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재도 전 한국화학연구원장(명예연구원)

오늘은 과학기술인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충격적인 날이다. 정치권의 싸움이 결국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를 자진하차시켰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의 사퇴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마음이 돌아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 내정자는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면서 "미래창조과학부를 둘러싼 논란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며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비판했다.

첫 수장은 중도하차하고 기대를 모았던 미래과학부 출범은 파행을 빚고 있으니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처음 미래창조과학부를 제시할 때만 해도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첫 미래과학부 장관으로 김종훈 후보자가 등장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과 ICT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 경제가 지속 성장해 나가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며 의욕을 보이는 모습에 과학기술계는 비로소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었다.

20-30년 후의 미래 사회를 준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10년 후의 먹거리를 위해 고민하고 찾고 있지만 쉽게 못찾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러한 의구심은 김종훈 장관 내정자가 인선되자 일순간에 없어졌다. 참 탁월한 인선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종훈 장관 내정자를 인선한 것은 역경을 극복해내고 또 미국의 선진화된 문화 경험을 몸으로 체득한 김 내정자의 폭넓은 식견을 빌려오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대다수 과학기술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연구개발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고 ICT(정보통신기술)를 중심으로 창업을 활성화하는 데 안성맞춤의 적임자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세계적인 벤처신화 뿐만 아니라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거대 기초과학 연구기관을 이끈 경험이 신설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역동적으로 이끌고 부처의 최초 목표대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과학기술 발전에도 강점으로 작용하리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장관되기를 포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바라보는 과학기술인으로서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물론 국내에 그를 대신해 장관할 사람은 많다. 그러나 대통령의 비전대로 과학과 ICT, 산업을 생산적으로 융합해 새로운 일자리와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미래를 열 수 있는 적임자로서 그를 대신할 사람을 찾기에는 시간이 없을 것이다.

언론이나 야당이 지적했던 것처럼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청문회에서 떳떳이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 그가 일찌감치 미국으로 가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하고, 다시 고국의 부름에 화답하겠다고 하는데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을 이해못할 국민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의 잣대로만 평가한다면 해외에서 성공하고 이러한 경험을 살려 조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그러려고 나서는 사람도 앞으로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사퇴를 표명한 김종훈 내정자가 다시 돌아오도록 국민들이 설득했으면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본인이 장관 내정자로 부름을 받았을 때 언급했던 조국의 미래 성장을 위해 헌신 봉사하겠다는 그의 열정이 지금 더 절실히 필요하다. 그의 사퇴를 위한 긴 고뇌 기간동안 조국을 위한 헌신과 열정의 강도는 식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을 사랑하고, 미래 창조사회를 염원하는 모든 과학기술인들과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그를 다시 불러들여 초심을 회복하게하고 일할 수있게 함으로서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야 하지 않을까 호소하며 뜻이 모아지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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