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AC, GPS 정보 이용한 '핵물질 추적 시스템' 본격 가동
김재광 실장 "기존 기술 접목하는 아이디어가 관건이었다"

부산부두에서 핵물질 운반 차량이 출발했다. 곧장 담장자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날아온다. 동시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운반통제소 본부 컴퓨터 화면의 지도에 빨간색 신호가 떠오른다. 동그라미 모양의 신호는 차량의 이동에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길게 이어진다. 차량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알림 메시지와 함께 비로소 신호도 멈춘다. 핵물질 운반이 무사히 마무리 됐다는 의미다.
GPS 신호를 기반으로 한 '핵물질 추적 시스템'. 이 시스템 개발로 우리나라는 원자력 선진국에서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규제 3등급까지 방호가 가능하게 돼 '세계 일등 방호국'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시스템 개발은 작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미 활용되고 있는 GPS정보를 핵물질 추적 시스템에 접목하면 좋겠다는 데 생각이 닿으면서부터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원장 최영명)은 지난 2월부터 '핵물질 추적 시스템'을 본격 운영하고 있다. 운반통제소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재광 핵안보실장에 의하면 '핵물질 추적 시스템'은 일부를 제외하면 KINAC에서 자체 개발한 시스템이다. 김 실장은 "시스템 구성은 간단하다. GPS, 통신 등 기존에 있던 기술을 접목하는 아이디어가 관건이었다"면서 "여러 경험들이 모여 활용 가능한 시스템으로 재탄생하게 됐다"고 핵물질 추적 시스템에 대해 소개했다.

이는 핵물질 운반 차량에 GPS 센서를 부착하고 위치 정보를 실시간 받음으로써 운행상황과 이동 경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 전화 연락으로 진행됐던 핵물질 운반 방호에 비해 효율성을 끌어올린 것은 물론 우리나라 핵안보 시스템의 국제적 신뢰도를 보다 높였다는 평가다.

▲김재광 실장ⓒ2013 HelloDD.com
이는 원자력통제 분야 업무만 10년 가까이 수행한 김재광 핵안보실장을 비롯해 현장 경험이 풍부한 방호 전문가들의 조언과 아이디어가 녹아들어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4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물리적 방호를 하면서 필요성에 의해 정부에 과제로 제안했죠. 정부과제에 선정돼 1년 정도 개발하고 3년 정도 테스트를 했습니다. 지금은 GPS 정보를 이용하는데 처음에는 사진·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이용한 시스템이었지요. 그런데 사진이나 영상은 버퍼링이 느리고 오류가 많아 효율성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GPS정보 활용이다. 시스템 상 이동 경로를 입력해 놓고 숫자로 들어오는 GPS 정보를 코딩해 핵물질 운반 차량의 경로가 일치하는지 맞추는 방식이다. 사전에 지정된 경로를 조금이라도 이탈하거나 시간이 지체돼도 방호 책임자와 실무자에게 곧장 오류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방호 수위를 한 차원 높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무엇보다 GPS는 위성 정보 조작이나 변경이 어렵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예전에는 전화로 이동 경로를 보고 받았는데 문제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늦어지는 단점이 있어 새로운 시스템 개발이 요구됐다"고 시스템 개발의 의의를 설명하며 "이번 시스템 적용으로 실시간 핵물질 운반 경로를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 문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GPS는 위성 정보 조작이나 변경이 어렵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또 "최근 해킹 등으로 보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GPS 정보를 코딩하는 방식으로 해킹 위험도 거의 없다"고 이번 시스템의 장점에 대해 강조했다.

◆규제 3등급까지 철저히 방호하는 시스템…핵물질 운반방호 신뢰성 높여

우리나라에서 이송하는 핵물질은 규제 3등급에 해당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는 규제 3등급의 핵물질의 경우 일반적으로 운송 시 방호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 면적이 작은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차량 이동 경로에 한계가 있다. 별도의 방호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는 도로가 한정적이다 보니 이동 경로에 큰 변화가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IAEA에서는 방호등급 II 핵물질부터 운반통제소 운영을 권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방호등급이 낮은 등급 III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일본 후쿠시마 사태이후 방사능 누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래서 핵물질 이동에 따른 지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 기술은 우리나라의 장점인 IT기술에 GPS라는 아이디어만 얹은 것이지만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우리나라의 방호시스템 위상을 높이게 됐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핵물질 추적 시스템을 핵물질 운반 차량에 적용한 지 두 달째다. 한 달에 3~4번 발생하는 핵물질 운반 사례에 이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는 '대만족'이다. 최소비용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호가 가능하게 된 셈이다. 김 실장에 의하면 발전소 건설이 늘고 있어 앞으로 핵물질 추적 시스템 적용 횟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김 실장은 "이 시스템 적용으로 핵물질 운반 사업자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면서 "시스템 적용이 안정되면 핵물질 추적 시스템 활용을 매뉴얼로 작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스템의 가장 핵심은 통신과 GPS 정보인데 다른 나라에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나 정보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핵안보를 위한 물리적방호 분야에서도 기술 선진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담담히 포부를 밝혔다.

▲핵물질을 실은 차량이 출발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GPS기반 추적 시스템. KINAC에서 개발한 시스템으로 규제 3등급까지 방호하게 돼 우리나라의 핵안보를 위한 물리적방호 기술이 선진국을 앞서게 됐다는 평가다.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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