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의 see the sea]

지구 면적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무수히 많은 생물자원과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지구 물류 유통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일 년 내내 다양하게 변화하며 인류의 생활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해양을 활용하고 다스리는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첨단 기술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잠수정 기술을 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2012년 10월 현재, 인간이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는 바다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극한 환경의 심해에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연구나 탐사가 일정 시간 가능한 깊이는?

탐사나 조사·관찰할 수 있는 과학적인 장비가 갖추어진 잠수정 등을 활용해 내려갈 수 있는 깊이는 얼마나 될까? 이러한 궁금증을 중국의 유인 잠수정 '자오룽'호가 해결해줬다. 지난 6월 27일 11시 47분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 서태평양 마리아나해구에서 7062m까지 잠항에 성공함으로써 명확한 답이 됐다. 지금까지 각종 해양환경을 측정하고 관찰하며 기록할 수 있는 연구설비를 갖추고, 사람이 탑승해 여러 탐사를 수행하는 유인잠수정으로는 세계 최고 기록이다.

그 전까지는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Shinkai6500'이 보유한 6527m가 최고 기록이었다.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하게 된 중국의 '자오룽'은 2009년 8월 남중국해에서 처음 테스트를 시작해 10월까지 약 20여 차례에 걸친 실험으로 가능 깊이를 늘려 최대 1109m까지 내려갔다. 그 후 2010년 같은 장소에서 3759m, 2011년 동북태평양에서 5188m까지 점점 잠항이 가능한 수심의 깊이를 늘려가더니, 성능을 향상시켜 올해 6∼7월에 마리아나 해구에서 6번의 잠항으로 대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자오룽호가 달성한 기록 경신을 잠항 날짜별로 살펴보면 6월 15일 6671m, 6월 19일 6965m, 6월 22일 6963m, 6월 24일 7020m, 6월 27일 7062m이다. 그들 스스로 5차례에 걸쳐 세계 최고의 잠항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심해 유인잠수정 기술을 확보한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음에도 이러한 대기록을 달성했다.

중국의 저력이 다시 한 번 느껴졌던 순간이다. 잠수정을 이용해 바다 속 7천m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은 전 세계 바다의 99.8%정도의 면적에 대해 탐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일반 잠수함 대부분이 150m 이내까지 내려갈 수 있고, 최첨단핵잠수함이 일반 잠수함보다 약간 더 깊이 내려가도록 만들어지는데, 그래봐야 500~700m정도다. 이러한 것들과 견주어볼 때 '7000m 잠항'이 얼마만큼 의미 있고 중요한 성과이며 업적인지 알 수 있다. 인류가 그 동안 밝히지 못했던 심해 깊은 바다 속의 다양한 사실들이 밝혀질 것을 생각하면 그 또한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그러면 세계의 선진국들은 왜 그리 많은 경비를 들여가며 앞 다투어 이러한 최첨단 잠수정을 만들려하는 것일까? 만드는 비용 뿐 아니라 잠수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잠수정을 탑승시켜 목적지 해역까지 운반하는 '모선 (mother ship)'도 만들어야 하는 등 부대비용도 많이 든다.

더불어 모선과 잠수정이 갖춰지면 이를 운용 할 막대한 예산도 매년 필요하게 된다. 국가별로 보유하고 있는 잠수정의 종류마다 그 제반 비용이 다르게 소요되겠지만, 필자가 몇 년 전 탑승할 때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한 번의 잠항에 최소 2억원 정도였다.

그 동안 물가상승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어느 정도 일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왜 이리 앞 다투어 만드는 것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첨단 기술 축적을 통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거나 관련 기술을 군사적 장비에 활용하는 등등 다양하게 존재하겠지만, 여기서는 잠수정이니 바다속 자원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일본 잠수정 'Shinkai6500' 탑승 전 필자(사진 위). 중국 자오룽호가 7062m 잠수기록을 세우기전까지 6527m로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했던 'Shinkai6500'(사진 아래).
일본 잠수정 'Shinkai6500' 탑승 전 필자(사진 위). 중국 자오룽호가 7062m 잠수기록을 세우기전까지 6527m로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했던 'Shinkai6500'(사진 아래).
바닷속에는 지상에서 찾을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생물자원, 광물자원, 에너지자원 등이 끝없이 널려있다. 일부 자원들은 항시 재생산되기 때문에 무한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금, 은 등이 포함되어 고부가가치의 광물로 인정받는 열수광상이 분포된 열수분출공, 동태평양에 있는 망간, 니켈, 코발트가 함유된 전 세계의 망간 단괴, 망간 각 광구, 심해저에 서식하는 수 많은 생물로부터 추출되는 신물질, 효소, 에너지 등. 성능이 좋은 잠수정을 만들어 보다 더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면 갈수록 우리 인간에게 여러 목적으로 필요한, 획득할 수 있는 자원의 종류나 양은 그만큼 늘어난다.

앞에서도 일부 언급했지만 깊은 바다는 인간이 탐험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다. 따라서 이러한 곳을 미리 선점할 수 있는 장점도 그 중 하나다. 인간은 끊임없이 달성한 기록이나 목표들을 여러 가지 모습으로 그 기록을 경신하여 왔고, 뛰어넘어왔다. 앞으로 사람들은 과연 얼마만큼 더 깊은 바다에 가고 싶어할까?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 유인잠수정을 만들려고 할까?

전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는 마리아나해구의 첼린져해연으로 약 1만1000미터 정도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 인간들은 언젠가는 여기까지 내려가고 싶어 할 것이다. 유인잠수정과 무인잠수정에서 가장 깊은 잠항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일본이 중국의 최근 기록에 대해 자극을 받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일본의 지인들을 통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심해전문연구기관인 일본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을 통해 1만2000m까지 잠항 가능한 유인잠수정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이 기관은 'Kaiko'라는 무인잠수정으로 1만1000m까지 잠항을 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1만2000m까지 잠항 가능한 잠수정을 만드는 기술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한 부분인 잠수정 주조종사, 보조조종사, 과학자 등 관찰자가 탑승하는 부분(pressure hull)에 대한 건조 기술이 성공 여부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본다.

이 부분은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 어느 것 하나 세부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곳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는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6000m까지 내려갈 수 있는,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잠수정 '해미래'가 개발되어 있다. 세부적으로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운용 및 활용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는 걸음마 단계이다. 잠수정만을 탑재해 움직일 모선도 없는 아주 열악한 실정이다.

조사 및 탐사에 있어 가장 효율성이 높은 유인잠수정은 단 한 대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몇 미터까지 갈 수 있는 잠수정이 있느냐가 아니라 몇 미터라도 바다 속에 내려갈 수 있는 유인잠수정이 단 한 대도 없다는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양대 주변 국가인 중국의 '자오룽'호가 세운 잠항 세계 기록과 얼마전 막을 내린 여수해양엑스포 기간 중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의 'Shinkai 6500'행사를 계기로 한국의 관련 기관과 관계자들이 유인잠수정에 대해 눈을 떴다는 것이다. '늦다고 생각한 시점이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이라도 그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서 세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과학기술의 나라, 한 걸은 더 나아가 세계의 해양 강국으로 거듭나는 우리 나라 '대한민국'이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김동성 박사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일본 동경대학교 대학원 이학부 생물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반연구본부장과 해양생태계연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해양과학분야에 있어서는 베테랑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건립 자문위원과 해양과학 기술분류체계 수립을 위한 분과위원, 해양환경영향평가 자문위원 등을 수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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