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은하 3호를 발사한 작년 12월 12일, 나는 아침 7시 15분 KTX를 타고 서울에 가는 길이었다. 6개월 전에 예약한 검진 때문에 아침 9시까지 병원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11월 29일 북한에서 은하 3호 2차 발사를 12월 10일부터 22일 사이에 한다고 발표하였을 때 서울의 모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방송국에 빨리 올라와서 기술해설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받으며 농담으로 12일 서울에 갈일이 있으니 그 날 발사하면 편하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농담이 진담이 되어버린 것이다.

북한은 12월 3일 1단 로켓을 서해 동창리 발사대에 장착하였고, 4일에는 2단 로켓을 그리고 5일에는 3단 로켓 장착을 완료하였다. 6~7일 사이에는 로켓의 위성을 최종으로 점검하고 레이다와 광학카메라를 설치, 8~9일 사이에 추진제를 주입하며 발사준비를 완료하였다. 그런데 12월 10일 북한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운반로켓 1단 로켓의 조종발동기 계통의 기술적인 결함이 발견되어 위성 발사 예정일을 12월 29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12월 11일, 북한은 발사대를 감싸고 있는 가림막을 제거하여 은하-3호의 발사는 연기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12월12일 아침 9시 49분 46초 은하3호의 2차 발사를 진행했다. 이륙 후 9분 31초 만에 은하-3호에 실린 광명성 3호는 3단 로켓과 분리되며 근지점 499.8km 원지점 584.18km의 궤도에 진입하였다.

궤도각은 97.4도, 주기는 95분 29초로 하루에 15회전하고 있다고 북한은 발표하였다. 북한의 은하 3호의 1단 로켓은 북한에서 개발한 노동 엔진 4개를 묶은 것이다. 노동엔진은 구소련의 스커드-B 미사일을 개량한 것이다.

스커드-B는 1962년부터 구소련 위성국가에 배치한 미사일이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1976년 이집트에서부터 얻어 6년간 연구하여 1984년 첫 비행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1985년부터는 연간 50기씩 생산 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되었다. 북한이 스커드-B를 생산 할 수 있게 되자 이때부터 스커드-B의 2배 성능인 노동 미사일(화성 7호)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스커드-B 미사일에 사용하고 있는 추력 13톤의 액체 추진제 엔진을 개량하여 추력 28톤급의 노동 엔진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엔진 개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신형 로켓엔진 개발을 시작한지 9년만인 1993년 5월 신형 노동엔진을 장착한 노동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5년 뒤인 1998년 노동 미사일을 1단 로켓으로 한 3단 미사일인 대포동 1호를 이용하여 소형위성발사를 시도하였다.

위성발사에는 실패하였지만 북한은 대형 미사일 개발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액체추진제 로켓 엔진의 성능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연소실 압력을 높여 추력을 증가시키는 방법과 동시에 연소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북한은 노동엔진의 추력을 28톤에서 29톤으로 1톤 높이고 연소시간을 95초에서 160초로 65초 늘린 신형노동엔진을 개발하였고, 이란은 북한의 신형 노동엔진 1개를 부착한 사피르(Safir)-2, 2단 미사일을 이용하여 2009년 2월 무게 27kg의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렸다. 북한은 2009년 4월 은하 2호를 발사하였는데 1단 로켓은 신형 노동엔진 4개를 묶은 것이다. 은하 3호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북한은 1993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추력 28톤급 액체추진제 로켓 엔진을 20년 동안 꾸준히 연구 개량한 끝에 은하 3호의 1단 로켓에 사용하여 인공위성의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1962년 구소련에서 개발한 구식의 스커드-B 엔진을 개량한 북한의 노동 엔진은 이란과 북한의 인공위성발사에 큰 공을 세우게 된 것이다. 엔진뿐만 아니라 은하-3호의 1단 로켓 추력방향제어방식도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서 개발된 V-2 미사일의 추력제어 방식으로 노즐 출구에 흑연 날개를 넣어 조절하는 베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는 북한의 미사일에서만 사용하는 구식기술이다.

최근 서해에서 건저올린 은하-3호 1단 추진제통을 점검한 과학자들은 은하-3호의 추진제탱크 용접상태가 조잡하다고 평가하였다. 꼭 최첨단기술이 아니라도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로켓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많다는 이야기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추력 13톤급의 액체 추진제 로켓인, KSR-3을 2002년에 성공적으로 발사 하였고, 최첨단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국력도 북한보다 훨씬 강력한 우리보다도 북한이 먼저 인공위성을 발사에 성공하였다는 것은 우리의 정책적인 실수로 정말 아쉽게 생각된다.

이란이 첫 인공위성을 발사한 후 3년 만에 2개의 위성을 더 발사한 점에 비추어보면 북한은 보라는 듯이 앞으로 1~2년에 한 번씩 계속해서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도 한국형 우주발사체를 앞당겨서 인공위성을 조기에 발사하겠다는 공약을 하였다. 이러한 대통령 당선자의 강력한 우주개발의지를 실천하고 정책적인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강력한 조직 및 지휘체계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채연석 박사 ⓒ2013 HelloDD.com
채연석 박사는 2005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수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에는 연구원에서 전문연구위원으로 UST 교수로 활동 중 입니다. 로켓 박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으며, 2005년 KSR-Ⅲ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우주소년단 부총재로 우리나라의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우주시대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채 박사는 '채연석의 로켓과 우주개발'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우주시대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글로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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