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서동진 박사팀, 농업폐기물 이용 연료용 에탄올 생산 기술 개발
인니 파일럿 플랜트 설치 완료…"과학기술로 에너지 동반성장 기회까지 잡아"

"인도네시아에는 팜나무가 참 많아요~ 팜나무에서 팜 오일을 생산할 수 있어 우리 생활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오일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답니다. 그래서 너무 고민이에요."(인도네시아 인)

"팜 나무 찌꺼기 때문에 고민하지 말아요~ 우리가 찌꺼기로 연료를 만들어 드릴게요!"(KIST 인)

최근 농업폐기물을 사용해 연료용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는 파일럿 플랜트를 개발하며 가장 바쁜 한때를 보내고 있는 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서동진 박사. 인도네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연구활동을 진두지휘 하느라 정신없는 요즘이지만 '과학 원조'를 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가슴 벅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KIST(원장 문길주)와 창해엔지니어링은 지난 5월 팜나무 찌꺼기와 같은 농업폐기물을 이용해 연료용 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인도네시아 세르퐁에 소재한 인도네시아 과학원 산하 화학연구소에 파일럿 플랜트를 설치했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임명된 사람이 서동진 박사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추진하는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의 ▲교육 ▲보건의료 ▲농림수산 ▲공공행정 등 단순 지원·원조와는 달리 동반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과학기술분야의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t:공적개발원조) 사업의 시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 의미가 크다.

즉 인도네시아에 플랜트를 설치해 줌으로써 함께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앞으로 팜나무를 이용해 얻은 에탄올의 일부를 우리나라가 저렴하게 수입하는 등 서로 윈-윈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동진 KIST 박사. ⓒ2012 HelloDD.com

서동진 박사는 "인도네시아는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팜오일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세계 2위 열대삼림 보유국으로 국가적으로 바이오에너지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기존의 ODA 사업과 달리 과학기술분야에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서 박사팀이 개발한 파일럿 플랜트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상업화되지 않은 차세대 바이오에탄올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기존 1세대 기술에서는 사탕수수나 옥수수 같은 식량자원에서 에탄올을 생산했지만 이 파일럿 플랜트에서 사용하는 2세대 기술은 식량이 아닌 농업폐기물을 이용해 연료용 에탄올을 생산한다는 것.

그는 "바이오에탄올은 사탕수수나 밀, 옥수수 등에서 얻는 것이 제일 쉽지만 지구촌 한쪽에서는 먹지 못해 목숨을 잃어가는 아이들이 있는 만큼 정당성에 대한 문제점이 있었다"며 기술적으로는 어려워도 농업폐기물을 이용해 연료를 생산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함을 강조했다.

◆ 나무 찾아 삼만리…"인도네시아 숲에서 죽을 뻔하기도"
 

▲인도네시아 현지조사 루트<사진=서동진 KIST 박사 제공> ⓒ2012 HelloDD.com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연료용 에탄올 전환에 가장 적합한 목질을 찾기 위해 직접 수마트라섬과 자바섬 등 숲속을 탐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죽을 뻔하기도 했지요."

2010년 12월 KIST의 서영웅 선임연구원, 양기석 기술원, 윤영현 기술원은 에탄올로 전환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 목질계통의 농업폐기물을 찾으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직접 인도네시아의 숲을 탐색했다. 숲속에서는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했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환경과 문화를 갖고 있지만, 순수하고 다정다감한 그들 덕분에 탐사를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

서영웅 선임연구원은 온순하기만 했던 현지인들에게도 반전은 있었다고 회상했다. 운전을 할 때만큼은 꽤나 난폭했던 것.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차를 타고 숲 속에 들어갔는데 맞은편에서 차가 달려오더군요. 그럼 속도를 낮추고 천천히 가야하는데 계속 속도를 내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가까워지자 속도를 낮추는 모습이 계속 반복됐는데 당시에는 죽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곧 익숙해지더라고요.(하하)"

또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 현지인들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조바심 내기도 했다. 서 선임연구원은 "더운 지방 사람들이라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는 일하는 것이 느렸어요. 하지만 워낙 착한 사람들이어서 부탁을 하면 일을 빨리 처리해 주기도 했다"고 추억했다. 그는 "현지인들 입장에서 우리가 정말 힘든 손님이었을 텐데 궂은 일도 마다않고 도와줘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완성된 파일럿 플랜트 모습. <사진=서동진 KIST 박사 제공> ⓒ2012 HelloDD.com

◆" 팜나무, 실은 에탄올 전환 가능성 낮은 나무"

"팜나무는 후보순위 3~4위였습니다. 너무 단단한 게 문제였거든요. 단단한 목질에서 바이오에탄올을 전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도전했습니다."
 

▲팜나무 열매. <사진=서동진 KIST 박사 제공> ⓒ2012 HelloDD.com
서동진 박사팀은 숲 속 탐사를 마치고 ▲연료용 에탄올 전환이 가능한 나무 ▲쉽게 수집 가능한 나무 ▲얼마나 풍부한 양을 가지고 있는가 등으로 나눠 총 4개의 후보를 집계했다. 그 결과 팜나무는 너무 단단해 3~4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 박사는 "매우 단단한 팜나무에서 바이오에탄올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은 향후 어떤 나무에서든 에탄올을 얻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며 선정이유를 밝혔다. 이어 "팜오일 찌꺼기는 불을 피우는 것 외에는 활용처가 딱히 마련돼 있지 않아 양이 풍부했다. 또 수집 루트도 잘 마련돼 있어 경제적으로 타당한 재료로 분류됐다"고 덧붙였다.

이 플랜트를 이용해 하루 얻을 수 있는 에탄올 양은 10리터 정도로 향후 기술적 가능성이 확인되면 하루 2~3만 리터의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확대해 상용화 할 계획이다.

"현재 얻을 수 있는 양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서동진 박사는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세계의 미래 에너지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경제성이 없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유가가 높아지고 지구온난화 때문에 이산화탄소 양을 줄여야 하는 지금 이 시기에 우리의 후손을 생각해서 이러한 사업을 만드는 것도 숙제"라고 말했다.

서동진 박사팀은 인터뷰를 마치고 6월 중순 다시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처음엔 음식문화가 잘 맞지 않아 잦은 출장이 고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현지 향신료가 그립기까지 하다고. 서 박사팀은 인도네시아에서 완성된 플랜트를 가동시키고, 현지인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조작방법을 지속해서 알려주고 있다. 이 외에도 관계자들과 함께 플랜트 관련 세미나도 개최 중이다.

* 용어 설명

-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t : 공적개발원조) : 한 국가의 중앙 혹은 지방정부 등 공공기관이나 원조집행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복지향상을 위해 그 국가나 국제기구에 제공하는 자금의 흐름. 본 활동의 주춧돌 역할은 OECD의 대표적 위원회 중 하나인 DAC(Development Assistant Committee)로 우리나라는 2010년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팜나무를 에탄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곱게 갈아야 한다.
<사진=KIST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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