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호 KAIST 교수, 3분 52초 최장 원격 촬영 성공…국내 첫 시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천문연 '위성추적시스템' 나로호 발사 1개월 후 가동

나로호 발사 성공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나로호 성공 이후의 숙제는 그 어느때보다 묵직한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죠. 대덕넷에서는 나로호 성공 발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성공을 위한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나로호를 처음부터 끝까지 쫓았던 국내 기술부터 국내 성공적인 우주개발을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까지 뒷담화로 설명해드립니다.[편집자주]

나로호 성공을 가장 먼저 알아챈 곳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이하 NORAD)였다.

NORAD는 지구 상공을 떠도는 인공위성과 우주선 파편 등 우주물체를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NORAD는 발사 후 4시간 만에 나로과학위성을 찾아내 궤도정보를 인터넷에 공시했다. NORAD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KAIST 인공위성센터다.

NORAD가 제공한 궤도정보를 기반으로 31일 새벽 3시 27분에 대전 지상국은 나로과학위성과 성공적인 교신을 했다. 거대한 시설의 집합체인 NORAD나 인공위성센터가 아니더라도 나로호와 나로과학위성을 감시하는 눈길은 많았다.

오준호 KAIST 교수팀은 자체 개발한 기술로 나로호 3차 발사를 원격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국내 최장 3분 52초 동안의 촬영이었다. 5가지 화면으로 촬영된 영상은 향후 국내 우주개발에서 중요한 데이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발사 이후 나로과학위성의 추적도 국내 기술로 담당하게 된다.

오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 역시 추적 및 관측이 가능하고, 임형철 한국천문연구원 박사가 개발한 인공위성 레이저 추적 시스템(이하 SLR)도 시동 중에 있다.

◆ 3분 52초 최장 시간 나로호 촬영…국내 첫 시도
 

1월 29일 자정. 외나로도에서 약 20km 떨어진 백야도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작업의 주체는 오준호 KAIST 교수 연구팀. 나로호 3차 발사를 원격 촬영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된 방식으로, 기존에 촬영 가능했던 시간보다 1분 여를 더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이 사용한 장비는 오 교수팀이 자체 개발한 장비로, 천체관측용 망원경에 카메라를 달아 발사체의 우주 진입 장면을 원격 촬영한 것이다.

오 교수에 따르면 이 장치는 단 1초 만에 20도씩 고속으로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세계 최고 성능으로 위치 정밀도와 위치반복도는 1초각(3600분의 1도)에 달하며 오차범위는 2초각이다. 궤도만 입력해주면 하늘의 어떤 물체도 정밀하게 추적이 가능하다. 이번이 세 번째 준비였다. 한적한 도로를 막고 텐트를 치고 망원경을 설치했다. 희미하게 보이는 나로호를 잡고 날아갈 궤적을 예상했다. 그 와중에 경찰에게 오해를 받는 일도 많았다.

"국도에다가 텐트를 쳤으니 경찰이 출동할만 하겠죠. 중앙선까지 침범을 했었거든요. 경찰이 시에다 도로 점유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도 통보를 안 한 내용이라 뜨끔했죠. 그래도 잘 설명하고 허락을 받았어요. 무엇보다 국가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잖아요." 한 번 내려가는 데 교통비만 수 백 만원씩 들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연구에 대한 열정보다도 그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휴보 아빠로도 유명한 오 교수. 2년의 연구 끝에 개발한 그는 "로봇 공학 기술도 재미있지만 우주 감시 장비에도 관심이 많다"며 "로봇 제작 기술을 이용한 적도의 방식의 광학 추적장치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개발한 후 대형 인공위성인 국제우주정거장 촬영을 시도해 성공하기도 했다. 한반도 상공 350km 위에서 음속 20배로 날고 있는 우주정거장이었다. 천체망원경 고정장치(마운트) 덕분에 우주정거장의 궤적과 이동 모습을 흔들림없이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오 교수는 나로과학위성 관측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는 "나로과학위성의 시범운용 단계가 끝나면 위성의 위치 정보를 이용해 관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로봇공학은 다양한 곳에 쓰이는 만큼 앞으로도 우주연구 분야에 도움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치는 적국의 첩보위성 등을 감시하는 데도 쓸 수 있다.

오 교수는 "첩보위성은 우주레이더 등을 이용해 2중 3중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 같은 강대국만 수조 원의 비용을 들여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런 광학 탐지장치로도 기본적인 감시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국내 기술로 만든 '위성추적시스템'도 나로호 쫓는다
 

▲(위)레이저가 방출되는 모습. (아래)위성으로 향하는 레이저. ⓒ2012 HelloDD.com

나로호 발사 후 한 달이면 출동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는 발사 이후 나로과학위성의 궤적을 쫓을 위성추적시스템이 가동 준비 중에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인공위성 레이저 추적 시스템(이하 SLR)이 바로 그것이다.

임형철 박사팀이 개발한 SLR은 레이저로 위성의 위치를 알아내는 시스템이다. 지상에서 레이저를 위성에 쏘면 그 빛이 위성 레이저 반사경에 맞아 다시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거리를 측정하는 원리다. 연구팀에 따르면 SLR은 2만5000km 상공에 있는 위성 위치를 mm 수준의 오차로 추적할 수 있다.

추적을 하려면 위성에 레이저 반사경이 붙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위성 중 레이저 반사경을 탑재한 위성은 아리랑 5호 위성과 나로과학위성 2개 뿐이다. 아리랑 5호의 발사는 올해 상반기 내로 예정돼, 사실상 SLR의 능력 발휘는 나로과학위성과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책임자인 임 박사는 "SLR은 컨테이너에 레이저 발생장치와 위성에 녹색광 레이저를 쏘는 지름 10cm 망원경, 위성에서 반사된 빛을 받는 지름 40cm 망원경을 갖추고 있다"며 "나로과학위성 윗부분에는 원통형의 레이저 반사경이 있는데, 이는 도로에 있는 돌출형 반사경과 비슷한 원리로, 지상에서 레이저가 어느 쪽으로 가든 정확히 90도로 꺾어 지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활용은 불가능하다. 나로과학위성이 제대로 궤도에 자리잡게 되는 한 달 이후부터 추적이 가능하다. 천문연 관계자는 "현재는 나로과학위성의 시범 운용 단계다"며 "반사경이 붙어있는 위성 윗부분과 SLR이 마주볼 수 있어야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몸체가 안정되기 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SLR은 자국의 군사 정보를 수집하는 스파이 위성을 감시하는 등 군사적 활용도가 높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우주 선진국 20개국은 이미 SLR 40여 기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임 박사는 "이번 인공위성 레이저 추적 시스템 개발 성공은 우리나라 역시 독자적인 우주감시 체계 구축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또한 국내 최초로 우리나라 기술로 개발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천문연은 2015년까지 세종시에 SLR 관측소를 추가로 설치해 지구로 추락하는 5cm 크기의 우주잔해물도 감시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총 230억 원이 투자된다.

한편 1·2차 나로호 발사 때는 중국과 일본의 SLR 관측소가 위성 추적을 맡았다. 이번 3차 발사는 중국 SLR 관측소와 천문연 이동형 SLR이 맡는다.

임 박사는 "나로과학위성의 궤도가 안정되는 두 달 후부터 본격적인 추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