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권 전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

대덕넷과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한 과학기술자를 대상 설문조사의 결과가 지난 9월 19일자 대덕넷에 발표되었다. 설문조사 결과의 주관식 답변 177개 중 첫 번째가 '전담부처 부재에 따른 장기 플랜 부족' 이고, 열 번째가 '출연연 원장 임기 3년마다 엄청난 변화-뒤집어 엎기' 였으며, 열여덟 번째가 '기관장 공모제의 불합리성-과학계의 정치 및 관료화-비본질적 업무 확산-과학성과 미비'였다.

이 답변에서 보듯이 출연연 기관장에 관한 사항이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의 큰 관심사이다. 올해 말까지 3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기관장을 뽑아야하고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정부조직의 개편에 따른 정부 출연연의 개편과 소관 정부부처의 이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관장들의 거취가 중요한 관심사이다.

사정은 다르지만 기관장의 임기가 가까워지면 기관의 분위기는 누가 기관장에 출마하고 외부에서는 누가 관심이 있는지가 많은 연구원들의 관심사이다. 때로는 관심이 지나쳐 볼성 사나운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투서도 종종 있고 후보 예정자들을 음해하는 소문들이 난무하기도 한다.

그중 연구원들의 제일 큰 관심사는 정부 고위층과의 역학 관계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약 20년간 근무한 경험으로 보았을 때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경험 없이 정치적인 배경만 가지고 소위 낙하산으로 임명된 기관장들은 대부분 성공적으로 기관을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특히, 대통령 선거철에 폴리페서(polifessor)들이 많이 생기듯이 연구보다는 기관장 자리에만 열중하는 폴리리서처(poliresearcher)들도 문제다. 이제 낙하산 인사는 없어야 한다. 출연연의 기관장을 잘못 뽑았을 때,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장은 관련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 조직을 관리할 능력과 미래를 투시하며 조직의 발전을 설계할 능력을 갖춘 분이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지식인들의 현실 참여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교수들의 정치권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정도의 문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분야에 지식들이 필요함에 따라 분야별 전문가 집단이 많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관리는 출연 연구기관을 잘 아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 우리나라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관리 시스템은 독일의 연구회 시스템을 참고하여 의욕적으로 5개의 연구회를 만들어 국무총리 산하에 두고 운영되었다.

비교적 잘 운영되었으나 폴리페서들이 이사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사회가 정부 부처의 시녀가 되었다. 특히 이 정부가 들어오면서 폴리페서들이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장을 대거 차지하면서 많은 문제들이 생겼다.

그런 연구기관 일수록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고, 연구기관의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대학 교수들이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폴리리서처들의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은 우선 연구기관의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더 나아가서는 정부가 지식인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기관 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정부예산의 낭비는 물론 연구결과의 질이 떨어지거나, 기관장의 횡포로 연구기관이 엉뚱한 방향으로 운영되어 결국은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게 된다.

대덕넷의 독자는 낙하산 인사로 기관장이 되면 연구원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하고 조직을 운영하면서 자기 영달만을 위하게 되어 결국은 부정부패로 귀결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의 도덕성 향상만이 낙하산 인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관장의 선임은 현 정부에서 이루어지는 마지막 정부출연 연구기관장 선임이다. 지금까지 관행으로 행해지고 있는 낙하산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여 이 정부의 도덕성이 향상되었음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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