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국헌·성영은 서울대 교수팀 '황기반 플라스틱 물질' 획득
배터리용량 7배 늘리면서 수명연장 가능…패턴도 자유자재

전 세계적으로 연간 700만톤 가량 발생하는 골칫거리 황 폐기물에서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나 고성능 적외선 광학렌즈에 사용될 수 있는 황기반 플라스틱 물질을 얻는데 성공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과 교육부는 차국헌·성영은 서울대 교수와 제프리 편 애리조나대학 교수 연구팀이 다량의 황에 소량의 유기물질을 첨가함으로써 플라스틱처럼 가공이 용이한 황 기반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지난 15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황폐기물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발생하지만 황 소비가 한정적인데다 가공성이 떨어져 재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황을 160℃ 이상 가열하면 플라스틱처럼 성형이 가능한 열가소성 물질이 되지만, 온도를 낮추면 다시 거칠고 잘 부서지는 본래의 황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활용가치가 낮다. 이에 연구팀은 다량의 황에 소량의 유기물질을 첨가해 가열했다. 그 결과 황 라디칼이 사슬처럼 연결되는 과정에서 유기물질이 함께 결합해 그물구조를 만들어 상온에서도 본래의 황으로 돌아가지 않고 안정적으로 플라스틱 성질을 유지함을 알아냈다.

특히 이 물질을 고용량 리튬-황 배터리의 전극소재에 활용할 경우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 관계자는 "리튬-황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저장용량이 7배 이상 크지만 충·방전 반복에 따라 황이 진해질층으로 녹아나와 배터리 수명이 단축됐다"며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물질은 그물구조로 인해 누출을 방지, 100회 이상 충·방전해도 에너지용량이 일정하기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성이 높아진 황 기반 플라스틱은 임프린팅을 이용해 마이크로미터 규모의 패턴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고 황의 높은 굴절률을 이용한 적외선 광학렌즈 등으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차국헌 교수는 "폐기물 처리로 곤란을 겪고 있는 황에서 배터리 양극소재 등 에너지 관련 신소재의 주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이라며 "향후 화학 패러다임을 녹색화학(Green Chemistry)에서 황색화학(Yellow Chemistry)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차국헌, 성영은, 제프리 편 교수.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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