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용소방대 군복무중 화학과 조상연 학생의 광학영상기술
중학교 생물실험에 사용 현미경으로 초고해상도 관찰 가능

KAIST(한국과학기술원) 호기심제왕이 또 일을 냈다. 의용소방대에서 군복무 중인 화학과 조상연 군이 그 주인공이다. 작년 2월 군 입대 전에 셀(Cell) 자매지에 논문을 게재한 바 있는 조 군은 학부생 신분으로 세계적 학술지에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올렸다. 박용근 KAIST 물리학과 교수가 주도하고 조 군이 참여한 연구 결과는 네이처 사이언티픽 리포트 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박 교수팀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초고해상도 광학영상을 얻는 기술을 확보했다. 수 십 만원 대의 중학교 생물실험에 사용되는 현미경을 가지고도 우리나라에 몇 대 없는 수 억 원 대 초고해상도 현미경 수준의 광학영상을 얻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지름이 250nm(나노미터)의 크기가 한 개의 점으로만 보이는 기존의 광학현미경으로는 세포의 형태만 관찰할 수 있는 반면, 박 교수팀이 확보한 이 기술은 30nm 크기까지 관찰이 가능하다. 세포의 자세한 구조는 물론 바이러스나 단백질의 존재 유무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관찰하고자 하는 물체와 에너지가 상호작용하는 물질을 첨가하면 초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있어 즉시 상용화 가능하다. 현재 이 기술은 KAIST 생명과학과는 물론 서울대 생리학과에서도 실험에 이용하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 향후 생물학과 화학, 그리고 의학 분야 등 각 연구에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분자들이 서로 가까이 왔을 때, 빛 에너지가 한 쪽에서 다른 분자로 전달되는 FRET 현상(형광 공명 에너지 전이)을 활용했다. 박 교수는 "굳이 비싸고 복잡한 초고해상도 현미경을 구입할 필요 없이 기존 광학현미경을 가지고도 누구나 쉽게 초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하는 광학현미경 분야에 커다란 혁신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 된다"고 강조했다. KAIST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조 군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조 군은 "늦은 밤 연구실에서 실험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자동센서 가로등을 보고 물리학 시간에 배운 형광 공명 에너지 전이 현상을 떠올렸다"며 "이 기술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많은 생명현상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는데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군은 KAIST에서 호기심제왕으로 통한다. 지난 해 말라리아 연구와 관련해 제1저자로 발표한 논문이 셀(Cell)지가 발행하는 생명공학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생명공학의 동향' 표지 논문으로 선정된 성과도 그 밑바탕에는 호기심이 주효했다. 광주과학고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2009년에 KAIST 입학한 조 군은 평소 연구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1학년 때 부터 다양한 학과를 넘나들며 스스로 연구거리를 찾아다녔다. 물리화학 분야 융합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인 이효철 화학과 교수를 찾아갔던 일은 아직까지 그에게 가슴 벅찬 일로 남아있다. 조 군의 목표는 제일 재미있는 융합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재미있는 과학을 했던 대표적인 과학자가 마이클 패러데이인데, 롤모델이다"며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융합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라며 "제가 하는 연구를 통해 전 세계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을 도우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술의 구현을 위해 다 학제적 융합연구가 진행됐다. KAIST 물리학과 윤태영 교수팀, 김만원 교수팀(창원대학교 석좌교수), 바이오 및 뇌공학과 최명철 교수팀, 화학과 이효철 교수팀, 그리고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팀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사업, 기초연구실사업, 그리고 WCU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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