄 기업도 연결이 됐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터뷰를 위해 나노팹센터 내에 위치한 아트로닉스를 방문한 날이 샘플 마감일이었다. 3명뿐인 직원 모두가 분주한 모습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회사 설립부터 현재 진행과정, 앞으로 계획까지 김 대표의 설명은 어디하나 막힘이 없다. 그만큼 세심한 준비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제품 수명 늘릴 수 있는 고속 정전 방지 기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고속 정전 방지 기술은 국내 기업에서는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기술이다. 몇 회사에서 개발을 했다고 내놓은 적은 있지만 실제 제품화에 들어간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아트로닉스가 국내에서 최초로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 셈이다.

김 대표는 "우리 제품은 USB3.0, HDMI 등과 같은 고속 전자제품 전용 다이오드"라며 "전자제품들이 고성능화되면서 기존에 스피드가 느린 제품들을 쓰다보면 정전기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생긴다"며 아트로닉스의 앞선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아트로닉스는 이외에도 정전기 방지용 다이오드, CRD 정전류 다이오드, RF핀 다이오드 등 반도체 기술을 이용한 제품들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어찌보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라는 경제원칙을 실천하고 있는 롤 모델이다. 사무실은 나노팹센터의 6층, 직원 수는 김 대표를 포함해도 3명이다. 설립 초기에는 김 대표 혼자 1인 기업으로 시작했으니 그래도 늘어난 인원이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두명이 늘었고 앞으로 더 선발할 예정이다.

나노팹센터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아트로닉스는 센터의 장비와 생산시설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신생기업에서 고가의 장비를 갖추기는 어렵다. 특히 우리 기술은 일반 장비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장비가 필요했는데 센터에 그 장비가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 "이를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게 됐다"며 센터에 감사를 표시했다.

◆한 세대 앞선 기술, 세계 시장에서도 러브콜

신생 기업인 아트로닉스는 규모가 작아 정부과제도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다보니 늘 자금에 쪼달렸다. 다행히 대전테크노파크 등 지원기관에서 실시하는 단발성 지원이 오히려 도움이 됐단다. 

어려움 속에서도 2년 넘게 기술개발에 주력한 끝에 아트로닉스는 기술개발에 성공하고 9월부터 제품 생산을 본격화 한다. 중국에서도 이미 제품 주문을 받은 상태다. 앞선 기술력을 인정 받으면서 기술과 시장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김 대표는 "반도체 관련 기술은 대부분 수명이 짧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전 다이오드 기술은 반도체 제품이 있는 한 꼭 필요한 기술"이라면서 "우리는 후발주자이지만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기존 기업에서 개발한 기술과 비교하면 한 세대 앞섰다. 해외 시장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어 그는 "반도체 분야는 기술 변화도 빨라 국내 시장 동향과 해외 트랜드, 중국 시장 흐름 파악도 중요하다. 매일 이런 동향을 파악하며 기술 방향도 결정하고 있다"고 말하며 기술 선도에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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