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방한…한국과 4세대 소듐고속냉각로 공동개발 논의
美테라파워-韓원자력연·한수원·KEPCO 연내 조인식 추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한국 원자력계가 차세대원자로 개발에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빌 게이츠 회장은 21일 서울대 CJ인터내셔널하우스에서 박근혜 정부 교육·과학 분과 인수위원을 지낸 장순흥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와 김용희 교수,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SFR) 개발사업단장 등과 만나 차세대 원자로 공동개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빌 게이츠 회장과 면담 후 "현재 4세대 원자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원자력연과 테레파워가 공동으로 원자로를 개발하는 방안을 협의했다"며 "양측이 긍정적으로 논의를 진행했고, 원칙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향후 3∼6개월간 어떤 형태의 파트너십으로 일할 것인지에 대해 선행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며 "도출이 되면 12월에 한국과 테라파워의 조인식을 거쳐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 회장은 지난 2008년 3500만 달러(약 400억 원)를 투자해 테라파워를 설립하고 차세대 원자력 기술을 위한 개발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에 장 교수는 한국원자력학회장을 맡던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빌 게이츠 회장을 처음 만나 차세대 원전 타당성 연구 등의 협력에 합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당초 2028년까지 150mw급 4세대 원자로를 완공할 예정이었다. 양측이 공동 개발할 기술은 물 대신 소듐 액체를 냉각제로 사용해 핵발전 효율을 60배 가량 높이는 4세대 원자로다. 수십년간 핵연료를 갈아 끼울 필요가 없어 안전성을 높이면서도 방사성 폐기물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원자력 드림팀이 뭉칠 것으로 보인다.

박원석 원자력연 단장은 "테라파워와 원자력연, 한국수력원자력, KEPCO E&C, 핵연료주식회사 등 한국 원자력계가 뭉칠 계획이다"며 "22일 진행되는 박근혜 대통령과 빌 게이츠와의 면담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논의들이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연을 위해 서울대를 찾은 빌 게이츠. ⓒ2013 HelloDD.com

빌 게이츠 회장과 장 교수는 22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같은 협력 계획을 소개하고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을 요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빌 게이츠 회장이 한국과 함께 협력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더욱 긍정적인 부분은 한국과 미국의 핵연료가 같은 원료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 협력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며 "중국과도 파트너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민주국가와 사회주의 국가의 문화 차이가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빌 게이츠가 한국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이유가 한국의 산업체였다. 그러나 현재는 한국의 인력 풀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빌 게이츠 회장이 원자력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을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러나 빌 게이츠 회장은 원자력의 세부 기술까지 언급할 정도로 이미 원자력 전문가의 길에 들어선 상태다"고 덧붙였다.

빌 게이츠 회장과의 협력으로 우리가 크게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첫 번째로 해외 투자 유치 부분이다. 박원석 단장은 "빌 게이츠 측의 도움을 받는다면 정부 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기술 협력 부분에서도 우수한 기술이 있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두 번째 이유로 국민 인식의 변화를 들며 "솔직히 원자력연이 짓는다고 하면 크게 호응을 못 받는게 지금의 현실이다"며 "빌 게이츠의 영향력이 우리에게는 이득이 많이 될 것이다. 지난 8월 경 빌 게이츠와 만났을 때 트위터가 난리 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효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한·미 원자력 협정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단장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방안에 대해 "이것 때문에라도 고속로를 지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고속로는 순환형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며 "경수로에서 고속로로 전환돼 발전돼야 한다. 한·미 원자력 협정이 어떻게 타결될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진행돼 나가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고 피력했다. 그는 "빌 게이츠 회장 역시 원자력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며 "관념적인 인식이 원자력을 위험하다고 생각하게 하고 있다. 빌 게이츠 회장의 영향력으로 그러한 부분을 차츰 개선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강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줄 서 있는 사람들.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발길을 돌리지도 못하고 있다. ⓒ2013 HelloDD.com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