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출연연 과학기술 총동원 핵실험 결과·영향 분석
국내 방사선 수치 평상 수준…핵종 분석 결과 조만간 나올듯

12일 오전 11시 58분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은 이날 오후 조선중앙TV를 통해 "제3차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에 사용한 물질과 실험 규모 등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핵폭탄의 위력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현 가능성을 비롯해 방사능 유출로 인한 피해 등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등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3차 핵실험 결과를 분석하는 등 비상근무를 지속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13일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해 북핵 태스크포스를 구성, 사안별 조치내용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등 정부의 대응도 발빠르다.

한편 동해상에서 포집한 핵물질 1차 시료가 13일 오후 5시 25분경 군헬기를 통해 KINS에 도착했다. KINS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분석작업을 시작한다면 전처리 과정 7시간과 분석시간 12시간을 거쳐 빠르면 14일 낮 12시 무렵 시료분석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핵실험 물질과 규모 등을 확 할 수 있을 것인지 분석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3일 현재까지 밝혀진 방사성 물질의 인체피해 여부와 아리랑3호 영상 촬영 등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쏟아지는 의문들을 전문가들의 설명을 통해 확인해 본다.

◆ 항우연 "아리랑3호 북한 핵실험 지역 촬영했지만, 구름이 가려"

북한 지역을 감시할 수 있는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3호가 핵실험 지역을 촬영했는지에 대한 12일자 언론사들의 발표 내용이 달라 의혹이 증폭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아리랑3호가 북한의 핵실험 장소 주변 지구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확보했다고 12일 밝혔다. 아리랑3호가 확보한 영상에는 핵실험으로 지진이 발생하고 난 후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지역의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랑3호는 최고 수준의 0.7m급 전자광학카메라를 탑재, 차량 종류는 물론 도로 위 방향표시까지 깨끗하게 식별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세번째 다목적 실용위성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12일 아리랑3호가 해당지역을 촬영한 것이 맞다. 하지만 어제 전국적으로 날씨가 흐렸던 만큼 해당 지역도 구름이 많이 껴 영상이 선명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아리랑 3호는 매일 3차례 정도 한반도 상공을 지나며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장과 핵실험장 등을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리랑 3호의 관제임무는 항우연이 맡고 있지만 임무를 위한 명령 등 실제 운영은 국가정보원이 담당하고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한편 항우연은 국정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이 영상을 공개할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능 유출 피해 정말 없나? 전문가들 "걱정 안해도 된다"

북한 핵실험 소식에 환경단체들은 대기 중 방사능 노출을 우려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3일 오후 1시 광화문에서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낙진 우려 긴급환경 캠페인'을 열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또 에너지정의행동 등의 시민단체들도 "핵실험으로 발생하는 방사능이 버섯 등 동식물과 지하수에 영향을 끼치면서 인체에도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정부는 국민들이 방사능 피해를 보지 않도록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자세한 정보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KINS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방사능 수치는 정상범위로 측정되고 있다. 국내 방사능 측정은 KINS가 전국 122개 지점에 '국가환경방사선자동감시망'을 가동해 측정하고 있다. KINS는 북한 핵실험 이후 15분 간격으로 측정하던 것을 5분 간격으로 단축하고 실시간으로 대기 중 방사능 수치를 점검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 관계자는 "방사능 수치는 'KINS'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고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실시간 점검 결과 이상 수치가 발견되면 즉각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KINS 관계자도 "방사성 기체가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와도 양이 적어서 인체나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 "지하 핵실험의 경우 일부 핵물질이 공기중 채취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물질은 지하에 가라앉아 환경과 인체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KINS는 13일 새벽부터 동해안 인근에서 이동식 제논(Xe) 포집기를 탑재한 배를 띄워 대기 포집을 진행했다. 군 당국도 크립톤 탐지 장비는 물론 해상과 상공에 방사능 포집 장비를 부착한 함정, 기본훈련기(KT-1)를 투입했다. 또 미국의 WC-135W(콘스턴트 피닉스) 특수정찰기도 투입됐다. 2006년과 2009년 1, 2차 핵실험 때도 투입된 이 정찰기는 오키나와 가데나기지에서 출발해 대기 표본수집 장비로 방사성 물질을 탐지한다.

KINS의 포집은 12시간마다 한 번씩 이뤄지며, 포집기 1대당 8개 세트로 이뤄져 있어 연속으로 나흘 동안 측정할 수 있다. 포집대상은 131mXe, 133Xe, 133mXe, 135Xe 등 제논 4종이며, 이 가운데 135Xe는 반감기가 9시간으로 짧아 잡아내기 쉽지 않다. 제논의 반감기는 9시간에서 12일까지이다. 방사성 물질 포집에는 12시간이 소요되며, 그외 포집된 물질에 대한 전처리 및 분석작업에 19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안전위 관계자는 "핵원료가 플루토늄인지 우라늄인지 등을 밝혀내기 위해 핵종 분석을 해야 하는데 3~4일 정도 걸린다"며 "이 분석 결과가 나오면 핵원료를 알 수 있고 대기 중 방사능 노출여부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갈수록 강화된 북한의 핵실험갱도 때문에 채취확률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군이 지난 4일 공개한 사진에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내부 구조가 길이 1㎞ 내외의 수평갱도로 달팽이관 모양이다. 갱도에 설치된 1~10번까지 문 중 핵폭발 장치가 터지면 물질과 가스 등이 1~3번 문에서 대부분 차단된다. 두께 1m 내외의 강철과 콘크리트로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차단문은 미닫이 형태로 설치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핵폭발 잔해를 차단하고 폭발 당시 힘이 차단문에 급격하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격벽도 세 곳이나 설치됐다.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 9일 이뤄진 1차 핵실험 때의 수평갱도는 직선으로 건설돼 방사능 등이 외부로 누출됐다. 하지만 2차 핵실험 때 갱도를 이처럼 견고하게 건설해 외부로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았다.

◆ 핵무기 원료 플루토늄? 우라늄?

핵무기 원료는 플루토늄과 우라늄 두 가지다. 둘 모두 초기 핵무기로 핵분열방식의 원자폭탄이다. 북한은 지난 1,2차 핵실험 때 플루토늄을 이용했지만 이번엔 우라늄을 이용했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사용한 핵무기 원료의 종류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우라늄을 이용했을 경우 앞으로 핵위협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를 만들려면 원자로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첩보 위성에 발견되기 쉽다. 우라늄은 플루토늄과 달리 연기, 냄새, 특수물질의 배출이 없어 감지하기가 힘들고 공정이 간단해 핵무기 대량 생산이 가능하리란 전망이다.

우라늄탄은 천연우라늄을 원심분리기를 통해 고농축시킨 우라늄을 사용한다. 저농축 우라늄은 발전 등의 에너지로 사용되고 우라늄 U-235가 90% 정도로 고농축되면 핵무기원료가 된다. 농축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는 길이 약 3m, 지름 약 20cm의 원통이다. 크기가 작은 만큼 큰 공간이 필요 없다. 더욱이 지하시설에 설치할 경우 정찰을 통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감시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방사능 누출 위험도 적고 오래 보관하더라도 파괴력이 유지돼 관리하기 쉽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는 우라늄탄이, 나가사키에는 플루토늄탄이 떨어졌다. 파괴력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플루토늄탄은 제조 비용이 저렴해 개발도상국이 많이 사용한다. 북한이 1,2차 핵실험 때 사용한 원료 역시 플루토늄이다. 북한은 6자회담으로 2008년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불능화한 이후에 우라늄탄 개발에 몰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의 우라늄 농축기술 확보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일단 북한이 1998년 파키스탄에서 원심분리기 20개와 설계도를 확보하고 원심분리기 제조를 위해 특수 알루미늄 150t을 수입한 정황이 있지만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기 위한 시스템 확보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또 원심분리기 20개를 갖춘 수준에서 50년 동안 쉬지않고 돌려야 핵무기 1개 분량인 고농축우라늄 20kg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상 우라늄 핵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핵폭탄 소형화·경량화, ICBM 현실화 되나?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한 1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소형화·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경량화기술이 발달했다면 핵탄두 무게를 1t이하 수준으로 소형화가 가능하고 장거리미사일인 대포동 2호에 탑재할 수도 있다.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지난해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준하는 은하 3호 발사에 이어 강행된 것으로,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도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기준은 무게 1t 미만, 지름 90㎝ 이내이다. 이 무게와 크기라면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B 미사일에 탑재해 핵무기를 목표 지점에 조준해 주변국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핵탄두 무게가 500㎏ 이하가 되면 지난해말 발사에 성공한 사거리 1만㎞ 이상의 장거리 로켓 은하3호에 탑재해 미국 서부지역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은 북측 주장과는 다른 분석을 제시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12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해 "북한은 소형화·경량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력하고 있는 중으로 보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뚜렷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이 10kt에 못 미쳤기 때문에 그런 분석을 내린 것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폭발력이 10kt 미만이라고 해서 소형화가 안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론이 많다. 한국과 미국의 정보당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탄두(4∼4.5t)의 절반 규모 정도(무게 2~3t)로 보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이면 미사일에 싣지 못한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2~3t 무게의 초보적인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해왔다. 이는 북한이 보유한 IL-28 폭격기에나 실을 수 있고 전투기나 탄도미사일에는 탑재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미 군 당국은 IL-28 폭격기가 배치돼 있는 북한군 기지를 이미 파악하고 있고 폭격기의 기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핵폭탄을 실은 폭격기가 우리 영공에 들어오기 전에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스커드·노동 등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소형화에 성공하면 위협 차원이 달라진다. 현재 우리 군엔 제대로 된 요격 수단이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무기가 소형화 경량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이런 추세대로 가면 4~5년 내에 북핵이 가공할 수준의 실전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북한이 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탄두의 소형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폭발력을 높일 수 있는 추가 실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 폭발력 6~7kt? 히로시마급 절반

북한이 강행한 3차 핵실험의 위력도 관심사항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일단 TNT 폭약 6000~7000t의 위력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 2006년 10월 실시한 1차 핵실험과 2009년 5월 2차 핵실험 지진파는 각각 3.9, 4.5로 분석됐다.

이번 핵실험의 지진파 규모를 1, 2차 때와 비교하면 각각 1.0, 0.4가 높다. 국방부는 지질자원연의 평가를 근거로 이번 인공지진파 규모를 4.9로 판단하고 핵 폭발력을 추정했다. 1kt이 다이너마이트(TNT) 1천t이 폭발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이번 핵실험의 규모는 TNT 6천∼7천t 규모가 폭발한 것으로 환산할 수 있다. 군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1차 실험과 2차 실험 때의 폭발력은 각각 1kt, 2∼6kt으로 환산됐기 때문에 3차 때의 폭발력이 2차 때보다 약간 상향된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핵실험에 실패한 핵실험이란 없다"며 "설사 핵폭탄이 터지지 않더라도 실패 원인에 대한 데이터가 수집되기 때문에 북한은 꾸준히 핵무기 개발을 진전시켜왔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에서 나온 6000~7000t의 위력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1만5000t)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6000~7000t 위력의 핵무기가 서울 상공에서 터질 경우 어떤 피해가 생길지 아직 본격적인 컴퓨터 모의실험 결과는 나온 것이 없다.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 상공에 이 정도 위력이 폭탄이 투하될 경우 반경 수㎞ 이내를 초토화하고 사상자를 수십 만 명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1998년 미 국방부가 비밀리에 1만5000t 위력을 가진 핵무기가 서울 용산 상공에서 폭발했을 때의 피해 범위를 모의실험한 결과 반경 150m 이내 건물은 증발하고, 1.5㎞ 이내 사람은 전신 3도 화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총 62만명이나 생기는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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