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두의 자연 속 과학]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 설치된 20MW 급 CSP 시스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 설치된 20MW 급 CSP 시스템
미국의 저명한 생태학자인 제닌베니어스는 자연의 9가지 윈칙을 주장한 바 있다. ▲자연은 햇빛으로 움직인다 ▲필요한 에너지만 사용한다 ▲기능에 형태를 맞춘다 ▲모든 것을 재활용한다 ▲협동에 보상해준다 ▲다양성에 의존한다 ▲지역전문가를 요구한다 ▲내부로부터 과잉을 억제한다 ▲한계에서 힘을 얻는다 등이다. 자연 생계계를 함축적으로 적절하게 잘 표현하는 원칙들이다.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기술개발은 세계 각국의 관심분야가 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태양광과 태양열을 이용한 기술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잠재적인 태양에너지의 양은 일년에 12만 TW(terawatt)로 추정하고 있다.

한 시간 동안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전달되는 복사에너지는 인류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양과 맞먹는 14TW에 달한다. 자연모사기술을 이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많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 중에는 이미 구현된 기술과 현재도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기술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흰개미집의 통풍원리를 빌딩의 환기시스템에 적용하여 획기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한 사례, 혹등 고래 지느러미의 불규칙한 돌기를 풍력발전 터빈 블레이드 설계에 응용하여 효율을 높인 사례, 물총새의 부리 모양을 고속열차의 선두부의 형상에 적용하여 운전효율을 높인 사례, 상어 피부 표면을 모사하여 물의 저항을 줄여 주는 기술 등은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 칼텍의 연구진은 물고기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원리를 밝혀 풍력 발전 단지 배치에 응용하였다. 물고기 떼는 와류가 발생되는 일정한 패턴으로 우두머리 물고기의 뒤를 따라 움직임으로서, 적은 에너지로 최적의 추진력을 얻고 있다. 물고기의 이동 경로를 수식화하여 최적의 조합을 얻어 풍력 발전기의 배치에 적용하여 10배 이상으로 효율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사경을 이용한 태양열 발전 시스템에도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 기술이 응용되고 있다. 해를 연상케 하는 해바라기 꽃에는 신비한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해바라기 꽃의 바깥쪽 꽃잎이 아닌 안쪽의 작은 꽃봉우리의 배열은 정확히 페르마 나선 모양에 따르고 있으며, 각 꽃은 서로 소위 '황금각'이라고 불리우는 137.5도를 유지하고 있다.

집중태양발전시스템 (CSP 시스템: concentrated solar power system)에 사용되는 햇빛반사장치(heliostat)의 배치 면적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나선형 모양의 배치를 이용하고 있다. 독일 아헨공대와 미국MIT의 공동연구진은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의 원형 모양의 배열을 페르마 나선 모양의 배열로 바꿈으로서 CSP의 효율을 향상시켰다.

나방과 나비의 눈은 규칙적인 미세 구조를 가져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는 특성을 나타낸다. 이를 반사방지필름에 적용하여 밝기를 향상시켜 디스플레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제품이 개발된 바 있다. 최근 중국의 연구자들은 나비로부터 영감을 얻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하였다.

나비 날개의 아주 작은 길쭉한 사각형의 비늘들은 촘촘히 적층되어 있어 태양열을 잘 받아들이고 또 열을 잘 보유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이 구조를 에너지 장치에 적용하여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름다운 빛깔을 띠는 모포나비는 색소에 의한 것이 아니고 나노 크기의 규칙적인격자 구조(광결정; Photonic crystal)에 의해 특정 색상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구조색(Structural Color)이라 부르며, 이를 이용한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다. 모포나비가 다양한 각도에서 똑같은 빛깔을 띠는 것은 날개의 독특한 구조, 즉 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는 규칙적인 구조를 보이지만 나노미터 수준에서는 무질서한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수백나노미터 크기의 유리구슬을 임의로 배열하여 무질서함을 구현하였고, 반도체 증착방법을 이용하여 넓은 면적의 모포나비 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미국은 2050년까지 국가 전체 전기에너지의 69%, 2100년까지 100%를 태양광·태양열 에너지로 달성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태양광·태양열 발전 효율 향상을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수십억년에 걸쳐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진화 발전해 왔다. 자연 속에 있는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 방법에서 영감을 얻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고기 떼 이동을 모사한 풍력 발전 단지(사진 왼쪽),  나비의 구조색을 모사한 디스플레이 제품
물고기 떼 이동을 모사한 풍력 발전 단지(사진 왼쪽),  나비의 구조색을 모사한 디스플레이 제품
 

▲김완두 박사  ⓒ2012 HelloDD.com
김완두 박사는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생산시스템연구본부 영년직 책임연구원으로,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인 '생체모사인공감각계' 사업단장과 '생태모사 청정표면 가공기술개발사업' 총괄책임자를 맡아 자연모사기술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1982년부터 기계연 한 곳에서만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 김 박사는 2003년 연구원 최우수 연구상을, 2008년에는 대한기계학회 기술상과 과학기술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박사는 '자연 속 과학'을 통해 자연 생태계는 친환경적이고 고효율화·최적화된 시스템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신비로운 자연생명체의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인간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을 소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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