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TEDx 참석차 KAIST 방문…로봇공학계 아인슈타인으로 불려
영화 스타워즈 보고 로봇공학도 꿈꿔 "즐겁게 일하되 사명감 가져야"

'과학을 뒤흔든 젊은 천재 10인' '로봇공학계의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의 아버지' '4개의 꿈을 놓치지 않고 이뤄가고 있는 Dreamer' 데니스 홍 미국 버니지아공과대학교 교수를 표현하는 말이다.

7살 때 스타워즈에서 본 우주선을 보고 너무 황홀해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는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의 꿈이 변해 본 적이 없었다고. 미래와 열정, 꿈을 만나 볼 수 있어 찾아왔다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지난 24일 그를 만났다. 사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꽤 많이 알려진 유명한 인물이다.

2009년 미국 과학잡지 '퍼퓰러 사이언스'의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 중 한 명에 꼽히면서 로봇공학계에서는 차세대 리더로서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해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10일 터키 이스탄불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세계로봇월드컵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성인형(키 130㎝) 경기에서 '찰리-2'로 우승하며 전세계 로봇 과학자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는 버지니아공대 기계공학과 교수이자 로봇메커니즘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미국에서 세계적인 인물로 성공한 9명을 인터뷰한 '꿈을 이뤄드립니다'의 저자 이채영씨는 이 책에서 데니스 홍을 이렇게 축약해 설명했다.

"일곱 살 때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리고 현재 세계적인 로봇공학자로서 그 때 그 꼬마를 흥분시켰던 로봇을 실제로 만들고 있다. 미국 과학잡지 '퍼퓰러 사이언스'가 뽑은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으로 선정되었고,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와 '타임'지가 선정한 2011년 최고의 발명품인 미국 최초의 휴모노이드 로봇 '찰리'를 개발했다. 세계 각국의 천재들이 지식경연을 벌이는 TED 컨퍼런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강연하기도 했다."
 

경력은 이렇게 화려했지만 KAIST에서 만난 그는 다소 엉뚱했다. '마음은 어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명해 질 수도 있었고,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었다"고 그의 삶을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로봇공학자라는 그의 직업은 취미였다. 일이 취미일 수 있다는 그의 이론에서 그가 지금까지 자라온 삶의 궤적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실험실에서 학생들과 장난치기를 좋아한다는 그. 물총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고,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과 서로 총싸움을 하며 즐거운 상황을 만든다는 홍 교수는 어렸을 때 부터 호기심과 실험정신이 남달랐던 아이였다.

오죽하면 아무것도 몰랐을 초등학교 시절부터 경찰서 출입이 잦았을까. 그는 "화학실험을 하다 폭약을 만들어 터뜨려 잡혀 간 적도 있었고, 무선 조종 비행기를 날리다 신고가 접수돼 잡혀가기도 했었다"며 "어렸을 때 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돈을 벌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아마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의 노력은 아무도 못말릴 정도. 홍 교수의 생활 자체가 바른 생활 사나이인데, 이것도 철인급에 버금간다. "저녁 6시에 집에 들어가서 요리를 합니다. 제가 꼭 저녁을 해요. 요리를 좋아하거든요. 그러고나서 밤 10시 쯤에 잠자리에 들죠. 아내가 잠이 들었다 싶으면 몰래 일어나 실험실로 가요. 학생들은 24시간 나와 있거든요. 계속 실험을 하다가 새벽 4∼5시 정도에 들어가죠. 들어가서 한 3∼4시간 정도 자고 아침 8시 정도에 일어나요.

하루 4시간 정도 자는 거죠. 습관이 돼서 힘들진 않아요." 또 그가 꼭 지키는 게 있다. 바로 오침이다. 점심을 먹고 15분간의 오침을 하는데, 알람이 필요없을 정도로 15분을 정확하게 맞춰 일어나는 게 그의 자랑이기도 하다. 홍 교수는 "새벽 4시간 정도 자고, 오침 15분 정도 자면 시차 적응을 할 때 좋다"며 "한국에 와서도 비율만 달라지게 되는 셈이다. 15분 새벽에 자고, 낮에 4시간 정도 자게 되는 셈이니 시차 적응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방법이자, 좀 더 활력있는 연구 생활을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라고 말했다.
 

▲데니스 홍과 휴모노이드 로봇 '찰리'. <사진=이채영 저 '꿈을 이뤄드립니다'>
 
ⓒ2012 HelloDD.com

못말리는 욕심쟁이라는 그는 하고 싶은 일을 다 놓칠 수 없어 4가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드리머(Dreamer)이기도 하다. 그는 "로봇공학자가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이긴 하지만 그 것 말고도 세 가지의 꿈이 더 있다. 요리사, 마술사, 테마파크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며 "자기의 꿈이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꿈을 하나만 좇는 건 너무 불확실하다.

그래서 전 4개의 꿈을 다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꿈은 진행 중이다. 얼마 전에는 유명 요리 프로에 초청돼 모건 프리먼과 함께 요리를 하기도 했다. 주말에는 셰프로 변신하기도 한다. 레스토랑에서 지인들을 초청해 그의 요리를 선보인다.

마술사도 마찬가지. 한국 프로그램에도 몇 번 출연했을 정도로 프로급의 마술 실력을 갖고 있다. 테마파크 디자인은 마산 로봇랜드와 관련해 여러 개념 설계를 진행 중에 있다. 이같은 성공에는 그의 가정환경이 있었다. 아버지부터 형, 누나까지 모두 연구원인 그의 집안. 식사 자리에서도 과학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홍 교수가 라디오나 믹서기, TV 등 전자제품을 닥치는대로 뜯어봐도 아버지는 그를 혼내지 않았다. 그의 호기심을 존중했고, 이해했다. 홍 교수는 "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내 아들에게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벌써부터 실험실에 와서 로봇과 놀고 있다.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공학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른 직업은 도와주질 못하는데, 로봇공학자가 된다고 하면 충분히 옆에서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자신이 하는 일이 앞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생각하라"

그가 늘상 자신의 연구소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현재, 미래의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인지 늘 생각하라는 말이다. 홍 교수는 "내가 개발한 기술이 사회, 나아가 국가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기분은 정말 뿌듯할 수 밖에 없다"며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만든 것도 개인적 철학에 근거한 연구 프로젝트였다"고 설명했다.

버지니아공대 연구팀이 지난 2009년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이 연구는 그를 과학을 뒤흔든 젊은 천재 10인으로 선정되게끔 했다. 그가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는 GPS(위성항법시스템)를 활용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레이저로 차선이나 도로 위 장애물, 다른 차들을 확인한다. 차에 탑재된 컴퓨터가 각종 정보를 장갑과 좌석 등받이를 통해 진동으로 알려주면 시각장애인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된다.

홍 교수는 "터치패드 모양의 판 위에 손바닥을 올려놓으면 지도 모양대로 공기가 구멍으로 나와 촉감으로 알게 하는 기술도 개발했다"며 "비시각 정보 전달 인터페이스가 기술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가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가 현재의 도로를 달릴 일은 이후의 문제다.

실제로 운행하려면 여러가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그는 "운전면허 제도나 자동차보험, 도로교통법 등이 먼저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시각장애인들도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그마한 움직임이 늘 변화를 이끈다"고 말했다.

◆ 중요한 프로젝트 앞두고 있어…"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태어났다"

"진짜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성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요.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재난 구조용 로봇을 개발하는 일이에요. 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목숨을 걸고 해볼 생각입니다.

"비장함도 느껴졌다. 그는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단 한 대의 로봇도 원자로 내부에 들여보내지 못했다"며 "현재 미국은 재난 현장을 통제할 지상 최고의 로봇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최근 재난 현장에서 사고를 수습하는 로봇의 기량을 다투는 '로봇공학 챌린지(Robotics Challenge)' 대회 본선에 진출할 7개 팀을 발표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경쟁한 가운데 홍 교수와 드렉셀대의 폴 오(한국명 오필호) 교수 등 한국계 과학자 두 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들에는 각각 300만 달러의 연구비가 지원되며 최종 우승팀은 별도로 200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홍 교수는 "DARPA가 주관하는 로봇 대회에서는 2014년 12월까지 로봇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자갈 더미와 공장의 사다리를 오르며, 도구를 써서 벽을 뚫고 배관을 정비할 수 있으면 합격이다"며 "어떻게 하든 목표만 달성하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300만 달러를 지원받아 화재 진압용 인간형 로봇을 개발 중이다. 홍 교수는 "로봇 공학 챌린지에는 이를 발전시킨 'THOR(Tactical Harzadous Operations Robot)'를 출전시킬 생각이다. 이 로봇은 내년까지는 자동차를 타고 내리고, 운전하고 사다리를 오르고 벽을 뚫는 등의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한국에 들어올 생각? 물론 있다. 하지만…"
 

아쉬움이 들었다. 세계로봇월드컵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성인형(키 130㎝) 경기에서 우승했을 당시에도 국기는 미국 국기가 올라갔다.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과 함께 세계 로봇 공학을 선도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같은 질문에 그는 "물론 한국에 들어올 생각 있다. 그리고 들어오고도 싶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안 된 것 같다"며 "국내에는 저보다 훌륭한 로봇공학자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세계에서 활약하는 과학자는 별로 없다. 밖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지금은 성공해 많은 과학자들이 먼저 연락을 주고 있지만, 그 역시 연구 활동에서의 암흑기를 거쳐 온 평범한 과학자였다.

30대 초반 그는 몇몇의 대학원생들과 함께 쥐꼬리 만한 예산으로 로봇 연구팀을 꾸렸다. 홍 교수는 "교수되고나서 처음 2년 반 동안은 연구 과제 제안서가 다 떨어져서 혼자 많이 울었다. 결국 찾은 해답은 나에게 있었다"며 "부족한 점을 고치니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지었다.

홍 교수가 찾은 방법은 제안을 하기 전에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보는 것이었다. 그는 "종자돈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킨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결과를 미리 예측해봤다"며 "머리에서만 생각해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얼마만큼 연구가 현실에 적합할 수 있는지 실제로 구현해 보는 것이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안서를 썼더니 그때부터 잘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홍 박사는 이제 로봇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걸작품을 속속 만들어내고 있다. 홍 교수는 한국을 넘어 세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로봇공학자들에게 "항상 호기심을 잃지 않고 정열과 재미를 갖고 공부하다 보면 좋은 공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이 하는 일이 앞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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