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연석의 로켓과 우주개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로켓개발에 참여하면서 처음 O-링을 설계한 것은 1990년경이다. 과학로켓 1호(KSR-1)에 사용할 고체추진제로켓의 추진기관 개발 책임자로 일할 때다. 고체 추진제 로켓 모터안의 온도는 보통 섭씨 2000도가 넘는다. O-링은 로켓 몸통 속에 점화기를 설치할 때와 화염의 분사구멍인 노즐을 몸통에 열결해 고온, 고압의 가스가 로켓 몸통에서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할 때 사용한다.

미국의 우주왕복선에 사용한 고체추진제 추력 보강용 로켓에서는 몸통과 몸통을 연결할 때도 사용하였다. 실리콘 고무재료로 만들기는 하지만 설계해서 실제로 실험할 때까지 이 작은 O-링이 잘 견디어 줄지 조마조마하며 실험을 한다. 큰 소음에 불을 내뿜으며 연소실험이 아무문제 없이 잘 끝나면 작은 고무 O-링이 제 역할을 해준 것이다.

1986년 2월 미국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몇 번의 연기 끝에 발사되었다. 이 우주왕복선에는 미국 전역의 교사 중에서 처음으로 우주비행을 할 여교사 크리스타 매콜리프가 타고 있었는데 발사 75초만에 O-링으로 화염이 새는 바람에 폭발하고 말았다. O-링이 고무로 만든 간단한 부품이고 많은 유체기계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지만 때로는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로호 3차발사 준비과정에서 생긴 O-링의 파손 문제는 단순히 O-링의 문제가 아니고 O-링이 들어있는 추진제 주입포트에 문제 있는 것으로 밝혀져서 교체후 발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나로호 프로그램에서 많이 회자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과연 나로호를 발사하면서 우리가 배운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2002년 11월 28일 발사에 성공한 국내 최초의 액체추진제 과학로켓, KSR-3를 개발할 때 일이다.

액체 엔진을 개발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 중하나가 지상연소시험이었다. 엔진이 제 성능을 발휘하는지 확인하려면 꼭 시험을 해야 하는데 당시 국내에는 액체로켓엔진시험시설이 없었다. 연구원내에 건설하고 있었지만 사용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엔진 시험 하는 방법도 배울 겸 러시아 엔진시험시설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로켓엔진 시험도 MTCR이라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의 규제를 받는다. 우리 엔진은 추력이 13톤짜리였는데 8초까지만 시험을 해줄 수 있다고 해서 연구원들이 엔진을 가지고 러시아로 갔다. 엔진이 러시아연구소에 도착했는데 정작 러시아 연구원들은 불이 붙을지 폭발할지 모르는 엔진을 시험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발사날짜는 다가오는데 사업책임자로써 어떻게든 해결하여야했다.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한국식당으로 러시아 연구소의 간부들을 비롯한 핵심 연구원을 초청해서 불고기 파티를 하면서 부탁을 하였다. 제발 불만 한번 붙여보자고…. 불고기 안주에 보드카에 취해서 그랬는지 불을 붙여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다음 날 불을 붙여서 0.1초 동안 시험을 하였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시작을 해서 8초까지 시험을 성공적으로 하고 그 이후는 항우연의 엔진시험장에서 60초까지 시험을 끝낸 후 성공적으로 발사하게 되었다. 당시의 계약은 '항우연의 로켓엔진을 8초 동안 시험해주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자체 개발한 액체엔진의 성능도 확인하고 연소 시험하는 방법도 어깨 너머로 배우게 되어 국내에서 액체로켓엔진시험을 독자적으로 하는데 훌륭한 경험이 되었다.

항우연에서 나로호 프로그램을 하는 목적은 100kg짜리 과학시험위성을 국내의 우주센터에서 발사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II)'를 국내에서 자체 개발하는데 필요한 각종기술을 얻는데 있다. 나로호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는 우주센터를 외나로도에 구축하였고,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진입시킬 때까지 추적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시험할 수 있었다. 우주발사체를 준비해서 발사하는 과정도 경험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상에서 시험할 수없는 진공인 우주공간에서 작동하는 2단 로켓과 페어링을 어떻게 설계하고 제작해야하는지를 배우게 됐다. 이는 한국형발사체 2, 3단 개발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1단 로켓을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걱정이 많다.

항우연에서도 한국형우주발사체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액체추진제엔진개발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로호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03년부터 추력 30톤짜리 액체엔진 개발을 시작해 추력 75톤짜리 엔진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했다. 문제는 국내에 액체추진제 로켓엔진 시험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KSR-3 개발하기 위해 건설한 추력 13톤짜리 엔진시험 시설을 확장하여 30톤짜리 엔진을 부분적으로 시험하는데 사용하였지만 75톤짜리 엔진을 개발하기위해서는 새로운 엔진시험시설을 빨리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원들도 심신이 많이 지쳐 있지만 힘과 정성을 모아 나로호 3차 발사를 꼭 성공시켜 국민의 많은 지원과 사랑에 보답하고 활기차게 국산우주발사체인 한국형우주발사체 개발 사업이 진행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채연석 박사  
채연석 박사는 2005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수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에는 연구원에서 전문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로켓 박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으며, 2005년 KSR-Ⅲ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우주소년단 부총재로 우리나라의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우주시대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채 박사는 '채연석의 로켓과 우주개발'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우주시대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글로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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