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은아 '엑스포과학공원 제대로 살리기 시민대책위' 의장
"대전시 너무 쉽게 공익성 포기…더디 가도 시민·과학계뜻 모아야"

엑스포과학공원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사업강행'을 주장하는 대전시의 공방이 연내로 예정된 대전시-롯데 간 업무협약 체결을 앞두고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1일 '2012 행정사무감사 대전시민네트워크'를 구성하고 6일부터 시작하는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롯데복합테마파크 조성 관련 쟁점을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엑스포과학공원은 대덕연구단지와 함께 대전의 '과학도시' 이미지를 상징하는 큰 축. 또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지척에 있어 대덕연구단지 역시 이번 재창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먼저 대전시에 맞서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는 엑스포과학공원 제대로살리기 범시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의 고은아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나 롯데테마파크 추진계획과 관련한 쟁점들을 살펴봤다. 

◆"수익성에만 급급 공익성 외면…국가과학교육의 장 만들겠다는 약속 지켜져야"

- 시민단체들이 이렇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대전 지역 사회단체들의 정기모임이 지난 2월에 열렸다. 당시 새로 생긴 대전마케팅공사가 롯데와 복합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는데 진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다른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었다. 특히 교통 문제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찮았는데 대전시는 특별한 대책이나 반론 없이 강행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각계의 우려 목소리가 높고 또 대전시 전체에 오랫동안 미칠 영향이 큰 사안인만큼 시민들이 힘을 합쳐 실익을 제대로 따져보고 진행하자는 것이다."

- 대책회의는 롯데테마파크 건립을 전면 반대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엑스포과학공원은 1993년 엑스포 이후 대전시민들에게 과학도시 대전을 상징하는 자랑스러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개최 당시와 전혀 달라진 게 없이 방치되고 노후화해 흉물로 변했고 시민들에게 실망을 주는 공간이 된 게 사실이다. 엑스포과학공원이 재창조돼야 한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전제조건은 특혜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특정기업에 몰아주며 수익성을 따지기보다는 엑스포과학공원 본래의 공익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 운영에 따른 누적적자를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인데?

"대전시는 1999년 엑스포과학공원을 국민과학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고 정부로부터 이곳을 무상으로 양여받았다. 또 엑스포과학공원 운영과 발전을 위한 비용으로 1000억 원에 이르는 지원금도 받았다. 하지만 지원금은 다른 명목으로 모두 사라지고 대전시가 공언했던 재창조 사업 역시 10년이 넘도록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을 채 애물단지라고 부르며 수익성 타령만 해왔다. 그러다가 롯데가 제안을 해오니까 국민과학교육의 장이라는 취지나 과학도시 대전의 미래에 대한 특별한 고민없이 손쉬운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이다."

- 대전시는 막대한 지역경제 파급력과 고용창출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전시와 롯데는 연인원 1100만 명이 테마파크를 찾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에 따른 경제유발효과를 2조 6000억원대로 추산하고 또 고용도 크게 늘 것이라고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다. 국책사업이든 민자사업이든 대부분의 사업타당성 검토가 여론몰이를 위해 부풀려진다는 점을 생각해 객관적으로 수요예측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최대의 테마파크인 에버랜드가 있는 용인시도 교통체증만 심해졌을 뿐 실제 지역경제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고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롯데테마파크의 놀이시설과 쇼핑시설에 6000명을 새로 고용한다지만 잠실롯데월드 직원 가운데 절반이 비정규직인 점을 보면 이곳 역시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최저임금 수준의 나쁜 일자리만 생길 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대기업 자본과 대형유통매장이 입점하면 지역 중소상인들의 몰락도 부채질하게 된다."

- 대책회의는 특별히 교통 악영향을 거론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심각한가?

"대책회의의 자문그룹뿐만 아니라 대부분 교통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연간 1000만 명 방문으로 잡으면 하루 1만대꼴로 주변 교통량이 늘어나게 될 텐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근의 대덕대로는 지금도 대전시 도로 중 최하위 수준의 도로정체구간이고 과학공원사거리와 도룡사거리도 상습적으로 정체가 일어나는 곳이다. 설령 기술적으로 해결한다 해도 그에 따른 비용감당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도시교통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는 대전시민·과학계 공동의 문제…연구단지 아이디어 절실"
 

▲고은아 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 
ⓒ2012 HelloDD.com
-대전시는 "85%가 넘는 시민이 찬성한다"는 것을 근거로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인데?

"나도 직접 그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문항들이 전혀 객관적이지 않다. 충분한 배경설명 없이 '2조 6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있는데 찬성하는가'라고 물으면 어느 시민이 반대한다고 하겠는가? 명분을 만들기 위한 요식행위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개발 호재라고 찬성하는 여론도 많다. 대책회의가 듣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어떠한가?

"실제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변 토지가격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마다 찬반입장이 조금씩 다른데 만년동 지역은 지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일정 부분 있는 게 사실이고, 도룡동과 전민동 등 연구단지 지역은 주거와 교통환경 악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다. 유성구는 대체로 우리 지역에도 대형 백화점 하나 들어와야 하지 않겠냐며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해 대책회의는 시민들이 롯데테마파크 건립의 실익을 충분히 파악하고 찬반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찬성측으로부터 자칫 발목잡기라는 비판도 들을 수 있을 텐데?

"대전시가 엑스포과학공원을 무상양여 받은 뒤로 여러 차례 재개발에 대한 용역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관계에 있는 시민사회나 과학계가 참여 요청을 받거나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늦었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엑스포과학공원을 본래의 취지에 맞게 재창조하는 방안에 대해 대전시민 전체가 논의의 장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전시는 '44% 공공개발'을 근거로 과학공원의 상징성이 훼손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회의의 입장은?

"대전시는 롯데가 놀이시설과 상업시설로 개발하고 나머지를 공공개발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 44%에는 드라마타운과 컨벤션센터, 그리고 엑스포과학공원 기념시설이 일부 들어 있을 뿐이다. 이것이 과연 국민 과학교육의 장, 과학도시 대전의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내용이냐고 묻고 싶다. 또 대전시와 롯데의 계획대로라면 갑천과 직접 대하는 과학공원의 대표부지는 쇼핑몰 등의 상업시설이 점령하게 된다. 전세계 어디에도 연구교육시설이 집적된 공간에 이렇게 큰 상업시설이 들어선 사례를 알지 못한다. 또 이런 훼손을 지방정부가 나서서 한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대책회의가 주장하는 '과학도시 대전에 도움이 되는 엑스포 재창조'는 어떤 내용인가?

"기본적으로 이번 롯데테마파크 건립계획은 엑스포과학공원의 원래 취지에 반하는 재창조 사업이다. 또 대전시가 했던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지만, 대전시민은 '과학도시'라는 이미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미래에도 계속해서 이런 이미지를 가져가고 싶어한다. 과학도시 대전의 고유성을 지키고 차별성을 키우기 원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20년간 대전시의 시도도 없었지만 시민들의 관심 또한 적었다. 우리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롯데테마파크라는 손쉬운 시도보다 다소 더디게 가더라도 대전의 미래, 과학도시로서의 비전을 담을 수 있는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현재 대시민 홍보활동과 함께 '내가 시장이라면?'이라는 제목으로 엑스포과학공원 살리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 11월경까지 아이디어를 모아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해 좋은 제안들을 추려 대전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 엑스포과학공원은 대전만의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대선후보들에게도 이런 내용들을 담은 시민정책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대덕연구단지도 관계가 있는 문제다. 연구단지 관계자나 단체와도 협력할 계획이 있는가?

"현재 400여 명의 대책회의 구성원 중 공공연구노조와 일부 과학기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과학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과학공원이 연구단지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대전시민들이 과학도시 대전을 자랑스러워하는 데는 대덕연구단지의 영향이 크다. 또 국가과학교육의 장인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은 과학도시 대전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만큼 누구보다 과학계의 아이디어와 참여가 절실하다. 적극적인 관심을 바라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서로 유리된 대전시민과 과학계가 더 폭넓은 교감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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