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진 서울대 교수팀 개발 "최고수준 슈퍼컴 우리도 가능"

국내 연구진이 기존의 슈퍼컴퓨터에 비해 구축비용과 전력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인 슈퍼컴퓨터 '천둥' 개발에 성공했다.

천둥은 지난 12일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개최된 '2012 슈퍼컴퓨팅학술대회(SC)'에서 뽑은 세계 500위권 슈퍼컴퓨터 톱 500(http://top500.org)에서 당당히 278위를 차지했다. 이재진 서울대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국내에서 톱 500에 포함된 슈퍼컴퓨터는 기상청의 해온·해담(77위·78위)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타키온 II(89위) 등 총 4대 이지만, '천둥'을 뺀 나머지는 외국에서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슈퍼컴퓨터의 계산 속도를 평가하는 프로그램 '린팩 벤치마크'로 측정한 천둥의 계산 속도는 106.8테라플롭스(TFLOPS)다. 이는 초당 106.8조 번의 실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속도다. 

▲이재진 서울대 교수. ⓒ2012 HelloDD.com
연구팀은 천둥의 규모를 3배로 키우면 기상청의 해담과 해온, KISTI의 타키온 II와 같은 수준의 성능을 달성할 수 있으며, 구축비용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천둥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부품(CPU, GPU, 메모리, 마더보드, 인피니밴드 네트워크)과 연구팀이 자체 설계한 냉각 시스템을 이용해 제작됐다. 천둥의 노드 당 계산 속도는 1.907테라플롭스로, 톱 500에 올라간 클러스터 구조의 슈퍼컴퓨터 중 2번째로 빠르다.

특히 GPGPU(General Purpose computing on GPU) 기술을 사용한 슈퍼컴퓨터 중에서는 가장 빠르다. 연구진은 천둥은 다른 슈퍼컴퓨터들에 비해 적은 수의 노드를 사용해도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어 구축비용이 절반 이하로 크게 절감되고, 차지하는 공간과 전력소모도 현저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슈퍼컴퓨터는 대부분 여러 대의 컴퓨터를 빠른 속도의 네트워크로 연결한 클러스터 구조로 만들어진다. 천둥은 각 노드에 4개의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장착하고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을 적용해 이들 GPU를 효율적으로 일반적인 계산에 사용해 한 노드에서 많은 양의 계산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노드 당 성능이 높아짐에 따라 전력효율도 크게 높아진다.

천둥의 전력효율은 와트당 약 1870메가플롭스(MFLOPS)다. 이는 지난 6월 세계 500위 슈퍼컴퓨터들의 전력효율을 분석해 발표한 Green500 리스트의 슈퍼컴퓨터들과 비교했을 때 세계 21위 정도의 수준이다. 연구팀은 천둥의 설계를 바탕으로 국산 고성능 클러스터 시스템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재진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연구개발은 톱 500에서 돌아가며 1위를 하고 있는 미국,일본,중국 등의 슈퍼컴퓨터 강국들에 비해 매우 뒤쳐져 있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비용과 성능, 전력효율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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