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학회-국방안보포럼 세미나…항공·국방 전문가 한자리
"패배주의 탈피하고 첨단기술력 발전 위해서라도 반드시 추진을"

"논쟁을 중단하고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하 KF-X)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 시작해도 늦는다." 송택환 공군 준장은 10일 하이원리조트에서 'KF-X,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는 주제로 열린 한국국방안보포럼-한국항공우주학회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송 준장은 "당장 올해부터 공군이 보유해야 할 400여 대의 전투기 대수가 줄어드는 상황이다"며 "전력에 차질이 예상된다. 노후로 인한 도태도 문제지만, 신규확보 사업 지연도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보라매 사업'으로 불리는 KF-X 사업은 노후 전투기를 새로운 중간급 전투기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2002년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국내 개발 가능성과 해외 도입안을 두고 지금까지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이 악화된 상황으로 전력 차질이 예상되고 있어 관계자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상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전투기 대수의 감소로 연합작전 수행 능력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2030년 이후에는 F-16 전투기의 노후대체 소요만 150여 대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송 준장은 KF-X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한국형 전투기를 국내에서 개발할 경우 우리 군의 작전 요구도에 맞게 성능 개량이 용이하다"며 "국외 도입 전투기의 경우 결함이 생기면 해결하는 데만 3∼4개월 걸린다. 국내에서 개발하게 되면 3∼4시간이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제작된 기본훈련기 KT-1은 기총과 로켓을 무장해 공중통제공격기 KA-1으로, 고등훈련기 T-50은 전술입문기 TA-50, 블랙이글용 T-50B, 공격기 FA-50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국외도입 항공기 대비 국내 개발 항공기의 성능개량 및 국산장비 통합이 용이하다는 말이다.

송 준장은 "현재 국내 개발이 어렵다고 단정짓는 반대론자들은 무조건 안된다 식의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KF-X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며 "그동안 연구도 충분히 진행됐고, 타당성 검토도 수 차례 이뤄졌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KF-X 사업이 이번에 추진되지 않으면 앞으로 전투기를 개발할 기회는 없어질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은 국내 산학연 관계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항공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산학연 관계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책 결정자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진수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은 "현재 KT-1 및 T-50 훈련기를 제외한 우리 군의 주력 항공기는 전부 외국에서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 제품이다 보니 항공기 가동율을 지키기 위한 폐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외국산 자동차 구입자들이 비싼 수리비 및 부품 공급 부족에 의해 고통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은 "한국이 세계 5위의 자동차 대국이 된 것은 포니가 수출 가능한 '한국 고유 모델'이었기 때문"이라며 "수출을 위해서라도 KF-X는 우리 고유 모델로 개발돼야 한다. 더군다나 전시 상황에는 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우리 전투기가 꼭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항공산업은 선진국들이 핵심 기술 이전을 기피하며 초기 투자 비용이 과다하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산업으로 투자회수 기간이 길고 수출 진입 장벽이 높지만 최첨단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종합 산업으로 반드시 넘어가야 할 산봉우리다. 조 회장은 "전자, 자동차 등은 자동화된 장치 산업으로 생산규모 대비 고용창출이 계속 줄어가지만 항공 산업은 전수 고급 연구 및 생산 인력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용 효과가 매우 크다"며 "새정부 기조인 창조경제와도 맞닿아 있다. 국가 첨단 기술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대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장은 "찬성과 반대 측이 흑백논리에 너무 치중해 그것을 정책 결정자들에게 그대로 하도록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다. 분명 모순이 있을 것이다. 의사 결정을 하려면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 총체적인 혜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통해 KF-X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전략을 짜야 한다. 향후 항공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KF-X 사업,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KF-X 사업을 두고 국방 분야 연구기관들의 찬반 논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ADD(국방과학연구소)와 KIDA(한국국방연구원)는 KF-X 사업의 경제성과 타당성을 놓고 상반된 견해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국내 개발 방식으로 진행키로 했으나 여러 기관에서 공식·비공식 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국내 개발 또는 국외 구매 방식을 놓고 의견 대립을 빚어 왔다.

탐색개발을 주도한 ADD는 KF-16 이상의 미들급 전투기는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이 국외 직구매보다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KF-X 사업의 적극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전투기에 들어가는 전체 432개 기술 중 48개 기술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충분히 국내에서 연구개발 할 수 있다는 게 ADD의 견해다. ADD에 따르면 한국형 전투기의 총사업비는 개발비 6조원, 획득비(양산단가) 8조원, 운영유지비(30년 기준) 9조원 등 총 23조원이 소요되며, 양산 단가가 60∼90억 달러일 경우 208∼676대의 수출도 가능하다. 반면 KIDA는 KF-X 사업이 개발비용이 많고 기술적인 한계, 선진항공업체의 참여 기피 등으로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KIDA 측은 보라매 전투기 개발을 위해서는 미국의 적극적 지원이 요구되지만 현재의 신규형상 개발대안으로는 미국의 협조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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