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노후화 문제 수면위로 "나로호 부품 사용연한 문제없나"
러시아와의 계약 문제도 논란 "그래도 우주도전은 계속된다"

발사가 좌절된 나로호는 30일 다시 조립동으로 옮겨졌다. 이번 3차 발사에만 2번의 후퇴다. 조립동으로 옮겨진 나로호는 이후 거치대에 장착돼 상·하단 분리 작업을 진행했고, 한·러 연구진은 이상 현상에 대해 본격적 원인규명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확한 원인 규명과 개선·보완 조치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할 때 관련 국제기구에 이미 통보한 발사예정기간(11월29~12월5일)내 발사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30일부터 비상점검체제에 돌입했고 이미 주말부터 나로호 상단 전자탑재부 등에 대한 종합적 점검을 실시했다.

나로호발사추진단 이외에 위성, 항공 조직의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점검 중이다. 나로호는 지난 29일 발사 16분 여를 앞두고 상단 고체연료 추력제어기 전기 이상으로 나로호가 다시 주저앉았다. 15분 전부터 시작되는 자동 카운트다운이 막 시작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원인은 상단 로켓의 방향을 제어하는 추력방향제어기에 있었다. 2단의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나라에 있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추력방향제어기는 고체연료(킥모터)를 사용하는 2단 로켓 아래 깔때기 모양으로 붙어있는 '노즐'의 방향을 조절하기 위한 장치다.

제어기는 전기모터가 만드는 유압으로 작동하는데, 이 펌프를 제어하는 전기상자(박스)에서 갑자기 보통의 경우보다 수백 밀리암페어(㎃) 더 많은 전류가 소모되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 펌프와 관련된 전기상자 부분은 지난 28일 리허설과 발사 당일 등 이틀간의 점검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발사가 임박한 시점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당시 조광래 나로호발사체추진단장은 "나로호 상단부에는 여러 개의 전자 박스가 있는데, 소모하는 전류를 다 알고 있다. 발사 직전까지 정상적인 전류를 확인했는데, 16분을 남기고 갑작스럽게 전류를 많이 소모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몇 백 mm 암페어 정도가 더 소모됐다. 분해해서 어느 부분이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나로호의 피로가 쌓일수록 불안감을 커진다? 기계 노후화 수면 위로

계속되는 발사 취소 사태로인해 책임론 역시 수면 뒤로 떠오르고 있는 상태다. 그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나로호의 부품 사용연한 변수다. 나로호 동체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광래 발사체추진단장은 당시 브리핑을 통해 "이번 3차 발사를 위해 나로호를 조립한 지는 한 달 이상 됐다"고 말했다. 만약 나로호 발사 지연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조립한 상태로 계속 둬야 하는 사태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최첨단 기계이면서도 작은 환경 변화에도 예민한 로켓의 노후화가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로호 로켓 부품의 사용연한의 경우, 하단은 2009년 1차 발사 때 사용하던 것과 동일한 것으로 올해 말이면 제작된 지 5년이 된다. 상단 부품도 2007~2008년 1차 발사를 준비할 때 함께 만들어진 탓에 수명이 올해 말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으로 발사가 미뤄질 경우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계의 노후화가 발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단장은 기계가 노후돼서 이상 현상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지금 나로호 상단을 만들어 놓은 지 약 5년 정도 됐지만, 3개월마다 점검을 해오고 있었고 그동안 이상이 없었다. 정지궤도에 사용되는 부품의 경우 10∼15년은 사용할 수 있고, 그에 준하는 부품을 사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5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와이 계약은 문제 없는가?
 

▲한국과 러시아 연구진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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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의 계약 문제 역시 모든 이들의 관심사다. 나로호 발사를 위해 러시아와 처음 계약을 맺었던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다. 기술이전과 공동개발은 기본적인 조건이었지만 이후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계약 변경이라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상황은 우리나라에 안 좋게 돌아갔다.

항우연 관계자에 따르면 우주개발과 관련된 기술은 쉽게 기술이전이 되지 않는다. 당시 러시아의 요구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약을 맺은 건 1단 발사체 외의 기술 역시 뒤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로켓 개발의 경우 국방과 직결돼 있어 우주 선진국들이 기술이전을 꺼리는 분야다.

나로호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기술 선진국들과 협력 의사를 타진한 결과, 당시 경제불황에 허덕이던 러시아만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 함께 조립하기로 했던 1단 로켓은 완제품을 구매하는 형식으로 계약이 바뀌었다. 러시아는 1단 로켓 제작부터 점검, 보수 등 한국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시켰다. 한국 과학자들은 우리 땅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른 나라 로켓 개발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이때부터 많은 과학자들은 단순 완제품 구매는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해왔다.

체계 기술 확보가 목표였으며, 계약 내용에 기술이전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기본 2회 발사 중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1회는 무상 재발사라는 조항이 우리에게 유리한 계약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계약 조항 탓에 우리나라 정부와 항우연은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지나친 의존이다.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요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에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항우연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사와 계약기간은 2013년 12월말까지로 돼 있고 계약기간 변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우주강국의 꿈

탄식을 부른 나로호 3차 발사 연기. 그러나 실망하긴 아직 이르다. 발사 연기와 중단 사례는 우주발사체 사업에서 아주 흔히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성공을 위한 일보 후퇴로 우주선진국들 역시 이같은 일을 겪으면서 우주 강국으로 도약했다.

2009년에 있었던 나로호 1차 발사 시도에서도 3차례에 걸쳐 발사가 연기됐었고, 2차 발사 때도 한차례 연기된 바 있었다. 3차 발사 역시 지난 10월 26일 이상 현상 발생으로 한 차례 연기된 데 이어, 29일 발사에서도 추력제어기 신호 이상으로 발사가 취소됐다. 나로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기대하고 있던 국민들에게 실망과 답답함을 안겨주기도 했던 발사연기 또는 중지는 우주선진국들에서도 많이 발생했던 일이다.

기술수준이나 경험과는 무관하게 발사 연기나 중지는 실제로 빈번히 발생하며, 특히나 기상조건의 악화에 따른 발사 연기는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 악조건 하에서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했다가 참사를 부른 경우도 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 끔찍한 폭발 장면과 함께 7인의 탑승우주비행사가 전원 사망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사고는 왕복선 부품의 기술적인 결함과 혹한의 날씨가 부른 비극으로 악명이 높다. 최고의 우주기술력을 가진 나라 중 하나인 미국에서도 우주발사체 또는 우주왕복선의 발사연기는 심심찮게 발생한다.

2009년 7월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인데버호는 지상설비 문제, 기상악화 등으로 6차례에 걸친 발사연기 끝에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비교적 오랜 우주개발 역사를 가진 나라 중 하나인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2003년 9월 27일 H-IIA 6호기의 발사 준비 과정에서 자세계측장치 내의 전압변환기 동작 불안정으로 오신호가 발생하여 발사 직전에 중단한 경험이 있다.

H-IIA 6호기는 같은 해 11월 29일에 있었던 재도전에서 고체로켓 부스터 분리 실패로 인해 결국 예정된 위성발사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지령 파괴됐다. 이뿐만 아니라 발사체는 다양한 시스템의 정교한 유기적 결합으로 구성되는 또 다른 시스템이기 때문에, 부분품의 아주 사소한 오작동이나 결함도 전체 시스템의 임무실패와 직결되며, 발사체의 임무실패가 다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어떻게 보면 발사체 개발의 전 과정은 이러한 실패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발사 연기나 중지 결정 또한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발사성공'이라는 결과는 지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고 모든 조건이 완벽할 때에만 기대할 수 있는 달디 단 열매다.
 

▲지난 달 25일 진행됐던 나로호 기립 사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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