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세가 뭐죠?"…연구실서 나온 에너지하우스

에너지연 'ZeSH'

에너지연 'ZeSH' 프로젝트를 토대로 조성돼 화제를 모은 죽동 제로에너지하우스 단독주택 단지의 독특한 외관. 유성구 갑동에서도 곧 새로운 건축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유성구 죽동 침례신학교 뒷편의 야트막한 구릉.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단독주택들 사이에서도 유독 더 눈길을 사로잡는 집이 있다.

간결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겉모양새만이 다가 아니다. 알맹이를 알면 알수록 더욱 더 신기해지는 집, 이른바 '제로에너지하우스'가 그곳이다.

6동의 단독주택은 2011년 완공됐고 올해 공사가 마무리된 7세대의 타운하우스에는 입주가 한창이다. 이곳은 지열과 태양광만으로 난방·냉방·급탕·전기 등의 에너지 대부분을 자급자족한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으니 이산화탄소 배출도 없다.

제로에너지주택은 화석연료를 쓰지 않거나 신재생에너지 기술로 청정에너지를 자체생산해 이산화탄소 배출효과가 '0'이 되도록 하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실제 거주가 시작된 재작년부터 실시간 시스템으로 모니터링 중인 죽동 제로에너지하우스의 에너지 자급률은 평균 90%에 육박하고 있다. 나머지 10%는 현행 전력요금체계에 따른 불가피한 부분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겨울 내내 27도에 맞춰놓고 살았다는 한 가정은 전기요금 청구서에 찍힌 월별 사용료가 한겨울 동안 6~10만원선을 왔다갔다 했다.

그렇다면 죽동 제로에너지하우스의 에너지원은 무엇일까. 지붕에 설치된 3kW의 태양광 설비와 지하 135m 깊이까지 뚫고 설치된 히트펌프시스템에 비밀이 숨어 있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늘 일정하게 유지되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주택의 난방과 냉방온도를 유지하는 원리다.

제로에너지하우스 타운하우스의 내외부와 입주민이 24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에너지절감 모니터링 시스템. 태양광과 지열을 이용한 히트펌프시스템과 상시환기시스템이 거주자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1년 365일 쾌적한 실내 상태를 유지해준다.
M.A건축사무소(대표 김종일, www.maarchi.co.kr)가 조성한 죽동 제로에너지하우스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내에 있는 제로에너지솔라하우스와 이를 기반으로 한 다수의 프로젝트 수행경험을 토대로 설계·시공됐다.

에너지연은 2000년부터 차세대 에너지자립형 주택기술 개발 프로젝트인 '제시(ZeSH)Ⅰ·Ⅱ'를 추진했다. 국내 에너지 총사용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건물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서 85% 이상의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됐다.

김종일 대표는 2008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제시 프로젝트에 모두 참여했다. 이때 축적된 경험과 기술로 국립환경과학원의 기후변화연구동과 조선대 태양열전시관 등을 선보이며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제로에너지 주택과 탄소제로빌딩 건축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건축가는 살기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요소기술들을 선별하고 최적의 시스템으로 조합해야 하는 통합디자이너"라며 "에너지연을 비롯한 관련 연구자들과의 협업과 소통 경험이 실제 주거가 가능한 제로에너지하우스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제로에너지하우스는 신재생에너지 사용과 탄소저감이 목적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전제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살기에 적당한 집이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실제 거주자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며 신재생에너지의 기술요소들을 최적의 조건으로 조합하는 데 몰두했다. 건축계획요소와 신재생에너지장치, 시스템효율, 냉난방과 실내공기, 채광, 조명, 소음환경과 실제 거주할 가족의 생활패턴 및 동선 등 방대한 퍼즐의 조합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제로에너지 주택 통합화설계'를 완성시켰다.

제로에너지하우스 타운하우스의 내외부와 입주민이 24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에너지절감 모니터링 시스템. 태양광과 지열을 이용한 히트펌프시스템과 상시환기시스템이 거주자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1년 365일 쾌적한 실내 상태를 유지해준다.

김 대표는 죽동 제로에너지하우스(www.zeehome.co.kr)의 설계자이자 동시에 주민이다. 그는 "제시 프로젝트와 기후변화연구동을 완성시킨 뒤 비로소 내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그는 "실험실 주택과 주민이 거주하는 집의 차이는 상주하는 유지관리 인력의 유무"라며 "엔지니어들이 세심하게 관리하는 실험주택과 달리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집은 주인이 유지관리까지 감당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집짓기에서 건축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사는 동안의 유지관리"라며 "따라서 에너지제로하우스를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유지관리 시스템의 설계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제로에너지하우스는 죽동에 이어 올해 유성구 갑동에서도 새로운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45평 규모 11가구가 조성될 갑동 제로에너지하우스 단지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부지매입과 가구별 설계, 시공을 함께하는 동호인 주택 형태로 추진 중이다. 현재 회원 모집과 함께 소그룹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는 "다른 도시에서도 제로에너지하우스 건축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사하고 있다"며 "그곳은 내가 땅을 모르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집 지을 고장과 땅의 특성을 잘 알아야지만 좋은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땅을 잘 알고 이해하는 우리 대전 지역에서 제로에너지하우스 공동체의 선도적인 사례를 넓혀가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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