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스, 디스플레이 화면 오류 차단 기술로 대기업 러브콜
이수원 대표 "폐업위기서 집담보 대출·빌린돈으로 다시 도전"

일상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스마트 기기들. 그런데 TV, 노트북,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중 갑자기 화면에 원하지 않는 잔상이 계속 뜬다고 가정해 보자. 소비자라면 당장 제조기업에 기술적 오류를 항의할 것이고 제조기업은 신뢰도 추락으로 시장에서 퇴출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화면의 잔상을 완전히 차단하는 기술로 대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대덕벤처가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기기 엔지니어들로부터 기존보다 업그레이드 된 기술로 패널에 손상이 덜가는 효과와 비용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말이다.

2010년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스마트폰과 TV제조 대기업에 디스플레이 잔상오류 차단 칩을 납품하고 있는 '하이테스(대표 이수원)의 이야기다. 이수원 대표는 "기존 경쟁기업이 실리콘이나 글래스 웨이퍼를 사용해 칩을 만드는데 우리는 필름을 이용해 상용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플렉시블한 재료로 기존 기술에 비해 패널에 손상을 거의 주지 않는 장점이 있다"면서 "스마트폰과 TV를 제조하는 대기업과 중국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기업의 만족도가 높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 대표는 "지속적인 기술 업그레이드로 공정단계를 줄이고 단가도 낮춰가고 있다"면서 "직원 평균 나이가 31세로 다들 해보자는 분위기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장인 내가 평균나이를 올린 주범"이라고 웃으며 직원들에게 감사해했다.

◆반도체 장비 수입해 판매하다 틈새 시장 발견했지만 초반에는 실패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수원 대표는 반도체 장비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전공을 하지 않아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적 지식도 갖추게 됐다. 2008년부터는 직접 반도체 장비를 수입판매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KAIST, 포스텍, 광기술원 등 국내 이공계 대학과 연구소에 장비를 납품했다. 그런데 장비 판매 후 지속적인 연계성과 서비스가 문제였다. 지인의 권유로 공정서비스를 아이템으로 잡고 사업의 방향을 바꿨다.

그런데 시장은 단일공정 서비스보다는 토탈서비스를 요구했다. 시장에서 그의 회사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직장생활하면서 모은 돈을 몽땅 털어 창업을 했는데 폐업위기까지 갔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았어요. 늪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대표는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잠시 이야기를 멈췄다. 금전적으로는 어려워졌지만 사업을 하면서 그가 배운 게 있다. 시장의 흐름을 먼저 파악하게 된 것과 제조업의 중요성이다. 또 평소 진실성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던 그에게 인적 네트워크도 든든한 자산이 됐다.

"후배가 새로운 사업 방향을 제안했어요. 지금의 사업아이템이죠. KAIST나노팹센터에 입주해 필름을 이용해 디스플레이 패널오류를 막는 칩 기술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데이터도 없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집을 담보 잡히고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 자금을 마련해 제조까지 가능한 기술개발에 들어갔다"며 "필름 칩은 플렉시블한 특성으로 기존 실리콘과 글래스에 비해 패널에 손상을 덜주는 게 확실했지만 열에 약한 단점이 있었다. 직원들 모두 밤새며 연구에 집중했고 결국 성공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기술개발은 완료했는데 시장은 싸늘, 서비스로 시작
 

▲이 대표와 직원들은 같이 성장하자는 마음으로 밤샘도 자처한다. 24시간 가동되는
나노팹센터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2012 HelloDD.com

2010년 나노팹센터에 입주하던 해에 기술개발도 완료했다. 나노팹센터의 장비를 이용해 샘플도 만들었다. 그런데 시장이 문제였다. 이름도 없는 신생 벤처에서 만든 칩을 최첨단제품에 써줄 대기업은 없었다.

"처음에는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몇몇 곳에서 사용해보더니 엔지니어들이 기존 칩보다 기술면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해주셨죠." 드디어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천신만고끝에 찾아온 기회였기에 이 대표를 비롯해 직원들은 납품일자를 맞추기 위해 밤샘을 자처했다.

나노팹센터의 장비가 24시간 가동되며 주문 물량을 맞출 수 있었다. 회사에 대한 신뢰도 조금씩 쌓였다. 입소문이 나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해마다 30~40%씩 매출이 증가했다. 국내 대기업에 이어 중국의 기업에서도 주문을 해 왔다.

이 대표는 "대기업에 납품하려면 양산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처음부터 거기에 맞춰 준비를 했다"면서 "또 제조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타이밍이 중요한데 그런 흐름을 읽기 위해 현장의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면서 현장흐름 파악을 성공비결로 꼽았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시장, 20~30%씩 R&D에 재투자

IT 기술은 수명이 짧다. 시장의 변화도 빠르다.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기술을 추격당하기 일쑤다. 이 대표 역시 이를 파악하고 있기에 매출의 20~30%를 연구개발비용으로 투입하고 있다. 또 수요기업과의 신뢰를 위해 스스로 납품 약속시간을 48시간 이내로 정하고 이를 실천해 간다.

이 대표는 "이를 시스템화해 고객사에게도 인식을 심어주며 신뢰를 높여가고 있다"면서 "당연히 직원들의 철야작업이 많아졌다.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같이 회사를 키워가겠다는 마음으로 모두들 기꺼이 참여해 주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다시 한번 전했다. 이어 그는 "이 시장은 고정된 곳이 아니다. 연구하지 않으면 변화의 보폭을 맞출 수 없다"면서 "최근 단가를 더 낮출 수 있는 기술개발에도 성공했다. 또 10~15개의 모델로 시장을 선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최고를 향해 질주 중임을 밝혔다.

그의 목표는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회사, 이윤을 공유하는 회사로 성장시키는 것. 아직 신생벤처이지만 이 대표는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먼저 챙기며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앞으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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