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후 첫 대덕 방문 "거버넌스 개편·기관장 물갈이 없다"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조만간 대전시장 만나 해결책 논의"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은 15일 대덕을 방문, "새정부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최근 '공공기관장 물갈이'와 관련해 출연연 수장은 해당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부지매입비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해서는 "아직 종합적인 보고를 듣지 못해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조만간 염홍철 대전시장을 만나 해결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과학부 1차관으로 부임한 후 처음으로 대덕을 방문한 이 차관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업무보고, 연구자 및 기관장 간담회 등에 앞서 맨 처음 일정으로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래과학부의 출연연 및 과학벨트 정책, 창조경제 실현 방안, 비정규직 문제 및 평가제도 개선 등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차관은 출연연 통폐합 등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새정부의 원칙은 거버넌스 문제로 출연연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드웨어를 아무리 바꿔도 출연연이 변화하거나 발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수차례 확인했던 만큼 앞으로는 출연연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에서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으냐는 질문에 "그렇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차관은 "소프트웨어는 출연연의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며, 출연연 스스로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출연연 간 벽 허물기, 개방형 연구 등에 노력해주리라 믿는다"며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강조했던 것 처럼 새정부의 과학기술, 출연연 정책은 자율성"이라고 강조했다.

출연연 기관장 물갈이에 대해서도 "전혀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출연연 기관장 교체에 대해)아직 들은 바 없다"며 "출연연은 전문성이 강조되는 곳인 만큼 다른 공공기관과는 다르다"며 청와대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일부 출연연 수장 물갈이론을 일축했다. 이 차관은 "만약 청와대에서 그런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이 자리에서 이같은 견해를 얘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이 차관의 발언은 이미 새정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례 입장을 밝혔는데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출연연 거버넌스 추진론', '일부 출연연 기관장 물갈이론' 등에 쐐기를 박고, 이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앞으로는 '과학기술과 ICT 중심의 창조경제' 실현에 출연연이 주도적으로 나서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대전을 방문한 만큼 지역의 '뜨거운 이슈'인 과학벨트 문제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이 차관은 "지난해부터 부지매입 부담이 계속 이슈가 되고 있지만 과학벨트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지자체 유치사업들도 사정은 같다"며 "국가 재정형편상 지자체에서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차관은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문제는 아직 정식으로 보고들은 적이 없는 만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대전시 소유의 엑스포과학공원 부지 활용이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염홍철 대전시장을 만나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대덕특구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 는 이상목 미래과학부 차관. ⓒ2013 HelloDD.com

한편 이 차관은 기자간담회에 이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업무보고를 받고, 출연연 연구자들의 협의체인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연총) 관계자들과 과학기술계 및 출연연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또 특구재단 인근의 한 식당에서 출연연 기관장들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데 이어 저녁에는 연구개발인력교육원(KIRD) 국가과학기술 최고위과정 특강으로 이날 하루의 분주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이 차관과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을 놓고 논란이 많다.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이 복잡해 국민들이 알아듣기 힘들다고 하는데, 창조경제가 갑자기 어디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한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면 혁신이 일어났지만, 이제는 분야간에 융합을 통해 산업을 일으키자는 데 있다. 기존의 과학기술에 개인의 상상력, 아이디어가 취합돼 새로운 산업,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경제 실현에서 미래과학부 역할은? -과거 과학전담 부처는 그야말로 과학 관련 부처였다. 이번 정부에 들어서야 '과학기술=경제'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됐다. 이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전담 부처인 미래과학부가 창조경제를 주도하는 중심부처가 됐다는데 의미가 크다.

▲출연연 거버넌스 논의는 새정부에서도 계속 진행되나. -연구소를 하드웨어적으로 건들지 않겠다고 (최문기 장관 내정자가) 청문회 때 말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나 국정과제에서도 밝혔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운영 방식을 효율적으로 고쳐나갈 것이다. 건물을 붙였다 뗐다 한다고 남는 게 없다. 새정부의 원칙은 거버넌스 문제로 출연연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정부나 청와대 일각에는 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했던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데. -이번 정부에서 출연연을 흔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드웨어를 아무리 바꿔도 출연연이 변화하거나 발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수차례 확인하지 않았나. 앞으로는 출연연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출연연 기관장 교체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아직 들은 바 없다. 출연연은 전문성이 강조되는 곳인 만큼 다른 공공기관과는 다르다.

▲그래도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내가 알기론 없다. 만약 청와대에서 그런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이 자리에서 이같은 견해를 얘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와 관련해 아직 업무보고를 받지 못했다. 부지매입이 문제가 되는데 과학벨트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전국의 국책사업들, 예를 들면 지방자치단체서 유치한 대구과학관이나 광주과학관 등 이런 사업에는 원칙이 있다. 주요시설이나 사업을 유치할 때 매칭펀드란 개념이 있어 지차제가 얼마 부담하겠다고 하고 사업을 유치한다. 지자체의 성의와 관심이 어느정도 인지 보는 것이고 과학벨트도 예외로 할 수는 없다고 본다.

▲대전시에서는 과학벨트가 국가공모사업이 아니고 지정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다. 중요한 것은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예산을 6월까지 마쳐야 한다. 최근 엑스포과학공원과 IBS를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문제와 연계시켜 해결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조만간 대전시장과 만날 것이다. 당초에는 오늘 만나려고 했다.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와 관련된 대전시의 입장을 들어본 뒤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는? -지난 10년간 출연연 예산은 3배 이상 늘었는데 연구 인력은 50%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방법만 해결책은 아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대우받는 조건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출연연 평가제도부터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출연연 평가제도는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 기관평가를 일괄적으로 논문게재 건수, 특허 등록건수로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다행히 이 문제가 국회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병주 의원, 유성엽 의원 등이 중심이 돼 의원입법도 진행되고 있다.

▲출연연이 미래과학부로 모두 들어갔지만 '시어머니'가 자주 바뀐다는 지적도 많다. -분명히 말씀드리건데 미래과학부는 출연연의 시어머니 노릇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과학부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 누구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부처와 출연연도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과거 부처에서 실국장을 맡을 때 최대한 자세를 낮춘다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막상 나와보니 그렇지 않더라.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사무관은 물론 주사급 직원까지 1대1로 면담하고 있다.

▲15일 대덕을 방문한 이상목 미래과학부 1차관이 연총 임원진과 과학기술계 및 출연연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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