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연맹 회장 "실패에 위축되지 말라" 주문

우주 영토 확보를 위한 전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제63회 나폴리 국제우주대회(IAC: 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지난 1일 개막해 5일까지 진행되는 IAC에 우리나라 우주기관 대표로 참석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위성 개발 선진국인 미국·중국·일본·이탈리아·프랑스 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기술의 경쟁력을 홍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아직 발사체 개발 면에서는 걸음마 단계지만, 위성 설계·개발·운용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게 항우연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이집트와 페루,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아리랑 위성 3호와 같은 수준의 위성 제작과 운용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최준민 항우연 정책협력센터 센터장은 "위성 설계·제작·운용과 운용 인력 등의 교육을 합친 프로그램을 수출하면 약 2000억에서 많게는 3500억원 정도의 수출 효과가 있다"며 "이집트가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여 수출 계약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폴리 국제우주대회(IAC)에서 외국 관람객들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2012 HelloDD.com

항우연이 마련한 부스를 찾는 관계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임창호 항우연 국제협력팀 선임연구원은 "우주 공간에서 위성이 움직이면서 영상을 촬영하는 우리 기술에 많은 관계자들이 높이 평가했다"며 “10월 발사 예정인 나로호에 관해 질문하는 이들도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항우연에 따르면 미국과 같은 우주 산업 선진국의 경우 기술이전 없이 단순하게 자국의 위성을 판매하기 위한 세일즈를 펼치는 반면 우리는 우주개발 산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기술이전은 물론 제반 인력 교육 등의 프로그램 전체를 제공하는 것을 무기로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과 중국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위성 수출과 함께 좋은 조건의 차관을 내걸고 있다. 최근 일본은 베트남에 위성 제작 시설을 지어주고 위성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일본은 남미지역 국가들을 타깃으로 활발하게 세일즈를 펼치고 있다. 중국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노리고 있다.

대회에 참석한 우리 관계자들은 선진국에 비해 투자가 적고 국민적 관심이 다소 적은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IAC에 설치된 각국 우주기관과 기업체의 부스를 보면 그 나라의 위상을 알 수 있다"며 "이제는 우리도 우리 국격에 맞게 우주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폴리=대덕연구개발특구 공동취재단
 

◆베른트 포이에르바허 IAF 회장 인터뷰  "나로호 3차 발사 성공할 것…세계 최고 IT기술 장점 살려야"

▲베른트 포이에르바허 IAF 회장.  ⓒ2012 HelloDD.com
"실패를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 한국은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주분야를 주도하는 나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63회 국제우주대회(IAC)' 행사장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난 베른트 포이에르바허(Berndt Feuerbacher) 국제우주연맹(IAF) 회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 같은 낙관적인 기대를 내비쳤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보다 투자를 강화하고, 젊은이들도 각별한 관심으로 우주기술 개발에 나선다면 그 시점을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포이에르바허 회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국제우주대회의 특징은. ▲올해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상업 우주 운송 부분의 내용이 많이 포함됐고, 우주 탐험 분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된다는 게 지난 대회들과의 큰 차이점이다.

-올해 국제 우주 분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올해 굵직한 성과물들이 이번 IAC에서 발표된다. 큐리오시티 화성착륙, 중국의 도킹 성공 등 획기적인 사건들이 많았다. 1961년 설립된 IAF가 60주년을 맞았는데, IAF 깃발을 국제우주정거장에 6개월 동안 게양하는 등 깃발이 140일 동안 우주에 있었다. 이번 총회에서 회원기관 등을 중심으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이 깃발 300개를 전달할 예정이다.

-한국의 우주개발 계획과 수준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면. ▲한국은 IT 기술 등이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우주분야를 주도하는 나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우주 개발 프로젝트를 보면, 우주기술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향상시켜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쪽으로 노력하는 게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보다 투자를 강화하고, 젊은이들도 각별한 관심으로 우주기술 개발에 나선다면 그 시점을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국제 우주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우주계획은 강력한 국가 프로그램과 다양한 국제 프로그램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2009년 대전에서 국제우주대회를 개최한 역량을 살려 우주분야에서 아시아 국가간 협력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채택된 대전선언문을 계기로 IAF 아시아지역그룹이 발족하는 등 지역그룹이 생겼다. 지역별 그룹이라는 유용한 도구를 활용해 우주 협력을 잘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이 그런 역할을 도맡아 지원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수명을 다한 우주쓰레기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는데, 국제적 공조 방안은. ▲우주쓰레기 문제는 이제 심각한 단계를 이르러 즉각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UN 차원에서도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IAF도 이 문제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갖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는 기술적으로 수명을 다한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우주의 지속적 활용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할 때이다.

-우주정거장과 같이 국가 차원을 넘어 인류 차원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우주탐사 계획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우주는 지구상의 인간들이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수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탐험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어떤 국가도 혼자만 갈 수는 없고,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협력해야만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16개국이 참여해 만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보면, 초기의 정치적, 기술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도 이런 좋은 사례를 바탕으로 글로벌 협력을 통해 우주 탐험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나로호 3차 발사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안다. 두 차례의 불운이 있었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고, 실패를 자꾸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 결코 실패에 위축돼서는 안 되고, 앞으로 나가야 하며, 나가면 성공하게 되어 있다. 나폴리=대덕연구개발특구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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