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DNA를 키우자②]'해커전설'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
"은수저 안물었다면 창업해라…운과 신념은 누구에게나 공평"

점심시간을 맞은 KAIST의 한 강의실. 100여명의 학생들이 끼니도 거른 채 선배 창업가의 강연에 몰두했다. 초청연사는 KAIST 학부생 시절이던 1996년 포항공대 해킹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

29일 KAIST 창업보육센터가 마련한 '기업가정신특강'은 최근 부쩍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대학가의 창업 분위기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이민규 창업보육센터 매니저는 "올해 들어 세 번째 특강인데 수강인원이 크게 늘고 있다"며 "예상외로 많은 학생들이 몰려 다음에는 강연장 규모도 재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 나선 노 대표는 벤처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유명인이다. 일명 '사과전쟁'이라 불린 포항공대생들과의 해킹전쟁을 주도하다 구치소까지 다녀온 '전설의 해커'이기도 하다.

1997년 창업가로 변신한 노 대표는 현재까지 4개의 회사를 세웠다. 10년전 너무 이른 시기에 빅데이터를 거론하며 세운 보안회사의 실패로 끝없는 나락에도 떨어져봤고, 우리나라 벤처기업 최초로 구글에 매각된 태터앤컴퍼니로 큰 성공도 맛봤다.

2008년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설립한 그는 요즘 벤처 인큐베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티켓몬스터와 연속문장인식 서비스기업인 다이아로이드 등 10여 개 벤처기업에 투자와 컨설팅을 제공 중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극소수의 성공 창업가와 대다수의 실패 창업가를 가르는 차이로 '운(luck)'과 '신념(faith)'을 꼽았다.

노 대표는 "운이 돌아오는 때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사업이 급격히 수직상승하는 토네이도 포인트(tornado point)까지는 비루한 시간들을 참고 견뎌야 하는 신념의 구간이 있다. 이 고통의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오락가락 다른 곳에 눈을 돌리면 결국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가의 길은 초라한 길"이라며 "최소 3~4년간은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해도 된다고 스스로를 믿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처절한 에너지 소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노 대표는 또 성공의 제3요소로 '옳은 방향성'을 들기도 했다. 그는 "성공은 큰 파도를 타는 서퍼와 같다"며 "언제 어디로 큰 파도가 밀려올지 미리 예견할 수 있는 지식의 습득, 그리고 잔잔한 수면 위에서 큰 파도를 기다리는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공 벤처인이 전하는 '창업가 정신' 세례에 학생들은 열띤 질문으로 응답했다. 여기저기서 번쩍번쩍 손이 올라가고 학교나 회사 경험의 필요성, 신념을 지킬 수 있는 노하우, 인생의 책 등에 대한 물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기고 사회자의 제지가 있은 뒤에야 강연은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노 대표는 "여러분들이 선망하는 나 역시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여전히 좌절을 겪고 있다"며 "물려받은 것 없는 사람들에게 창업보다 더 큰 성공의 기회는 없다. 잃을 게 적은 청년 시기에 내가 세상을 왕따시킨다는 용기로 창업에 나서라"고 격려했다.

강연을 들은 우효준 KAIST 연구원은 "창업을 대하는 분위기가 몇 해 전과 사뭇 다르다"며 "얼마 전 벌어진 자살사태에서 보듯 교수나 대기업 연구원처럼 정해진 인생경로만을 바라보다 뜻대로 안 되면 쉽게 좌절했던 KAIST 학생들에게도 최근의 창업분위기는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는 듯하다"고 학내 창업 열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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