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연 '탐해2호' 탑승기] 해저탐사·자원발굴 1등 공신
첨단장비로 무장…하이드레이트 발굴에서 독도수호까지

봄을 재촉하는 빗방울이 떨어지던 5일 오후 1시 진해항. 지난 1997년 독도주변해역 탐사를 시작으로 16년간 우리나라 주변해역의 해저물리를 탐사하며 가스하이드레이트와 같은 미래에너지원 발굴 등의 혁혁한 공을 세운 '탐해2호'가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64.4m, 선폭 15m, 2085톤급의 탐사선인 탐해2호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이효숙)이 1996년 12월 250억여원을 들여 노르웨이 울스테인(Ulstein) 조선소에서 들여왔다.

탐해2호는 6.25 전쟁이 끝나고 미국에서 무상 임차한 예인선 '탐양호'와 1977년 진수한 150톤급 '탐해호'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해저지질조사 시대를 열었다. 해저탐사를 위한 특수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배는 규모는 작지만 '탄성파탐사' 분야의 강자다. 석유탐사는 물론 지질과 물리탐사 등을 수행하며 우리나라 해저탐사 기술자립을 달성한 일등공신이다.

또 극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해역에서 3차원으로 해저 물리탐사가 가능한 첨단 장비를 갖추고 국내뿐 아니라 남중국해와 캄차카반도 해역을 포함한 서태평양 전역을 대상으로 탐사활동을 펼쳐왔다.

대전 본원에서부터 연구원 동료들을 인솔한 한현철 석유해저연구본부장은 잘 키운 자식을 소개하듯 뿌듯한 얼굴이다. 김정권 선장도 멀리서 온 손님들이 반갑긴 마찬가지다. 탐해2호가 탐사 목적 외에 대전 직원들을 맞이하긴 처음이다.

이희일 선임연구본부장을 비롯한 지질자원연 직원 37명은 5일 탐해2호를 찾아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진해항으로 떠났다. 기원서 국토지질연구본부장, 이평구 지구환경연구본부장, 고경석 기획조정부장, 장세원 인재개발센터장 등 행정분야는 물론 연구인력들도 대거 참석했다. 대부분이 소문으로만 들었던 탐해2호의 실체를 보게 됐다며 들뜬 모습이다.
 

▲김정권 탐해2호 선장이 대전에서 내려온 손님들에게 배의 임무와 장비들을 소개하고 있다. ⓒ2013 HelloDD.com

이효숙 원장은 "지질자원연구원의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전국에서 진행하다보니 타분야 연구원들과 교류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탐해2호 직원들을 격려하고 연구원들 간의 이해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매년 3월부터 11월 사이 탐사를 수행하는 탐해2호는 겨울 휴식기 동안 시스템 정비 등 안전 관리를 진행하고 오는 3월 12일 ‘현생이질퇴적층 지류층 지질특성화’ 조사를 위한 첫 탐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이날 대전 본원에서 함께한 방문객들과 거가대교까지 시운전을 하며 장비 테스트 등을 진행했다.

◆스트리머와 에어건 등 지질탐사 장비로 무장한 떠다니는 연구소

배가 앞이 아닌 옆으로 이동하며 항구를 출발하자 방문객들은 승조원들의 거주구역을 지나 탐해2호의 중심부인 브릿지(선박중앙종합관리실)로 향했다. 배의 안전 운항을 책임지는 브릿지는 각종 통신기들이 즐비했다. 사람이 앞을 보려면 눈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탐해2호 역시 짙은 안개가 껴도 안경역할을 하는 이곳의 장비들만 있으면 OK다.
 

▲탐해2호의 안전 운항을 책임지는 브릿지(좌)와 탐사데이터가 모이는 Dry-Deck(우)의 모습. ⓒ2013 HelloDD.com

다음 장소는 탐사결과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탐해2호의 두뇌 Dry-Deck.이곳에는 수신기를 컨트롤하는 옵저버와 항측장비를 점검하는 네비게이터 등의 연구원들이 근무하는 장소다.

탐사는 각종 신호를 수신하는 스트리머(수신기) 투척으로 시작된다. 탐해2호는 총 2대의 스트리머를 보유하고 있다. 길이가 3km에 달하는 스트리머를 배에서 내리는데만 총 4시간이 걸리는 대 작업이다. 에어건을 터트리거나 음파를 발생시킨 후 이들 신호가 해저면 등에서 반사돼오는 시간차를 이용해 스트리머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연구원들은 이곳에서 신호가 이상 없이 잘 들어왔는지 데이터에 이상구조는 없는지 1차 확인 작업을 한다. 만약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추가 측정 등 정밀조사를 진행하며 자료는 백업해 실험실로 보낸다. Dry-Deck을 나와 실제 스트리머와 에어건 등 지질탐사 장비가 가득한 선박의 Back-Deck으로 이동하자 김진호 해저물리탐사연구실장이 맞이했다.

탐해2호에는 깜깜한 바닷 속을 읽을 수 있는 탄성파 탐사장치, 중자력 탐사장치, 해저지질 및 지형조사장치 등 각종 장비가 탑재돼 있다. 이 중 핵심 장비는 수신기인 '스트리머'와 탄성파 탐사 장치인 '에어건'이다. 에어건은 해저 지질 내부를 파악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압축공기를 바닷 속으로 쏘아 해저 지질에 반사되는 음파를 분석해 지질구조를 알아낸다. 최대 5000미터까지 탐사가 가능하며 해저의 지층구조와 암석의 종류, 해저자원의 매장 가능성 등을 분석할 수 있다.

▲탄성파 탐사 장치인 '에어건'의 모습. 한현철 본부장의 설명처럼 탐해2호 내부는 공장을 방풀케 한다. ⓒ2013 HelloDD.com

에어건을 쏘아 반사되는 음파는 음파 수신기인 스트리머가 수집한다. 스트리머는 좌현과 우현에 각각 3 km씩 총 6 km를 보유하고 있어 3차원 및 2차원 탐사 모두 가능하다.

김진호 실장은 "스트리머는 해저지형 및 천부지층 특성 파악하며, 고장이 나면 중간 중간 150m 단위로 고장 부위만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50m 비용이 7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이기 때문에 선이 꺾이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연근해는 양식장, 서해상에서는 중국 어선들의 피해를 종종 받는다. 또 해저지질분야는 탐해2호 측면에 설치된 A-frame을 이용하여 해저퇴적물 시료를 채취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탐해2호의 탑승인원은 승조원 17명과 연구원 19명, 이 같은 방법으로 탐사한 자료는 본원으로 돌아가 4~5개월에 걸쳐 정밀분석을 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찾은 기관실은 자동차의 본네트와 같은 곳이다.

김정권 선장은 "자동차가 바퀴로 달린다면 선박은 프로펠러를 이용한다"며 "탐해2호는 특수목적에 맞게 설계된 배로 다른 선박과 달리 슬러스트 장치를 이용하면 그 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 수 도 있고 또 앞뒤가 아닌 옆으로 이동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본네트의 역할을 하는 탐해2호 '기관실'. ⓒ2013 HelloDD.com

◆ 연간 180일 해저지구물리 탐사와 해저지질 탐사 수행

탐해2호는 지난 97년 첫 취항한 이후 해마다 180일 정도의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도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개월의 일정으로 10건의 탐사 일정이 빼곡하게 잡혀있다. 탐해2호는 1만2000해리를 30일간 연료 보급 없이 운항할 수 있어 장기 탐사도 가능하다. 약 20일 탐사에 사용하는 기름의 비용만 1억8000~9000만원 정도라 한다.

김진호 실장은 "환절기에는 날씨가 바뀌면 주변에 기압이 바뀌기 때문에 탐사여건이 좋지 않다. 기압배치가 안정적인 5월이 최적의 조건이지만 1년 동안 스케줄은 빡빡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이 탐사선을 타려면 3단계 교육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자력으로 석유탐사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한번 출항하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3달 동안 배 위에서 탐사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지식 습득은 필수다.

초기에는 전문인력이 부족해 외국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신입직원 교육을 직접 시킬 수 있을 정도로 경험과 역량이 축적됐다. 28명의 직원 중 총 15명이 고급과정까지 마치고 자격을 취득했다.

탐해2호의 주 임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해저지구물리 탐사와 해저지질 탐사다. 탐해2호는 1997년 독도주변해역에서 3개의 해산이 발달하고 있음을 밝혔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수로기구에 우리말 해저지명을 수록하게 됐다.

또 2007년 6월 동해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 발견 및 시료 채취 성공했으며 2012년 12월 200해리 이원의 우리나라 대륙붕 한계 획정을 위한 기반이 된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매년 크고 작은 탐사를 통해 우리나라 국가 안보, 위상 제고 및 자원 확보를 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분야에서도 많은 성과를 냈다.

국내 최초로 약 2억5000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 후보지인 울릉분지의 지질탐사도 진행했다. 또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를 비롯해 아시아 몬순은 해양에서 측정하면 어디서 왔는지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과거의 경로를 파악하고 미래를 유추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등 방재분야에도 활용된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지녔지만, 자원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지질자원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실장이 Dry-Deck에서 이용하는 다양한 장비와 탐사 데이터를 설명하고 있다. ⓒ2013 HelloDD.com

◆한현철 본부장 "탐해2호를 대체할 탐사선도 준비해야죠"

"땅 밑에 뭐가 있는지 없는지 조사하면 50%의 확률이지만, 조사조차 안하면 전혀 알 수 가 없다." 지질 연구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강조한 한현철 지질자원연 석유해저연구본부장. 그는 지난 97년부터 최근까지 해마다 2개월은 탐해2호에 탑승, 탐해2호의 역사를 함께 해온 인물이다.

▲탐해2호 앞에 선 한현철 본부장. ⓒ2013 HelloDD.com

1980년 지질자원연에 입사한 한 본부장은 탐해2호를 '움직이는 공장'이라고 소개했다. 초기에는 의무적으로 탐사에 참여해야 했다. 바다 멀미 뿐 아니라 탐사 후 본원에 돌아와도 계속 배를 타고 있는 것과 같은 어지러운 육지멀미로 고생했다.

하지만 배를 타지 못하는 지금은 그때가 그립다. 대만과 제주도 사이를 연결하는 해저광케이블 공사 땐 돌풍을 만나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또 지형정보 없이 시작한 초기 독도 탐사 때는 배아래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면 지형정보를 확보했다.

그는 "당시엔 겁이 없어서 무모하게 시도했지만, 지금은 못할 거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탐사에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다. 특히 서해안 탐사 시에는 수천 척씩 몰려다니는 중국어선을 만나면 탐사를 계획대로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나라가 주장하는 200해리와 중국이 주장하는 200해리가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해경은 물론 외교부와도 협조해 탐사를 진행하지만 수천척의 중국어선을 상대하는 건 역부족이다. 사업목적별로 탐사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안타까운 실정이다.

한 본부장은 탐해2호에서 발견하고 수집한 한 자료들이 정책에 반영되고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때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해저탐사는 국방, 자원을 비롯해 환경 등 국민의 생활에 밀접한 분야에 필요한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특히 원전, 방폐장 등 주로 해안가에 건설되는 시설들이 들어서기 위해 지질 조사도 중요하다. 단층들의 모양과 두께 등 해저지반안전성 연구도 국민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탐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탐사는 가스하이드레이트 발견과 함께 지난해 대륙붕 협정을 위한 UN 보고서 문건에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한 것이다. UN 보고서에는 6년간 조사하고 축적한 결과가 담겨있다. 그는 앞으로 서해, 남해 등 해저지반안전성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자원탐사를 위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에게도 걱정이 있다. 현재 17년차인 탐해2호를 대체할 탐사선의 재원 마련이다. 보통 탐사선은 에어건에서 터트리는 압축공기의 강한 충격 등으로 수명이 길지 못하다. 20~25년이면 수명을 다하기에 다음 탐사선을 준비하는 작업을 이제 시작해야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하는 일이 오늘해서 오늘 안에 답이 나오는 연구가 아니다. 오늘해도 3~4년이 돼야 결과가 나오지만 그 결과는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 만큼 정부와 국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멀리 거가대교가 보이는 진해 앞바다. 탐해2호 헬기Deck에서 승조원들과 방문객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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