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디스플레이 강자 D&T, 해외서비스 비상대응 'OSS팀' 운영
고객 만족도 높이기·정보수집 두마리 토끼 사냥…연 40여차례 출동

신속기동여단 이른바 '스트라이커 부대'는 세계경찰 미국의 군사전략을 상징한다. 전 세계 어디든 빠르게 군사력을 이동시켜 분쟁을 초기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특수장갑차와 전자지휘체계로 가볍게 무장한 스트라이커 부대는 수송기에 실려 96시간 내 전투지역에 투입된다. 

대덕벤처 디앤티의 기술연구소에는 3개의 가방이 있다. 해외현장서비스를 맡고 있는 일명 'OSS 팀'의 것이다. 가방 속에는 최소한의 기본장비와 교체부품이 꾸려져 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출동에 대비한 군장인 셈이다. OSS 팀은 가까운 일본부터 멀게는 아프리카까지 24시간, 늦어도 48시간 내에 날아간다. 

디앤티(대표 이양규)는 특수목적용 모니터 전문기업이다. 화상회의·의료·군사·보안·선박 등에 사용하는 주문형 디스플레이 장비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1999년 설립돼 IBM에 서버용 모니터를 공급하며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6년 코스닥 상장 후에는 화상회의와 의료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수술실 등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더욱 정교하고 엄격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의료용 모니터에서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런 디앤티 제품의 95%는 해외로 수출된다. 화상회의용 모니터의 경우는 네트워크 장비 분야 글로벌기업의 시스템에 탑재돼 전세계로 퍼져나간다. 화상회의 시스템은 통상 디앤티가 공급하는 42~65" 대형 디스플레이와 카메라·오디오·코덱·전력 등 많은 부가장비들로 구성돼 있다. 트럭 1대 분량이다. 제품 수리를 위해 물류로 이동하기엔 덩치가 너무 크다. 

이에 '세계 최고의 이미지 솔루션 전문기업'을 지향하는 디앤티는 2010년 OSS(On-site service) 시스템을 도입하고 신속대응팀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디앤티 디스플레이를 공급받는 시스템 업체의 품질관리 요구에서 한발 더 나가 최종고객의 요구를 현장에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준비는 전부터 해왔다. 김주봉 디앤티 경영지원본부장은 "긴급을 요하는 해외출장에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의사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미 5년 전부터 기초에서 고급까지 4단계의 영어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사원 대부분의 영어 수준이 해외에서 일을 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비상대응팀은 많을 때면 연간 약 40여 회에 달하는 해외출장을 소화한다. 항공운임을 포함해 출장비용이 만만찮을 텐데 어떻게 감당하는 것일까. 디앤티 제품의 품질을 총괄관리하는 박해일 전무의 설명이다. 

"자동차처럼 판매대금에 대손충당금이 일부 포함돼 있다. 그렇더라도 출장이 많다보면 어느 정도의 출혈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빠른 조치는 고객만족 외에도 보이지 않는 이익이 많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엔드유저의 피드백을 중간과정 없이 바로 들을 수 있어 불량률을 낮추고 제품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디앤티 기술연구소에는 늘
여행가방이 준비돼  있다.  
ⓒ2012 HelloDD.com
디앤티 OSS팀은 관제탑 역할을 하는 이원우 이사와 4명의 기술진으로 구성돼 있다. 한용희·명국환 책임연구원과 박유열 수석연구원, 김수길 사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혼자 또는 짝을 이뤄 해외현장으로 날아간다. 

OSS팀의 출장은 통상 2박 3일 내외의 지극히 실무적인 스케쥴로 짜여진다. 이원우 이사는 "빠른 시간 내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에 출근했다 그 길로 비행기에 오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또 "디엔티의 모니터가 사용되는 곳이 보안을 요하는 국가시설이나 공공기관이 많아 몇 시간 내에 장비를 점검하고 수리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 국가보안시설에서는 "창설 이래 처음으로 출입이 허락된 외국인"이란 말에 적잖게 긴장도 했다.

팀내에서 현재 가장 많은 출동 경력을 보유한 이는 한용희 책임연구원이다. 다녀온 나라만 해도 일본, 홍콩, 싱가폴, 파키스탄, 영국, 독일, 벨기에, 아일랜드, 프랑스, 스위스, 모로코, 남아공, 호주…. "너무 많아 잘 기억이 안 난다"며 웃는 그에게 바쁜 여정과 낯선 음식은 이제 별다른 어려움이 아니다. 그러나 베테랑인 그에게도 식은 땀을 흘리게 하는 순간이 종종 있다. 

"새벽 2시에 인도 공항에 도착했는데 세관원들이 부품 통관을 안시켜주고 급행료를 요구하는 거에요. 밀고 당기다가 하도 화가 나서 아침까지 여기서 기다렸다가 인보이스 받아 줄 테니 그때 다시 보자고 버텼죠. 그제서야 통과시켜주더군요. 그러고는 호텔에 갔는데 이번에는 정전 때문에 예약확인이 안 된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로비에서 촛불 하나에 의지해 밤을 꼬박 새운 뒤 오전 9시 약속에 맞춰 서비스를 나간 적도 있습니다."

모로코에서는 늦게 도착한 가방 때문에 약속 시간에 늦어 "퇴근해야 한다"고 화를 내는 상대기관 직원을 어르고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또 10시간 넘게 날아간 호주에서는 너무 꽉 조인 볼트 탓에 뚜껑도 열어보지 못한 채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경험도 있다. 

한용희 연구원은 "대개는 짧은 시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서 나가지만 막상 현장에서 낯선 상황과 부딪혀 당황스러운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한다. 장거리 출장과 낯선 음식, 불편한 잠자리가 힘들지는 않냐는 질문에 그는 "그래도 남들이 좀처럼 하지 못하는 경험이라 즐겁다"며 "해외 곳곳에 진출해 있는 우리 회사 제품을 만나는 것 역시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산소탱크 박지성처럼 세계 곳곳에 부지런히 발자국을 찍어온 디앤티 OSS팀은 최근 숨을 고르며 또 다른 비상을 기다리는 중이다. 디앤티가 세계 네트워크 장비시장의 3분의 2를 석권하고 있는 미국 시스코사(Cisco Systems)에 스마트 기능이 강화된 화상회의 시스템을 공급하게 되면서 보다 진일보한 OSS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디앤티는 의료용 장비업체 알토그래픽스를 인수하고 상황실용 장비회사 보문테크닉스를 설립하며 새로운 블루오션 개척을 본격화하고 있다. 박해일 전무는 "1세대 제품에 이어 조만간 차세대 의료·화상회의용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출을 위해 선적을 준비하고 있는 디앤티 디스플레이 제품.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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