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율(3.14) 고안 기념해 유럽·미국 등에서는 행사 다양
국내에서는 화이트데이에 가려…원주율 중요성 상기해야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다. 유래도 없고 근거도 없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이나 선물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자리를 잡았다. 상술이니 뭐니 비난도 많지만, 어쩌랴. 이렇게 '공개적으로' 평소 감춰왔던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치부할 수 밖에.

하지만 과학계, 특히 수학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3월 14일은 '파이(π)데이', 혹은 '원주율의 날'이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선교사인 자르투(P.Jartoux)가 원주율 값인 3.14를 고안한 것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날로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매년 3월 14일 1시 59(π=3.141592)분에 원주율 탄생을 축하는 크고작은 행사를 갖는다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대학의 수학과나 과학단체, 영재교육 관련 학원에서 조촐한 자체 행사를 갖는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0년을 전후해 포항공대의 수학연구 동아리를 비롯해 수학 관련 단체나 교사들을 중심으로 파이데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지난 10일 오전 부산 궁리마루에서 파이데이 페스티벌을 열었다. 수학연극, 파이 시계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와 함께 부산대 수학과 김현민 교수의 특강이 마련됐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지난 2011년 초·중·고교 수학·과학 동아리 학생들과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파이데이를 기념하는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열기도 했다. 미래 상상 우주선과 태양계 행성 입체모형을 만들고 원주율을 구하는 방법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으며 스웨덴국립과학기술관과 화상을 통해 입체모형의 파이값을 서로 비교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하지만 올해 대덕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는 소식은 없다. 국가수리연구소가 있지만 별도 이벤트는 물론 내부적으로 파이나 피자 정도 먹는 자리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전언. IBS 관계자는 "파이데이 얘기가 나왔었지만 즉흥적으로 준비해 일회성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내년부터 알차게 준비해서 열자고 의견을 모았다. 내년에는 소규모라도 알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준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3월 14일이 과학계에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꼭 원주율(π) 때문만은 아니다. 이 날은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이슈타인(1879년 3월14일~1955년 4월18일)의 생일이기도 하다.

◆π(원주율)이란?=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원은 지름과 둘레가 일정한 비율 값을 갖는다. 수학자들은 이를 원주율(π)이라고 정했다. 원주율을 구하기 위한 인간의 도전은 4000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기원전 2000년 고대 바빌로니아 인들은 원주율을 간단히 3으로 정하고 성경과 탈무드에서도 원주율을 3으로 썼다고 한다.  π는 무리수로서 3.14159265…로 무한대로 나간다. 실용적인 계산에서는 3.14나, 좀더 정밀한 계산에서도 3.1416으로 충분하다. π의 근사값으로는 1873년에 W. 샹크스가 소수점 아래 707자리까지 산출한 것이 오랫동안 기록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1946년 소수점 아래 528자리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현재는 컴퓨터의 발달로 소수점 아래 100만 자리 이상까지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원주율은 원의 둘레와 넓이를 구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일상생활과 과학계에서 다양하게 적용된다. 캔의 용량을 재거나 접시를 만들 때, 인공위성의 궤도를 계산할 때, 자동차에 있는 내비게이션에도 원주율 값이 적용된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