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생명연·경상대 등 참여 국제컨소시엄 '네이처' 발표
돼지 19개 염색체·총 28억쌍 유전체 해독…사람 유사성 재확인

자그마치 132명의 과학자가 하나의 일에 매달렸다. 돼지 유전체 지도 작성이 바로 그것이다.

15일 농촌진흥청(청장 박현출)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오태광)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기준이 되는 돼지 유전체 지도가 완성됐다. 이번 성과를 통해 향후 돼지 육종 개량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또한 많은 질병관련 유전자 정보를 통해 질환모델동물로서 돼지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돼지 유전체 해독은 국제 컨소시엄을 통해 진행됐다. 한국 측 대표로는 농촌진흥청과 경상대학교, 생명연이 참여했으며, 연구를 통해 '돼지 유전체 해독을 통한 돼지의 집단통계학과 진화 해석 가능'이란 논문이 네이처에 표지 논문으로 발표됐다.

연구진들은 듀록 암컷돼지 한 마리를 대상으로 19개의 염색체에서 총 28억 염기쌍을 해독해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돼지 유전체 해독을 통한 돼지의 집단 통계학과 진화에 대해 해석한 결과, 돼지의 원조상은 동남아시아에서 유래됐으며 약 백만 년 전에 유럽과 아시아로 나뉘어 독립적으로 진화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돼지 유전체에 대해 인간을 비롯한 총 6개 포유동물에서 공통적인 유전자 9000개를 대상으로 비교 분석해 본 결과, 사람과 매우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직과 장기의 모양을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유전자들이 돼지와 사람, 그리고 개가 서로 비슷해 바이오장기용 모델동물로서 돼지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재논문 '네이처(Nature)' 11월호. ⓒ2012 HelloDD.com

또한 다른 포유류에 비해 돼지의 면역과 후각 체계 관련 유전자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제1형 인터페론 유전자들의 경우 사람보다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돼지에서 총 1301개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들을 발견했으며 이는 사람, 쥐, 심지어는 개보다도 많은 것으로 돼지가 후각기능이 매우 발달한 동물임을 유전정보차원에서 증명했다.

그러나 돼지의 미각 관련 유전자는 염색체 재배열 등으로 인해 그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돼지는 진화 과정에서 염색체 재배열을 통해 짠맛과 관련된 유전자가 위치 변동을 해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하며, 단맛과 관련된 유전자에는 반복서열이 여러 개 삽입돼 그 기능이 떨어진다. 쓴맛의 경우에도 인간의 25개보다 작은 17개 유전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경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는 "국제적으로 기준이 되는 돼지 유전체 지도가 완성돼 앞으로 가축 육종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과 더불어 인간 질병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앞으로 듀록 품종의 돼지 기준 유전체 지도를 바탕으로 한국 재래돼지의 정밀 유전체 지도를 완성하는 한편, 유전체 변이를 이용한 품종 개량 연구를 할 계획이다.
 

연구진 인터뷰 Q&A

Q. 돼지 기준 유전체 해독을 국제 공동참여로 수행한 까닭은?

최근 DNA 염기서열 해독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는데 일주일이면 가능한 시대이지만, 기준 정밀 유전체 지도가 없으면 현재에도 불가능합니다. 또한 돼지 유전체 해독을 시작할 시점에는 현재와 같은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으며, 주요 선진국이 함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돼지 기준 유전체지도는 기존 방식과 새로운 방식이 추가돼 다른 가축보다도 더욱 정밀하고 정확하게 작성됐습니다.

Q. 주요 가축 중에서 돼지가 가장 늦게 유전체 지도가 만들어진 이유는?

세계의 유전체 해독 연구 분야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에서부터 매우 다른 닭, 소, 말과 같은 동물에 우선 순위를 두었습니다. 먹거리인 돼지의 생의학적 의미가 대두되면서 늦게나마 시작하게 됐습니다.

Q. 국제컨소시엄 추진에 소요된 총 예산은?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유전체 해독을 위해 미국 농무성(USDA), 미국 양돈협회, 아이오와대학,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영국 생명공학연구소(BBSRC), 영국 환경식품농무부(DEFRA) 및 유럽연합(SABRE)에서 총 270억 원(24.3백만 불)을 지원했습니다. 다른 참여나라는 자체 연구비를 마련해 담당 분야를 수행했습니다.

Q. 한국에서 투입된 연구 예산과 재원은?

한국은 농촌진흥청 예산으로 참여했습니다. 주요 재원은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21 연구사업비 23억 원과 국립축산과학원 기관 연구비 14억 원이 소요됐습니다(총 37억 원). 한국의 재원은 국제 컨소시엄 담당 물량을 처리하는 것과 자체 한국재래돼지 유전체 해독 연구에 투자됐으며, 국제 컨소시엄 유전체 비용은 대부분 바이오그린21 연구비가 사용됐습니다.

Q. 유전체 해독 방법 중 샷건 방법은 어떤 것인가?

대상 DNA를 무작위로 일정한 크기(한국은 4~8kb)로 절단하고, 이를 다시 대장균에 옮겨서 증식할 수 있도록 조작을 합니다. 조작된 대장균 클론에서 증폭된 DNA 절편을 다시 꺼내어 이를 양쪽 말단으로 염기서열 해독해 정보를 얻습니다. 얻어진 정보는 컴퓨터를 이용해 서로 조합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전체 지도가 만들어집니다.

Q. 국내 연구진은 각각 어떤 역할을 수행하였는가?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 부분과 유전체 지도 정보에 대한 정밀 분석에 참여했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과 경상대학교(고 전진태 교수팀), 한국생명공학연구원(박홍석 박사팀) 및 건국대학교(박찬규 교수팀)에서는 국제 컨소시엄 시료에 대한 염기서열 해독을 담당했습니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서울대학교, 건국대학교와 함께 유전체 정보에 대한 비교분석을 수행해 논문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Q. 돼지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많은 이유는?

돼지는 개보다도 더 후각이 발달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돼지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를 돼지 기준 유전체 지도에서 확인한 바, 개보다(1094개) 많은 1301개가 있었습니다. 유전자의 개수로 후각의 발달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유전자의 수가 증가된 것이 후각 발달과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Q. 한국 재래돼지의 유전체 정밀 지도가 필요한가?

이번에 발표된 돼지 기준 유전체 지도는 듀록 품종의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재래돼지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정밀 유전체 지도를 작성해야 합니다. 한국 재래돼지의 정밀 유전체 지도가 완성되면 듀록 품종에는 없고 한국 재래돼지에만 있는 유전체 구조를 밝히고, 이들의 기능을 연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국 재래돼지의 상업성을 높이도록 개량을 하기 위해서는 유전체 수준의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Q. 유전체 변이는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되는가?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체는 99%가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1%가 다르다는 것이고, 인종 간에는 약 0.1%가 다르며 개인 간에는 0.01%가 다르다고 합니다. 이러한 유전체 서열이 다른 것을 유전체 변이라고 하며, 이들 변이가 품종이나 개체의 특징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돼지는 전세계적으로 100여 품종 이상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각기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전체 변이를 이용한 품종 개량을 위한 시도가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도 '스마트 384 chip'을 개발해 육질 개선을 위한 우수 종돈 선발을 시험 중에 있습니다. 조만간 한국인 기호에 적합하고 생산성도 높은 품종 개량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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