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국과학교사협회 김옥자 회장 과학교육 중요성 강조
암기과목 전락 우려 "기초과학현상 가르치는게 과학교육 출발"

 
사건 1. 재래식 화장실에 빠진 18개월 된 남아를 구하려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손자가 빠진 모습에 놀란 할머니가 화장실에 들어가 손자를 구했으나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며느리도 화장실에 뛰어들었으나 빠져나오지 못하고 분뇨에서 분출되는 암모니아 가스에 질직사했다.

사건 2. 2006년 2월 KBS 정보오락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진드기 퇴치제'를 따라 만들던 일부 시청자들이 화재·화상피해를 입었다.

프로그램에서는 계피를 담근 에탄올을 끓이면 집먼지 진드기를 없앨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를 따라한 시청자들 집에서 불이 난 것. 이에 KBS측은 사과문을 올리고 홈페이지 방송보기에서 해당 아이템을 삭제했다.

우리는 과학기술 혜택 속에 편리한 삶을 살고 있지만 자연과학적 소양을 지니고 있는 일반인은 그리 많지 않다. 암모니아가스와 에탄올의 성질 등을 잘 알고 있었다면 위와 같은 사건사고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국민 무릎 앞에 과학을 가져다놓자'는 슬로건으로 자연과학의 참 뜻을 알려주려 애쓰는 김교사는 지난 3월 제4기 전국과학교사협회(전과협) 회장이 됐다. 전과협은 학교 과학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과학교사 모임으로 초·중등 교육현장의 과학교육 발전과 과학 대중화를 이루는 목적을 갖고 지난 2003년 3월 창립됐다.

전국 단위의 유일한 과학교과 교육연구회로 현재 14개 지역모임에 1000여 명의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전과협의 활동과 계획,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과학교육 애로사항은 어떤 것들인지를 김옥자 회장을 직접 만나 물어봤다.

◆ "자연과학, 비양심적인 사람에게 속지 않으려면 일반인들도 잘 알아야"

"미래는 과학만능사회로 과학상식이 부족하면 살아가기 힘들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은 과학문맹 사태에 빠졌다. 과학이 일반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김옥자 회장은 올해로 34년째 화학을 가르치는 베테랑 교사다.

옮기는 학교마다 교내 과학동아리를 만들어 대한민국과학축전을 비롯 지역 과학문화행사에 참여했고, 12년 전 부산지역 과학교사 모임 '어메니티 과학연구회'를 결성해 지난해까지 회장을 맡았다. 그는 전과협을 통해 재미있는 과학실험을 개발하고, 과학축전 등에서 아이들을 과학실험 주인공으로 내세워 흥미를 돋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과학은 일부 엘리트의 전유물이 돼 가고 있다. 국민들은 과학의 결과물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지만 사회가 과학을 알려주는 자리를 점점 빼앗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론으로만 진행되는 과학수업과 국어, 영어, 수학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육현장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도 암기하려고 하다보니 창의력은 찾을 수도 없고, 과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입시가 가능한 시스템 덕분에 과학 수업시간에 타 과목을 공부하거나 수면을 취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이 한글만 읽을 줄 알면 되는 과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의 대체물질 연구를 하라고 (교과서에) 나오면 가능할까. 프레온의 특징을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거의 불가능한 과제다. 과학은 한글만 읽을 줄 알면 되는 것이 아니다. 발명(창조)이란 경험의 재구성으로 교육현장에서 논리성과 효율성 기초를 가르쳐야 한다.

기초과학현상을 가르치는 것이 과학교육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또 "과학이 일부 비양심적인 사람들에게 이용됐을 때 벌어지는 혼란의 도가니를 막기 위해서라도 일반인들이 자연과학 기본지식을 알아야한다"고 강조했다.

◆ 과학실에 쓰지 않는 시약 산더미…"언제 터질지 몰라"

김 회장은 27년 전 근무했던 부산 사직고에 최근 재부임, 과학실을 정리하다 깜짝 놀랐다. 첫 부임 당시 사놓은 시약들이 그대로 있었던 것. "시약에도 유통기한이 있는데 그냥 방치돼 있더라. 수십 년 전에 사놓은 시약이 쌓여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험물 도가니다.

화학실을 재정비하는 것이 임기 동안의 목표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초창기 과학 수업 도입을 위해 미국교과서를 번역, 그곳에 기재돼 있는 시약을 전부 사들였다. 덕분에 전국 초·중·고에 쌓인 시약이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다. 교사들이 각자 시약을 처리해도 좋지만 시약을 폐기처분하려면 까다로운 법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시약처리 전문 업체와 함께 전국 시약데이터를 모으고 해결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는 "실험실의 시약들이 터져 사고가 난 후 조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필요 없는 시약을 빨리 처리해야 할 것"이라며 "이외에도 실험기기 90% 가량을 정리하고 빨대, 비커, 컵 등만 남겨둬도 기초과학을 가르칠 수 있다"면서 실험실의 재정비를 강조했다.

또 그는 국어 학자들과 연계해 과학단어 표준을 바로잡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프로판 → 프로페인', '메탄 → 메테인', '부탄 → 부테인' 등 모든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한글 표기법을 바꾸려고 하고 있으며, 미국이 염화나트륨을 sodium chloride로 띄어 쓰고 있다고 해 대한화학회가 작년 '염화 나트륨'으로 표기하자고 정한 바 있다.

"미국이 염화나트륨을 sodium chloride로 띄어 쓰고 있다고 해 우리도 '염화 나트륨'으로 표기하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인가? 염화 나트륨(소금) 속에는 염소(chlorine)의 성질도 나트륨(sodium)의 성질도 없이 오직 소금(염화 나트륨)의 성질만 있으니 그냥 붙여 염화나트륨이라는 하나의 물질명사로 쓰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 언어학에 대한 상식이 부족해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에게 화합물의 성질을 가르칠 때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해 오던 교사로서는 정말 안타까운 일로 여겨진다.

학생들 중에는 그럼 앞으로 소금물(salt water)도 '소금 물'로 써야 하는가 하고 묻는 친구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글을 영어처럼 띄어써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금 의문을 제기해 국어 학자들과 연계해 붙여 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김 회장에게는 꿈이 있다.

개도국 어린이들에게 한국의 과학실험을 알리는 등 과학의 흥미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과학교사협회의 앞선 교사들이 동티모르로 과학교사 실험 연수를 가고 있다. 과학교사와 아이들에게 자연과학을 알려주는 등 활동 중이며 나는 2년 전부터 참가했다"며 "개인적으로는 전국과학교사협회의 힘을 빌려 향후 자연과학의 기본을 알 수 있는 실험과 내용 등을 묶어 동티모르 교재를 제작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2008년과 2010년 교과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는 '이달의 과학문화인상'과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2008년에는 대한화학회가 주는 '올해의 화학교사상'을 수상했다.
 

◆ 전과협은? 전과협은 전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10여 개의 각 지역단위 과학교사 대표 40여 명이 모여 창립, 현재 14개 지역 모임에 1000여 명의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학교과학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일선 과학교사가 학교과학교육환경의 올바른 실태를 파악해 중요성을 고취하며, 과학교사의 이해와 지식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국의 과학 교사 모임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망을 구축하고, 초·중등 교육현장의 과학교육 발전과 과학 대중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역별 과학문화 지원활동 ▲과학문화 포럼 운영 ▲자체 연수 및 과학 문화 발전을 위한 제반 시책의 건의와 자문 ▲과학 문화 개선을 위한 제반 시책 건의 및 자문 ▲과학 문화 진흥을 위한 세미나 및 연구 보고집 발간 ▲기타 본회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과학수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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