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DNA를 키우자①]정인모 아이엠컴퍼니 대표
"터무니없는 창업 안해…정부는 멍석만 깔아주면 돼"

알림장앱 '아이엠스쿨'로 일선교사와 학부모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정인모 대표(가운데)와 아이엠컴퍼니 직원들.
알림장앱 '아이엠스쿨'로 일선교사와 학부모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정인모 대표(가운데)와 아이엠컴퍼니 직원들.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업'이다. 창업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창조경제도 헛구호에 그친다. 선진국으로의 도약도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자 곳곳에서 창업과 '창업가 정신'이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창업하고, 퇴로도 열려있는 시스템과 법적·제도적 장치도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실종 위기에 처해있는 '창업 DNA'를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덕넷은 '2013 아젠다'의 하나로 '이것이 창조경제다'와 함께 '창업 DNA를 키우자'를 연중 기획으로 마련했다. 첨단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창업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집중 모색한다. [편집자주]

"창조경제요? 본래 성격 자체가 폐쇄적이고 변화가 느린 공직사회가 창조적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창조경제는 창조적인 사람들이 하는 거예요. 정부는 그냥 멍석만 깔아주면 돼요. 그럼 나머지는 알아서 합니다." 

갓 스물을 넘긴 젊은 창업가에게서 이런 '강성발언'을 들으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당당하고, 다소 당황스럽기까지 한 정인모 아이엠컴퍼니 대표의 얘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후츠파 정신'을 떠올리게 된다. 

후츠파는 '당돌한, 뻔뻔한, 놀라운 용기'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최근 '창업국가'란 책을 통해 널리 회자되고 있는데 굳이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무조건 밀고 나간다는 '무대뽀 정신' 정도가 비슷할까.   

정 대표의 거침없는 직설화법은 지난 10일 대덕을 방문한 현오석 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그는 창업 이후 겪게 된 공공기관의 경직성에 대해 "기업을 죽이는 행위"라며 호되게 비판해 현 부총리를 곤혹스럽게 한 것은 물론 언급된 해당기관까지 언론들의 확인취재 공세에 시달리게 했다. 

◆실패는 물론 당돌한 용기에도 너그러워야

정 대표는 KAIST 산업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초중고등학교의 알림장을 대신하는 스마트폰앱 '아이엠스쿨'을 출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국내 대부분의 학교는 홈페이지를 잘 갖춰놓고 있다. 하지만 앱이나 모바일 홈페이지 구축에는 아직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가정통신문이나 학교급식, 알림장 등을 확인하려면 여전히 컴퓨터를 이용해 홈페이지에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정 대표가 스마트폰앱을 개발하며 학부모들은 굳이 컴퓨터를 켜고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야 하는 불편없이 손쉽게 자녀들의 학교생활에 접근이 가능해졌다. 알람기능을 설정하면 혹시 모를 학교의 긴급 메시지도 언제든 확인이 가능해졌다. 학교 측 입장에서도 좋았다. 일일이 우편으로 보내던 가정통신문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공식출시된 앱은 한 달 만에 전국 100여 개 학교가 도입했고 일선교사와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며 1년만에 사용자가 1500개 학교로 늘어났다. 특히 대전지역 학교는 현재 80% 가까이가 아이엠스쿨을 활용하고 있다.

대전 갈마초등학교 황정희 교사는 "아이엠스쿨 앱을 사용하면서 학부모들이 실시간으로 가정통신문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저학년 학생들이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현저히 줄었다"고 반가워했다.

정 대표가 학교 알림장의 불편함에 눈뜨게 된 것은 KAIST 미담장학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다. 굳이 시공간의 제약이 심한 컴퓨터 대신 스마트폰앱을 활용하면 교사도 학부모도 수고를 덜 수 있겠다는 생각에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앱 개발에 나선다.

그의 아이디어는 금세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1년 KAIST 경영과학과가 개최한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고 대전시 우수창업기업인상, 대전경제통상진흥원 대상 등을 휩쓸었다. 이어 대전시가 주관하는 대학창업 프로젝트에 선정돼 시로부터 1300만원의 창업지원금을 받았다.

이를 종자돈 삼아 창업에 나섰고 올해초에는 벤처캐피탈로부터 3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데도 성공했다. 그러는 사이 1년 만에 직원 수도 4명에서 16명으로 불어났다.

정 대표는 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더 큰 책임감으로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이달에는 대대적으로 업데이트에 나서 일방적으로 학교 소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시간·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개선했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것처럼 사진이나 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설문조사 기능도 추가했다.

정 대표는 "학부모들에게 체험학습이나 진로정보 같은 다양한 교육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학교에 무료로 보급하겠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아이엠컴퍼니의 목표에 대해 이민화 KAIST 경영과학과 교수는 "수익을 목표로 하기 보다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공공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숨겨진 수요를 찾아내 참신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먼저 할 일은 창업가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

회사의 몸집이 불어나며 정 대표도 챙겨야 할 것이 많아졌다. 회사란 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그에게는 마케팅도 생소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일도 낯설다.

가장 큰 어려움은 '과연 이 길이 맞는가'란 의문이 들 때다. 그럴 때 자신의 방법이 맞는지 그른지 마음 편하게 물을 대상을 찾기 힘든 것도 아쉽다. 하지만 아이디어로 돈도 벌고 전에 없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업의 길이 옳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정 대표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터무니없이 시작한 창업이 아니다"라며 "많은 고민 끝에 이 일이 충분히 사회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창업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학교 내에서 부쩍 늘어나고 있는 창업열기도 전했다. 정 대표는 "카페나 음식점 창업만 생각하던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실제 창업으로 활성화되려면 정부기관들의 폐쇄적인 태도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예의 그 '돌직구'를 다시 날렸다.

그는 "교육벤처인 만큼 정부가 보유한 나이스 같은 방대한 정보자산을 가공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 자신이 있다"며 "하지만 천문학적 예산을 들인 공공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려는 노력보다는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민간의 접근을 막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인식만 달리하면 충분히 해결가능한 문제인데도 타성에 젖은 공직사회가 그같은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정 대표는 "그런 우려라면 모든 사업은 하나부터 열까지 정부가 모두 해야 된다는 논리"라며 "창조경제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직접 나서는 게 아니라 창조적인 사람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잘 정리된 정보와 자산같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창업국가'의 역자인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은 후츠파 정신이 '서슴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며 해법을 찾아가는 것', '형식과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평등한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이 창업의 방아쇠를 겁없이 당기는 게 바로 이 후츠파 정신 덕분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이스라엘 같은 창업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칼자루는 결국 등 떠미는 정부가 아니라 스스로 도전해야 할 청년 창업가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각종 제도와 자금 지원, 세상 경험이란 명목의 길들이기보다 먼저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눈높이를 맞추고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