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수, 과학정책을 논하다]

과학기술정책에서 자주 쓰는 용어 중에 '선택과 집중'이 있다. 물적·인적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특정한 부분을 선택해 거기에 집중하자는 뜻이다. 사실상 선택과 집중은 정책의 기본적 성격을 보여주는 것으로 과학기술정책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정책에서 접할 수 있는 논리다.

문제는 선택과 집중이란 논리가 적재적소에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는 황우석 사건이 남아 있을 것이다. 황우석 사건을 통해 우리는 줄기세포가 무엇인지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줄기세포에는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가 있고,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잔여배아(냉동배아)를 이용할 수도 있고 복제배아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황우석이 스타 과학자로 부상했을 때에는 성체줄기세포나 잔여배아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 되었고, 오로지 복제배아줄기세포에만 대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선택과 집중이란 명목이었다. 이처럼 한 곳에 투자가 집중되다 보니, 다른 접근법을 활용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황우석 사건 이후에 보고된 국내외의 많은 연구성과들은 성체줄기세포나 잔여배아를 활용한 것이었다. 실제로 황우석은 2천 개가 넘는 난자를 사용하고도 단 한 개의 복제배아줄기세포도 수립하지 못했다는 점이 밝혀졌고, 그것은 복제배아줄기세포가 기술적으로도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점을 잘 보여 주었다.

당시 줄기세포에 대한 세 가지 방향의 연구를 균형 있게 지원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될 때에는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특정한 입장을 편들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4대강 사업을 동시에 진행시키지 않고 당시에 논란이 상대적으로 덜 했던 특정한 강만을 대상으로 시범적 사업을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책학에 대한 많은 논의는 새로운 정책일수록 시범사업과 같은 정책실험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계에서 가장 많은 화두가 되었던 것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일 것이다. 동 사업은 기본적으로 기초과학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의 논리가 강하게 적용되었고, 대전, 대구·경북·울산, 광주를 중심으로 연구단을 형성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러한 지역을 선택하는 데에는 연구개발특구와 과학기술 특화대학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대전, 대구·경북, 광주·전남은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어 있었던 지역이고, 해당 지역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같은 소위 '과학기술 특화대학'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에서 소외된 지역들이 다음에도 비슷한 과학기술정책이 추진될 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까봐 연구개발특구로 지정을 받고 과학기술 특화대학을 설립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전국이 연구개발특구가 되어 '특구'의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그렇잖아도 대학이 많아서 문제인데 또 다른 대학을 설립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몰리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특정한 부분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다른 접근법을 활용하는 연구를 위축시킬 수도 있고, 별다른 선택이 없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엄청난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선택과 집중에 대한 근거가 예기치 않았던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선택과 집중의 논거는 타당한지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선택과 집중이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송성수 교수  ⓒ2012 HelloDD.com
송성수 교수는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한 뒤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 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 부산대 기초교육원 교수를 지냈습니다. 현재는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임 중이며, 과학기술학 협동과정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실적은 '한국 과학기술정책의 특성' '대중과 과학기술' '한국의 과학기술종합계획에 관한 내용분석' 등 다수이며, 저서로는 '과학기술과 문화가 만날 때' '사람의 역사, 기술의 역사' '과학기술과 사회의 접점을 찾아서' '한 권으로 보는 인물과학사'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대전지역 특성을 살린 과학기술혁신 종합계획' '과학기술기본계획' '과학기술문화창달 5개년 계획' 등 정책연구에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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