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기술DB 공유플랫폼 구축…新연구 경향 기대
'정부3.0' 안전행정부·서울시등 '공공 빅데이터' 정책도

정부의 IT 인프라가 빅데이터 환경으로 본격 전환될 채비를 하고 있다. 안전행정부 소속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전자정부 시스템 신규 구축에 관한 '2013년도 제1차 정보자원 통합사업'의 발주계획을 지난 8일 발표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융합형 행정과 공공정보 개방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정부 3.0'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통합센터는 이번 정보자원 통합사업을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전면 적용할 방침이다. 또한 '수요자 맞춤형 행정'을 골자로 한 정부 3.0 서비스의 발굴을 위해 내년부터 빅데이터 분석 파일럿 시스템도 시범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역시 이달 중 교통·문화 등 빅데이터를 시범 적용할 분야를 결정하고 연말쯤 본격적인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정보를 관리하는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원장 박영서)는 이보다 한참 앞선 지난 2005년부터 과학기술 분야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유망기술을 예측하는 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KISTI의 과학기술 빅데이터 분석은 외국의 기술예측 관련 교과서에서 '매크로 모니터링'이란 용어로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KISTI는 이와 함께 2015년 완성을 목표로 내년부터 빅데이터 관리체제 구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1962년 설립 이후 축적해온 약 1억건의 방대한 과학기술 데이터의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연구자 간 융합연구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정부와 과학기술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예상보다 빠른 '빅데이터 시대' 도래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20년 데이터 생산량 35제타바이트…성큼 다가온 빅데이터 시대

글로벌 ICT시장조사기관인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가 작년말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생성된 디지털 데이터의 양은 2.8제타바이트에 달했다. 1ZB는 1조GB에 해당하는 양으로 세계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미의회도서관 약 400만 개를 합쳐놓은 규모다. 책으로 만들어 쌓으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 1억5000만km를 서른일곱 번 왕복할 수 있는 수치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대중화로 데이터가 더욱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2020년경 전세계 데이터양이 약 35ZB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은 경쟁적으로 빅데이터 시대 대응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

일찌감치 대규모 데이터의 가치에 주목한 미국은 지난해 범정부적인 빅데이터 연구개발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2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빅데이터 기술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빅데이터 관련 인력양성 프로젝트에 1000만달러의 기금을 투입하고 있다. 영국도 빅데이터를 '21세기의 새로운 원자재 및 연료'로 정의하고 정부 산하에 데이터전략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관련정책 마련에 분주하다.

같은 아시아권인 싱가포르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싱가포르는 정부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데이터분석연구소를 세워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수립을 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특히 테러, 재난, 전염병 등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선제적 파악과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총리실 산하 국가안보조정국 내에 별도의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공공정보 개방 2013' 선포식을 열고 범정부적인 빅데이터 활용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 또한 지난해 정부가 발간한 '국가정보화백서'에서는 빅데이터 시대의 미래상에 대해 "IT의 주도권이 인프라, 기술, 소프트웨어에서 데이터로 전이되고 있다. 데이터는 IT에서 분리된 독립적 주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각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얼마나 성능 좋은 IT기기를 가졌는지, 얼마나 편리한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는지가 전부였던 시대가 저물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등장 초기 데이터의 양을 중심으로 설명됐던 빅데이터는 이제 양적인 측면보다 원하는 가치(Value)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 발견의 수단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자본 중심이었던 경영 패러다임이 21세기 인적자원을 거쳐 이제 데이터로 시프트하는 상황"이라며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빅데이터가 미래사회의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국가 또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의 원천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기계도 빅데이터 기반 '4세대 R&D 패러다임' 부상
 

▲성원경 KISTI 센터장. ⓒ2013 HelloDD.com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이론을 세우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시도하는 이른바 '4세대 R&D 패러다임'이 그것이다.

성원경 KISTI 정보소프트웨어 연구센터장에 따르면 1세대 R&D는 갈릴레이 같은 과학자들이 천체 등의 자연현상을 탐구해 이를 기록하고 분류하던 시대다. 2세대는 이같은 관찰 데이터를 바탕으로 맥스웰 방정식처럼 새로운 이론을 도출한 시대.

3세대는 과학적 가설과 이론을 데이터로 증명했다.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한 20세기 과학이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현미경은 세포를 더욱 자세하게 연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생물학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전자 현미경 또한 물리학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새로운 첨단 장비의 활용과 눈부시게 발달한 초고속 네트워크·컴퓨팅 장비의 발달에 힘입은 데이터기반 연구라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으로 과학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성 센터장은 "과학은 이미 오래 전부터 데이터의 획득과 활용 방법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과학은 앞으로 많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능력이 커지면서 기존의 이론과 모델에 대한 반박의 소지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센테장은 이와 함께 "본격적인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데이터 처리를 둘러싼 환경의 발전이 필요하다"며 KISTI가 추진 중인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100~200MB 영화 한 편 받는데도 시간이 걸린다"며 "연구자들 역시 데이터를 이동시키고 관리하고 계산하는 데 90퍼센트의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KISTI가 2015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은 연구자들에게 보다 상세하고 방대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와 함께 학제간 융합연구의 기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성 센터장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이 구축되면 연구현장의 변화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기후예측과 재난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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