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속의 뱀, 뱀속의 과학>뱀독 원료로 암치료제 연구 활발
뱀 특유의 '蛇行운동' 로봇에 적용…구조용·군사용으로 각광

2013년은 계사년(癸巳年) 뱀띠 해다. 십이지 동물 중 여섯 번째인 뱀은 불사(不死)와 재생(再生)의 상징이자 남동쪽을 수호하는 방위의 신이다.

또한 아시아 3국(한국, 중국, 일본)의 신화와 전설에서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으며, 여기서 뱀은 부의 상징이나 수호신의 이미지로 묘사되고 있다.

용과 뱀의 차이는 허물벗기다. 허물을 벗는다는 것은 재생의 의미로, 뱀에게는 용과는 달리 재탄생의 의미가 부여됐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의 뱀은 그저 위험하고 징그러운 동물로만 인식되고 있는 처지다.

뱀은 극지를 제외하고 전세계에 분포하고 있는데, 한대지방에는 종류 수가 적고 온대지방에서 열대지방으로 갈수록 종류 수가 증가한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세계에는 13과 3000여 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는 3과 16종이 서식하고 있다.

뱀은 중생대 백악기에 도마뱀과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과 같은 시대에 굴을 파고 살던 파충류의 다리가 사라지면서 탄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간 과정에서의 뱀 화석이 워낙 희귀해 진화의 신비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뱀은 파충류 중에서 가장 특수하게 진화한 동물군으로 몸이 가늘고 길며, 다리·눈꺼풀·귓구멍 등이 없고 혀는 두 가닥으로 갈라져 있다.

적외선을 이용해 밤에도 앞을 볼 수 있다. 둘로 갈라져 날름거리는 혀, 징그러운 비늘로 덮인 몸, 몸으로 기는 이동법 등은 뱀의 특징이다. 또 뱀의 치명적인 맹독도 사람들에겐 연구 대상이다.

◆ 사행운동, 뱀 특유의 활동이 연구로 이어져

▲예일대연구진이 2012년7월
발견한7000만년 전 뱀화석,
머리는 도마뱀을 닮았지만 다리가 
없는 원시뱀이다.
ⓒ2013 HelloDD.com

뱀은 이동할 때 사행운동한다. 뱀은 역학적 힘의 합성으로 전진함과 동시에 늑골의 앞 끝을 지지물에 붙여대고 기복운동(起伏運動)을 한다. 이때 근육으로 늑골과 연결되는 배판은 복잡한 지형에 대응해 연속적으로 제동장치의 역할을 하며, 모난 양끝으로 옆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막는다.

뱀은 또한 전형적인 사행운동인 물결운동으로 수영도 잘 할 수 있다. 특히 바다뱀은 수중생활에 맞게 진화해 수영을 잘 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타고났다. 몸통은 옆으로 편평하고 꼬리는 노처럼 생겼다. 또한 가로기기 운동은 주로 모래땅에 사는 뱀에서 볼 수 있다. 뱀은 먼저 머리와 꼬리를 지지대로 쓰면서 몸통을 옆으로 미끄러져 움직이고, 다음에 머리와 꼬리를 몸통 쪽으로 당기는 운동을 반복하며 이동한다.

이러한 뱀의 특이 운동은 연구에도 많이 적용돼 왔다. 가장 많이 응용되고 있는 분야는 바로 로봇 분야다. 여러 개의 체절(體節)로 구성된긴 신체를 가진 뱀 형태 로봇은 재해 현장이나 사막처럼 사람이 이동하기 어려운 환경, 상대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한 곳에서 구조용, 군사 정찰용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뱀 형태 로봇은 다양한 임무에 대응할 수 있고 `상당한 길이를 가지고 있는 장애물을 넘거나 미끄러지기 쉬운 장소를 횡단하거나 기둥을 오르거나 급격한 경사를 기거나 신변에 있는 것을 광학적으로 검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뱀 모양 이동 로봇은 복수의 능동 관절과 각 링크(link)에 수동 차륜을 갖고 있으며, 동작은 뱀 모양 곡선(Serpenoid Curve)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뱀 모양 곡선은 진폭과 위상 차, 각 주파수의 파라미터(parameter)를 갖고 있다. 이 곡선의 파라미터는 이동 성능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작된 뱀 모양 이동 로봇은 뱀 모양 곡선의 파라미터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뱀의 활주 형태는 곡률이 곡선에 따라 정현파 모양으로 변화하는 곡선을 의미하는 뱀 모양 곡선으로 근사화할 수 있다. 이 곡선은 일본 도쿄공업대학의 히로세 교수에 의해 제창됐다. 이 곡선은 뱀뿐만 아니라 뱀장어 등의 수생 동물의 유영 시 체형곡선이나 미생물의 편모 굴곡 파형 등 가늘고도 긴 동물의 운동 체형으로서 관찰되고 있다. 지금까지 영국 런던 대학교의 임페리얼대학에서는 침투 뱀(invasive snake)인 'i-snake'라고 불리는 새로운 외과수술 로봇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스라엘 방위군(IDF)에서는 전장을 누비며 촬영과 녹음 등 정찰활동을 할 수 있는 로봇 뱀이 개발되고 있다.

길이 2m에 위장 천으로 덮여있는 이 정찰 로봇은 형태와 움직임이 살아있는 뱀을 모방한 것이다. 이스라엘 공과대학은 지난 2010년 제2세대 뱀 형 로봇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중량 6.8킬로그램으로 체절은 8개이지만 각각의 체절에 뇌가 조립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지렁이와 같이 신체가 반으로 절단돼도 움직일 수 있다.

◆ 뱀을 이용한 의학연구도 활발…뱀독 원료로 암치료제 개발 임박

 

▲뱀독을 이용한 화장품을 시작으로
다양한 의약품이 개발되고 있다.
 
ⓒ2013 HelloDD.com
뱀을 이용한 의학 연구도 활발하다. 최근 세계 주요 언론들은 뱀과 같은 파충류의 독으로 암과 당뇨, 고혈압 등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호주 공동연구팀이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의 온라인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뱀은 자신이 가진 독을 무해한 분자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능력을 인체에 적용하면 암세포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독을 가진 일부 뱀 등의 파충류는 사용하지 않은 독을 다시 몸 안으로 '회수'하는데, 이 때 치명적인 독은 뱀에게는 전혀 피해를 입히지 않으며 오히려 몸 안에서 안전하게 재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뱀의 독과 세포조직 유전자서열을 분석한 결과, 독은 무해한 정상 세포로부터 진화해 독성을 가지게 됐으며, 반대로 몸 안에서 독성이 없고 무해한 단백질로 다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뱀독이 혈관에 분포된 세포들을 분해해 소멸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독이 종양세포에 영양을 공급해 암을 증식시키는 혈관에도 동일한 작용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연구자인 영국 리버풀대 보건대학원 니컬러스 케이스웰 박사는 "뱀의 독선(venom gland)은 분자들의 새로운 기능이 탄생되는 일종의 용광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뱀의 독은 향후 신약개발의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뱀의 독은 지금까지 알려진 생체물질 중 가장 빠르고 극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뱀의 확장성은 인간의 심장병 치료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버마왕뱀은 아시아에 서식하는 뱀으로 놀랍게도 몸 길이를 5m 이상 뻗을 수 있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부풀릴 수 있는 뱀이다. 헐렁헐렁하게 몸을 바꿀 수 있는 본 포식자는 종종 한달 가량 음식을 먹지 않고도 버틸 수 있고, 때로는 사슴을 통째로 삼킬 때도 있다. 갑자기 흡수된 당분과 지방, 단백질을 축척하기 위해서 뱀은 오버드라이브(overdrive) 단계로 돌입한다. 이 때 뱀의 신진대사 속도는 평소의 40배 가량 빨라지고 긴 소화관을 포함한 많은 기관들이 원래의 크기의 두 배로 늘어나고, 심장 또한 평소의 40%가량 확장된다.

뱀이 살아있는 동물을 통째로 소화시키기 위해 내부 기관을 확장시키는 방법은 인간에게 매우 유용하다. 비단뱀의 확장된 심장은 일반적인 장거리 육상선수가 가지고 있는 근육이 발달된 운동 선수의 심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다량의 산소를 흡수하는데 도움이 된다. 허약한 포유동물의 심장을 비단뱀과 같은 기능을 가지도록 변화시키는 것은 많은 생물학자들의 오랜 염원이다. 더 크고, 강한 심장은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혈액 순환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뱀의 확장성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콜로라도 대학교 분자 생물학자 레슬리 레인원드(Leslie Leinwand)는 다음 연구 단계로 만성 고혈압을 포함한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 쥐에게 본 약물을 투입해 심장 기능이 회복되는지에 대한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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