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지원받고 삼성과 협력…지역학교 연계한 인재수급 주효
이창화 대표 "꾸준한 기술·인력개발에 인연 소중함도 깨달아"

최근 과학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화두 가운데 하나가 '융합'이다. 글자 그대로 '서로 섞이거나 조화되어 하나로 합쳐진다'는 뜻이다. 융합하기 위해선 소통이 필요하고, 소통과 융합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상생'이다. 마이크로웨이브 부품 및 모듈 전문업체인 '에드모텍', 대덕의 대표 벤처인 에드모텍은 대표적인 '상생' 모델로 꼽힌다.

산연 협력·대중소기업 협력…작은 인연서 시작

ETRI원구원 출신인 이창화 대표가 지난 2000년 창업한 '에드모텍'은 이동통신단말기와 중계기 등에 들어가는 장비를 전문으로 개발해 오고 있는 벤처다. "기술력이 있으면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창업했지만 이 대표는 곧 현실의 냉혹함을 맛봤다. 시장에 직접 부딪혀 그 생리를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게 창업 이후 4년쯤이 지나서다. 기술은 뛰어났지만 뚜렷한 수익구조를 만들지 못하면서 시장진입의 어려움을 실감한 것이다.

그래도 이 대표와 에드모텍 임직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 앞에 닥친 어려움을 타개할 방법은 '기술개발'뿐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에 집중한 결과 에드모텍은 이동통신 중계기 기지국용 주요 부품인 '아이솔레이터'의 국산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에드모텍의 기술개발에는 이 대표가 몸담고 있던 ETRI의 역할이 컸다. 창업 당시는 물론이고 6,7년 전부터는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이 대표는 "대기업에 납품하려면 여러가지 시험을 거쳐야 한다. ETRI가 가까이 있지 않았다면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TRI가 추진한 다양한 중소기업 기술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해 효과를 톡톡히 본 이 대표는 ETRI에 고마움을 표하는 동시에 더 많은 지원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을 향해서도 이같은 지원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업계에서 어느 정도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던 에드모텍에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 건 2005년경이다. "2005년 삼성전자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다급하게 전화를 해왔다. APEC 정상회담 때 와이브로 시연을 해야 하는데 시연장비 부품이 급히 필요하다고 했다. 원래 외국산 부품인데, 지금 주문해도 4주가 넘게 걸린다며 다급해 했다"고 이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시연 때 쓰일 부품 샘플을 만들어 달라고 했고 우리쪽에 그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자재가 있었기 때문에 무상으로 두개를 만들어줬다. 그때는 그 인연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APEC 정상회담이 끝난 몇달 후, 삼성전자 연구원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면서 이 대표는 "그 연구원이 다른 부품도 만들수 있냐고 물었고, 우리는 당연히 된다고 했다. 삼성 쪽에서 중소기업이라 불량걱정도 했지만 전에 우리 도움을 받았던 그 연구원이 어려울 때 도와준 기업이라고 한 마디 거들었다고 하더라"며 말을 이어갔다.

이어 이 대표는 "샘플 몇 가지를 삼성쪽에 만들어 보내다가 3~4년 후부터 삼성전자 정식 협력업체로 납품했다. 우리 회사가 규모도 작고 어려웠던 시기였는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며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ETRI를 통해 신뢰성시험, 환경시험, 환경유해물질 시험 등을 거쳐 삼성의 정식 협력 업체가 된 에드모텍은 이후 보다 안정적인 운영으로 회사의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직원수도 10여 명에서 40여 명으로 늘었고 수출 규모도 작년에 직접 수출 9만 달러를 달성했다. 관련분야 해외전시회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해 일본 요코하마서 열리는 마이크로웨이브 전시회에는 3년 연속으로 전시부스를 마련, 해외 마케터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창화 에드모텍 대표. ⓒ2012 HelloDD.com

산학협력 통한 인재개발 노력으로 기술력 이끌어

에드모텍은 산연 협력, 대·중소기업 협력뿐 아니라 산학협력에도 힘쓰고 있다. 3년 전부터 대전 전자디자인고등학교와 협력을 맺으면서 시행 중인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은 에드모텍이 병역 지정업체로 선정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산학협력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연초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학교측에 요청하고 학교는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교육을 시킨다. 그렇게 교육받은 고3 학생들이 9월부터 우리 회사에 와서 직접 실습을 하게 된다"며 "병역 지정업체 선정 전에는 군입대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4년 정도 우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산학협력을 시작한 그 해부터 병역 지정업체였더라면 더 많은 인력이 회사에 남아있었을 거라며 아쉬워 하는 이 대표는 지금 두 명의 인력이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드모텍은 이뿐 아니라 호서대, 충남대, 배재대의 관련학과와 가족기업을 맺어 대학과 기술협력도 하고 있다. 대학에 소규모 프로젝트를 주기도 하고 대학 연구실의 인력을 에드모텍에서 활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협력을 주고받고 있다.

이 대표는 또 현재의 직원들에 대한 투자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석사까지는 가능하면 지원해주고 싶다"고 언급한 이 대표는 "세미나 참석이나 청강은 지금도 많이 하고 있다. 회사뿐 아니라 직원들도 같이 커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워도 인력에 대한 투자는 조금씩이나마 계속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력에 대한 투자 효과는 높아지는 기술력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최근 높아진 에너지 효율에 대한 관심을 대변해 지난 2009년에는 '스마트 미터링'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 미터링'은 무선통신기술을 활용한 능동형 측정장비로 이 장비를 각각의 모터에 장착하면 실시간으로 전기사용량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장비에 대한 설명을 하며 "문제가 있는 모터는 전기를 많이 쓰게 된다. '스마트 미터링' 기술은 어떤 모터, 혹은 어떤 기계가 전기를 평균보다 많이 썼는지를 파악해 에너지와 공정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에드모텍은 향후 '거리측정용 레이더' 개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주유소 탱크에 기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기 위해 레이더를 쏴서 반사돼 오는 시간차로 계산하는 장치를 개발코자 한다"며 "국가지원 연구사업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댐 수위 조절 등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에드모텍의 부품을 콕 찍어 주문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 이유를 이 대표는 "제품에 회사 홈페이지 주소를 넣어 놓은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터키,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 '이 부품을 사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며 "거래가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2005년 기술리더십 기업으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2007년에는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되며 관련 업계의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에드모텍. 산학연 협력, 대·중소기업 협력모델로 앞서가고 있는 에드모텍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에드모텍이 생산 중인 전력량 무선 중계기. ⓒ2012 HelloDD.com

▲차량 측후방 레이더 센서를 비롯한 에드모텍 생산 제품.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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