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바다·강물 만나는 강어귀 같은 연구소 만들고 싶어"
수학통해 과학기술 발전 기여…"수리연 자랑거리로 만들겠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이하 수리연)가 강 어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물과 바다가 만나는 강 어귀처럼 수학과 다른 분야가 만나 다양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취임한 김동수 수리연 신임소장의 포부는 소박했다.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소장은 이런 포부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른 분야와 협력을 할 만큼 수학자들이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동안 모범사례를 볼 기회도 적었구요.

이제부터 수리연이 수학자는 물론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에게도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김 소장은 지난 1년간 공석이었던 수리연 수장으로 지난달 결정됐다. 취임한 지 4주 정도 지난 현재 어느 정도 연구소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김 소장은 "처음 소장직을 맡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는 한동안 얼떨떨했다.

주변의 추천으로 지원을 했는데 진짜 될줄은 몰랐다. 막상 되고나니 이제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KAIST 주요 보직 자리를 맡고 있었던 그의 입장에서는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KAIST 수뇌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걱정이 켰죠. 능력 이상으로 평가해서 주보 보직까지 맡겼는데 수리연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을 해야하니 난처했습니다.

수학자로서 수리연에 가서 수학계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많은 사람들의 지원 속에 자리에 앉은 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수리연의 도약과 수학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라는 김 소장. 그는 "연구소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가능한 솔선수범하는 소장이 되어 앞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에 활기를 되찾아 줄 생각이다. 또한 세밀한 업무까지 파악해 직원들이나 수학자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한국 수학계 급격히 성장, 한국적 모범 전파 필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우리나라 수학계는 급격히 성장했다. 세계수학자들은 한국의 수학발전을 모범 사례로 보며, 수학이 산업 발전과 국가 경쟁력 확대에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개발도상국에 한국적 모범을 전파하기를 바라고 있다.

" 그의 말에 따르면 최근 우리 수학계의 국제적 인지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미 국내외에서 우수한 한국 수학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학들의 수학 관련 학과에서 많은 성과가 창출되고 있다. 김 소장은 "이같은 일들은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대한수학회가 있어서 가능했다.

수학계는 2013년에 AMC, 아시아 수학회를 부산에서 개최하고, 2014년에 ICM, 국제수학자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한국 수학계의 역량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국내에서 수학의 대중화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창의적인 혁신의 밑바탕에는 수학이 있다. 수학은 혁신들을 누적하며 발전하는 기초과학으로, 창의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얼마 전 미국에서 진행된 특허소송에서 삼성은 애플에 패소했다. 비록 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이 판결이 의미하는 바는 선도하는 기업의 혁신 방법은 추종하는 기업의 혁신 방법과 달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회는 선도하는 기업에게 더욱 창의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김 소장은 "한국 수학계가 급격하게 성장할수록 세계 수학자들은 한국의 수학발전을 모범 사례로 보며 수학이 산업 발전과 국가 경쟁력 확대에 크게 기여했나를 추측한다"며 "한국적 모범 사례가 전파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 많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선례를 찾지 않고 우리가 선례를 만들어 가며, 수학이 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을 다른 나라의 수학연구소에서 배우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식을 창조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수리연은 수학 전반의 허브가 되어 궁극적으로 수학과 산업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응용연구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향후 연구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파했다.

◆ 수학이 사회와 만나는 모습을 보여줘야…"수리연을 자랑거리로 만들겠다"

"요즘 각 대학의 수학과가 성황이다. 대학마다 수학과의 경쟁률이 높아졌고, 어느 이공계 대학의 경우 학부 학생의 약 14%가 수학을 전공하겠다고 할 정도로 수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학생들은 순수나 응용을 구분하지 않고 수학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 싶어한다.

수학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젊은 학생들의 열정은 대단한 편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의 선배 수학자들이 그들에게 수학이 사회와 만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답했다.

김 소장은 "수리연이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때 수학자들은 사실 절망감을 느꼈었다. 수학을 통해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수학자들의 꿈이 산산조각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며 "새롭게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때다.

수리연을 걱정거리가 아닌 자랑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리연이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수학과 사회, 수학과 산업체, 수학과 연구소가 만나는 본보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수학이 다른 분야와 접목되어 새로운 발견, 새로운 이론이 나왔다는 소식에 수리연이 기여해야 한다"며 "수학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다른 과학, 공학 분야 연구소와 교류하며 수학의 경계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26일 세 번째 발사되는 나로호 역시 그에게는 아쉬움이 많다. 수학자들이 분명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텐데 가까이에서 보지도 못한다는 점이 다소 씁쓸하다. 김 소장은 "수학계가 지금까지 여타 다른 분야와 관계를 맺어오지 못해왔기 때문이다"며 "수학을 활용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직접 가서 보고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서는 교류와 협력, 오픈 이노베이션과 같은 개방형 혁신이 필요했다. 그는 "국외의 연구소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각종 국제학회와 행사를 개최하는 한편, 대학과도 협력해 학생들이 연구자들과 직접 교류하며 중요한 수리과학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모든 업무를 국제적 수준에 맞게 처리할 수 있도록 능력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수리연이 안정적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학의 수리과학분야가 배출하는 인재상과 수리연에서 추구하는 인재상 사이의 간격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수학 허브를 통해 창의성을 발휘하고, 국가가 필요한 수리과학 문제나 산업에 응용되는 수학을 즐기며 연구하려면 대학에서부터 다른 방식, 다른 주제의 수학 전공 교육을 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수학연구에 대해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과학이나 공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추구해서 진정한 융합과제를 도출하고 융합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는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하겠지만 강의와 강연, 인턴, 공동지도교수, 원격 강의실 운영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고요.

" 물론 수리연이 맡은 역할을 200% 이상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 그리고 수학계의 적극적인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 소장은 "수리연을 통해 수리과학 분야의 중요한 응용문제들이 수에서 시작되고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해야 한다"며 "앞으로 정부와 사회와 수학계에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우리 연구소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며 구성원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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