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중심 국정·신성장동력 창출 대덕의 미션과 정확히 일치대덕 40주년 새로운 전환기 맞아…"수혜자이자 책임도 막중"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철학 '창조경제'는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영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의 이같은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의지가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던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업무를 총망라하며 실질적인 제1경제부처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인수위측 역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의 배경을 설명하며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 활성화의 한 축을 담당해 미래 성장동력 발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새 정부의 이같은 조처로 최대 수혜자가 된 과학기술계와 연구현장은 크게 고무됐다. 특히 40주년을 맞으며 변화하는 시대상과 모호해진 정체성 속에 새로운 역할론을 고민하던 대덕연구단지의 반응은 더욱 두드러진다.

박 당선인이 천명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실현 여부가 이제 과학기술의 성패와 운명을 같이하게 된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피력하는 동시에 R&D를 통한 창조경제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대덕연구단지 곳곳에서 감지된다. 기관장, 연구원, 행정원, 기업인, 교수 등 직종과 직렬에 상관없이 과학기술 중심의 사회가 다가오고 있음에 공감하고 입을 모아 적극적인 자세 변화를 역설하고 있다.

"지금처럼 제대로 된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철학이 제대로 담겨 있는 것 같다. 과학기술계와 연구현장이 이렇게 결집이 잘 됐던 적이 없었다."

"공은 이제 우리에게 넘어왔다. 이 정부가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역할을 잘 해야 한다. 그동안 요구는 많이 했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주체의식을 가지고 공동체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변화의 주체는 관료가 아니다. 현장 과학자가 주체가 돼야 한다. 60년대 경제개발계획도 중간에 수없이 바뀌었다. 그러나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에 제대로 갔다. 우리 모두가 주인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정치는 나쁜 것이 아니다. 공감을 얻어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이공계인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중국이 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40년만에 다시 찾아온 최대 호기 속에 대덕의 과연 어떤 방향으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까.

◆"40년 추격자시대 이끈 대덕, 이제 전인미답의 창조경제 안내할 전초기지 돼야"

과학기술이 정부, 연구소, 기업만의 몫이었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전례없는 국가적 지지 속에 과학기술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보여줘야 하는 때를 맞고 있다. 개발하는 과학기술로부터 활용하는 과학기술, 나아가 국가와 사회에 환원하는 과학기술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김승환 포스텍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이 그 출발점"이라며 "무엇보다 추격형에서 창조형으로 연구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상류에서 형성된 지식이 산업으로 번지고 창업을 일으킬 수 있는 흐름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당선인은 "과학기술 정책이 성장에 치중해 왔던 구시대의 가치를 뛰어 넘어 창의성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을 여는 변화의 씨앗이 되어야 한다"며 "국민의 행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과학기술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미래 선도자(first mover)로 도약을 이끄는 과학기술"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대덕연구단지가 과학기술계에 요구되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주목해야 한다는데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부→연구소→기업→국민'으로 이어지는 과학기술의 선순환으로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전초기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1960년대부터 불과 40여년만에 총연구개발투자 세계 6위, 총연구원수 세계 7위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26개 출연연과 KAIST, 2만명이 넘는 석박사인력이 집적된 대덕연구단지는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그리고 첨단산업으로 연결되는 선진국 추격형 연구개발의 방향타 역할을 해왔다.

민철구 STEPI 선임연구위원은 "창조경제에서는 과학기술정책이 과학기술 혁신정책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 위원은 "지금까지 과학기술 정책은 과학기술을 위해 정부가 지원정책을 펴는 예산투입 또는 예산 유발형 정책이 중심을 이뤘다"면서 "이제는 사회의 전 부문에서 혁신이 촉구되고 있는 과학기술 혁신 정책은 사회에 보답하는 과학기술, 증거가 뒷받침되는 과학기술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장재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정책소장은 "기존의 과학기술 패러다임을 초월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이 필요한 시기"라며 "특히 연구개발부터 경제사회 파급효과에 이르는 전과정의 혁신 생태계 롤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 역시 한국의 과학기술이 퍼스트 무버의 길을 찾아야 할 곳 역시 대덕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전인미답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롤모델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미개척 영역의 창조적 지식을 생산하는 혁신 클러스터 모델이 있어야 한다"며 "이미 산학연이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대덕만큼 관련기반과 문화를 축적한 곳이 없다"고 말한다. 대덕이 실리콘밸리나 스웨덴의 시스타(KISTA), 핀란드의 오타니에미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덕은 창조경제의 처음과 끝…새로운 40년 비전 담을 제도적·공간적 장치도 필요

40년을 맞은 대덕연구단지가 창조경제의 중심축으로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발전 전체 사이클의 '처음과 끝'이 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대덕 구성원들은 대체적으로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올해가 대덕연구단지 출범 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면서 "과학벨트 거점지구를 이곳으로 지정한 이유도 창의에 기반해 새로운 성장을 열어가는 변화의 씨앗이 되라는 것"이라며 대덕이 '창조경제'의 공간적·기능적 전초기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덕의 이같은 패러다임 변화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특구진흥재단, 지자체와 1300여 곳의 벤처기업이 힘을 결집해야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변화의 동력은 출연연이라고 할 수 있다.

오상록 KIST 박사는 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박사는 "출연연이 산업경제 시대까지 역할을 충분히 했지만 시대가 변하며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며 "과학기술을 통한 국부창출, 창조경제의 주역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출연연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 주체로서 원동력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창조경제 시대에서 국가 아젠다 중심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에 맞춰 출연연 역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체제로 탈바꿈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출연연의 변화만이 답이 될 수는 없다.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출연연이 주도해 국가 아젠다 해결 프로그램을 도출하고, 어렵겠지만 출연연별로 상황에 맞게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결단과 출연연의 변화가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연구개발 체제와 함께 출연연 스스로도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션과 임무의 재설정, 내부의 능동적인 변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덕이 모험·도전·창의적 R&D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무장하고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을 새로운 공간적 상징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과학의 심장'이라는 정체성이 무색해질 만큼 난개발 논란이 일고 있는 공동관리아파트, 대덕과학문화센터, 엑스포과학공원 등을 '창조경제 전진기지'라는 대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표현하는 상징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흥남 ETRI 원장은 "40년전 탄생한 대덕연구단지가 산업 근대화에 절대적 역할을 했다면 이제 새로운 40년은 실리콘밸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덕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연구, 창업, 교육 환경과 함께 수준높은 문화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덕이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혁신 클러스터로 창조경제의 중심축이 되기 위해서는 대덕뿐만 아니라 해외의 우수인재도 흡입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