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출연연 참여 임무·제도개선 도출…총괄기관에 ETRI·KIST
연총도 연찬회 열고 역할변화 모색 "연구자 위상·임무 강화해야"

새정부 출범과 함께 '과학기술과 ICT 중심의 창조경제'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새로운 임무와 역할,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본격 가동됐다. 동시에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새정부의 핵심 화두인 창조경제 실현에 걸맞는 출연연의 역할 및 위상 변화를 자발적으로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돼 미래과학부와 출연연의 관계 정립은 물론 출연연간 협력과 거버넌스 개편 등과 관련해 어떤 결과물이 도출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러한 움직임은 창조경제의 사령탑이자 새로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인 미래과학부가 신설되고 본격 출범하는 상황에서 출연연도 종전과 같은 역할 및 위상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과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동시에 반영된 것으로 일선 연구현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출연연 미션 재정립…과기분야 출연연 발전전략 T/F 본격 가동

지난 22일 대천에서 열린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이하 연총) 연찬회에 참석한 백일섭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기관지원팀장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출연연 역할 재정립 및 운영제도 개선방안 모색을 위해 미래과학부와 25개 출연연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3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가칭)과학기술분야 출연연 발전전략 T/F'는 크게 ▲출연연 역할 재정립과 ▲출연연 운영제도 개선 등 두개 분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으며 역할 재정립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운영제도 개선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각각 총괄기관을 맡아 운영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출연연 발전전략 T/F는 3월말까지 1차 초안을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계기관의 의견수렴 및 보완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이어 다음달에는 2차 초안까지 마련해 공개토론회 및 공청회 등을 거치고 5월까지 기재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마친 뒤 6월까지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또 출연연 발전전략 TF는 이같은 로드맵을 통해 출연연의 미션 재정립과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 출연연간 융합과 산학연 협력 강화 등의 발전전략을 도출할 계획이다.

ETRI가 총괄기관을 맡고 있는 '출연연 역할 재정립' 분야에서는 ▲신산업 창출을 위한 미래전략기술 ▲사회현안 해결을 위한 공공연구 ▲기술사업화 및 창업 ▲중소기업 지원 등 4개 분과가 가동되고 있다. 또 KIST가 총괄기관을 맡고 있는 '출연연 운영제도 개선' 분야에서는 현재까지는 별도의 분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년문제, 비정규직 문제, 평가제도, PBS 등 출연연의 현안을 다루고 있는 만큼 필요한 경우 분과를 세분해 각 현안별로 논의를 심화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백일섭 팀장은 "새정부 출범과 미래과학부 신설로 출연연도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미션 재정립을 위해 출연연 운영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단 종전처럼 정부 등 외부로부터의 강제된 재편이 아니라 출연연 스스로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미션을 재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백 팀장은 "이를 위해 25개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이 모두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미션 재정립과 운영제도 개선에 필요한 발전전략을 도출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총 연찬회 개최…연구자들 혁신방안·출연연 역할 적극 모색

▲오영제 연총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13 HelloDD.com

이처럼 출연연의 새로운 미션과 역할 재정립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출연연 연구자들로 구성된 연총도 새정부 출범과 미래과학부 신설 등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에 본격 착수했다.

연총은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대천 한화리조트에서 임원진과 출연연별 연총 임원, 미래과학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찬회를 열고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출연연 역할 및 대응, 출연연 재부흥과 발전 전략, 출연연 상호협력 및 시너지 향상 등을 주제로 초청강연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연총은 연구원 정년, PBS, 비정규직, 출연연 평가시스템 등 이미 숱하게 논의되고 결론까지 도출된 문제는 더 이상의 '토론'이나 '의견수렴'이 아니라 당장 현장에 적용하는 '실행'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지난 5년 동안 출연연 통합이라는 거버넌스 문제로 일선 연구현장이 크게 혼란을 겪어야 했던 상황을 지적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 논의는 더 이상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연구자들은 ▲시니어 연구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년연장 논의 ▲탈PBS 시범도입·연구조직 전문비서제 도입 등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연구환경 개선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행방안 모색의 T/F 운영 ▲출연연보다 대학, 과학자보다 교수를 선호하는 문제점 및 사회적 환경 개선 ▲소모적인 거버넌스 논의 지양 ▲기초연구-신기술 개발-중소기업 지원의 연구개발 생태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연총은 이날 정책연구 보고를 통해 "지금까지 정권 교체시 마다 출연연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검증받지 않은 의견을 바탕으로 출연연 개편이 추진되면서 출연연 정체성 혼란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연구자들의 사기저하를 초래해 왔다"며 "앞으로의 출연연 정책은 출연연, 국회, 정부 부처, 산업체 등의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출연연의 '사명(Identity)'이라는 불변의 가치와 '임무(Task)'라는 시대적 소임을 합의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총 연찬회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장순흥 KAIST 교수가 '박근혜 정부의 과학기술 혁신 방향', 백일섭 미래과학부 연구기관지원팀장이 '출연연 부흥(Flourish Again!)'을 주제로 초청강연을 했다. 장 교수는 새정부의 과기정책 과제와 출연연 발전방향을 소개하며 "인수위 시절에 가장 강조했던 것은 출연연의 자율성이며 동시에 통폐합과 관련된 그동안의 논의를 백지화 시키는 것에 주력했다"며 "더 이상 정부 중심의 거버넌스 개편 문제 때문에 출연연과 연구현장이 혼란스러워하고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팀장도 출연연의 새로운 운영방향을 설명하면서 "그동안 출연연 정책에 있어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장기화되고 관리체계가 (부처별로)이원화되면서 연구환경의 불안정성과 융합연구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부처와 출연연의 역할을 분담하고, 특히 출연연 스스로 혁신방안과 미션을 재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축사를 맡은 이은우 UST 총장은 출연연의 발전방향을 소개하면서 "과학기술의 핵심은 사람이며 현재와 같은 연구인력 생태계에서는 앞으로의 40년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총연구개발비에서 인건비 비중을 높이고, 정년연장은 복지가 아닌 우수두뇌 활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비정규직을 귀중한 인적자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장순흥 KAIST 교수(오른쪽)가 박근혜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과 출연연 혁신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2013 HelloDD.com

▲연총 관계자가 백일섭 미래과학부 연구기관지원팀장(오른쪽)에게 출연연 현안을 질의하고 있다. ⓒ2013 HelloDD.com

▲축사를 통해 자신의 출연연 발전방향 비전을 설명하는 이은우 UST 총장. ⓒ2013 HelloDD.com

▲정환삼 부회장이 연총의 정책연구를 통해 모아진 출연연의 위상과 임무를 설명하고 있다.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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