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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박사의 질문 "식물은 어떻게 죽을때를 아나"

[인터뷰]남홍길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장
"식물연구 생명이치 깨닫는 과정…탐구가 곧 과학"

남홍길 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장.
비슬산 자락에 위치한 '국보급 과학자'의 연구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비상구'였다. 남홍길 단장은 개인의 과학을 떠나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멘토, 사람들의 비상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구실문에 비상구 표시를 달았다. 각종 수식과 설명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전면보드는 그의 연구에 대한 열정과 바쁜 일상을 짐작케 했다. 남쪽을 향한 넓은 창으로는 DGIST의 전경이 내려다보이고 테이블 위에는 복도 화분에서 떨어졌다는 빨간 동백꽃 한 송이가 비커에 담겨있었다. 생명과학자인 그의 감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 폭의 그림이다. 괴테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던 방에서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은 그림으로 남홍길 단장이 과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자, 세상의 운영원리를 깨닫는 과학자가 되고 싶은 희망을 담아 직접 골랐다고 한다.

식물의 노화, 생체 시계 리듬과 개화시기 조절 등의 연구를 통해서 식물 분자 유전학 분야를 개척한 남홍길 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장. 그는 남홍길 단장은 죽음의 생체회로 규명과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노화와 죽음은 체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필연적 단계임을 입증했으며, 식물의 쌍둥이 정자 형성 비밀과 식물의 생화학적 눈동자의 개념 등을 규정해 사이언스(Science), 네이처(Nature), 셀(Cell)지에 논문을 발표하며 과학계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 2010년 '국가과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남 단장이 식물과학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결심한 것은 포스트닥터의 진로를 결정하면서다. 당시 만해도 식물과학은 세계적인 불모지로 과학자로서의 앞날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식물들이 어떻게 스스로 철따라 성장하고 자라고 죽으며 열매를 맺는지 궁금했다. 그 기본적인 질문, 호기심을 원천적으로 풀고 싶었다.

단순히 유행하는 토픽을 쫒지 않고 가슴 속에서 울리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평생 한 길을 걸어온 남홍길 단장. 그는 지난해 기존의 틀과 고정관념이 존재하지 않는 IBS DGIST 캠퍼스연구단으로 둥지를 옮기며 교육과 연구가 굉장히 긴밀하게 움직이면서 상승작용을 하는 생명과학 연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 창의적 정신에서 꽃피는 과학…새로운 연구문화로 세계 최고 연구성과 도전

남홍길 단장의 연구실은 다른 이들에겐 비상구가 된다.
"국가과학자로 선정되기까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연구들은 대부분 다 한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니 미국에서 공부해 미국의 과학방식을 따라가면서 잘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것을 넘어서려면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게 무엇일까 고민하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야겠다는 결심에 이르게 됐습니다."

남홍길 단장의 희망사항은 한국의 문화와 과학, 교육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서 세상을 선도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과학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인 정신에서 꽃을 피운다. 규율, 규제로 연구를 통제하려는 것 자체가 과학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남 단장. 그는 기존의 틀과 고정관념이 존재하지 않는 DGIST로 둥지를 옮기며 학부단계부터 생명과학 연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IBS 연구단장 지원도 같은 맥락이다. IBS에서는 기존의 선진기술을 따라하는 추격형 연구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과학방식, 연구문화를 통해 한국의 과학이 선진국을 능가하리란 기대로 도전했다.

그는 현재 벽이 없는 연구실 개념을 도입, 하나의 개별 연구실 중심이 아닌 각각 연구실마다 핵심을 두고 전체가 협력하고 기술과 지식들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연구단을 운영을 하고 있다. 연구단이 유기적으로 운영되면 개개인의 연구성과를 우선하기보다 전체의 성과를 위해 다함께 노력하게 된다. 기존부터 생각해왔지만 현실화하기 어려웠던 연구환경이 IBS를 만남으로써 실현가능해졌다.

지난 몇 달간 한국 기초과학의 기둥이 될 중견소장들을 리쿠르팅했다. 또 총 4개의 연구그룹 중 2명의 그룹리더를 선발해 임용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인재 선정 기준은 명확하다. 과학적으로 도전적이고 사고가 자유로운 사람인 동시에 'GOOD CITIZEN(선량한 사람)'이어야 한다. 연구단이 추구하는 융합연구는 사람 간의 융화와 협력이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다. 그는 과학은 혼자 하는 게 아니기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정말 중요하고 정말 큰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연구단 경영의 제1원칙으로 companionship(동료애)을 강조하는 남 단장은 "직원 모두가 존경받아야 하고 그럴 때 좋은 연구결과가 나온다"며 "세포도 마찬가지로 작은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제 기능을 해야 전체가 산다"고 말했다.

남 단장은 "IBS를 통해 예전에는 생각만하고 시도하지 못했던 '전자동분석시스템'과 같은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이것이 완성되면 우리연구단의 성과가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식물 연구는 생명의 이치를 깨닫는 과정"

남 단장의 연구실 벽은 4면 중 2면이 전면보드가 설치돼 있어 다양한 아이디어와 회의내용이 빼곡히 기록돼 있다.
"식물노화·수명연구단의 기본 질문은 '식물이 어떻게 자기의 일생을 결정하는가'입니다."

남 단장의 설명에 의하면 식물이 죽어가는 과정은 자연의 일상이다. 가을이 되면 많은 풀들이 죽는다. 벼도 여물고 낙엽도 진다.

남홍길 단장은 "'어떻게 식물은 자기가 죽을 때를 아는가?' 이 질문을 확장해 나가면 '식물이 어떻게 시간을 인지해 죽을 때를 알고 죽음을 맞이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며 "이를 응용하면 일생과 죽음이 시간적 전략이다. 이 원리를 찾으면 식물의 수확 시기와 수확량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노화·수명연구단의 주요 연구 중 하나는 시간을 결정하는 유전자와 식물이 노화 유전자를 찾는 것이다. 단순히 한두 개의 조절점이 아니라 그 조절 네트워크를 찾는 것이 목표다.

또 하나는 죽음이라는 현상에서 생명체 전체가 아닌 세포 개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또 세포 안에서 소기관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자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보다 큰 상위과정으로 식물의 전체적인 유전적 설계도를 파악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남 당장은 지금까지 식물 수명연구의 주요 모델식물인 애기장대를 이용한 연구를 주로 했지만 IBS 연구단 체제를 갖추며 벼와 콩 같은 작물로 연구대상을 확장할 계획이다. 서로 다른 종을 비교 연구함으로서 보다 일반적인 원리를 찾는 동시에 어떻게 수명전략이 진화해왔는지에 대한 원인과 진화의 메커니즘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식물의 죽음은 단순한 소멸이 아닌 성장의 양분을 열매로 만들어 자손을 만들려는 전략이다. 어떻게 자기 몸을 분해해 영양분을 자손에게 넘기는가 하는 부분을 찾는 것도 연구의 목표 중 하나다.

기술적으로는 식물의 크기, 모양, 생리상태, 분자상태, 대사상태까지 전체를 볼 수 있는 전자동화된 기기장치를 세팅하고 있다. 식물 연구를 정량적으로 하고 식물의 성장을 보다 더 정교하게 관찰함으로써 식물도 성장을 전체적으로 파악한다는 전략이다.

남 단장은 "식물의 성장은 전체를 보는 동시에 또 분자차원에서의 전체 네트워크를 봐야 알 수 있다"며 "영상적으로 단분자 수준까지 관찰해 그 분자 하나하나가 일생동안 어떻게 변해 나가는지 보고, 이 전체 일생조절에 어떤 수학적 디자인이 담겨있는지 컴퓨테이션하는 시스템 생물학을 추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철학과 과학과 예술은 하나…결과가 아니라 탐구과정 자체가 과학"

철학과 과학과 예술은 하나라고 말하는 남홍길 단장.

국가과학자인 그에게 과학자의 역할에 대해 묻자 그는 "과학자의 역할을 얘기하기 앞서 과학은 사회에 보다 넓은 세상을 제공하고 세상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지식체계"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과학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를 하고 결과가 나오는 것에 만족하고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즉, 내가 좋아 하는 연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같은 맥락으로 그는 기초과학분야 역시 지금이든 미래든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은 물론 과학자들도 결과가 잘 나오면 성공, 안나오면 실패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은 결과가 아니라 탐구하는 과정자체다."

그는 "과학자는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그 과정을 즐겨야 한다"며 "과학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과학은 그 사람의 정신세계이자 자신의 인격이다"고 강조했다.

과학은 결국 세상을 보는 과학자의 눈으로 과학자의 눈과 시각이 커져야 좋은 결과도 나올 수 있다. 남 단장 역시 바쁜 일상이지만 통근버스 안,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며 음악감상, 캠퍼스 산책과 같은 여유를 갖으려고 노력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과학, 특히 자연과학은 자연을 믿고 꾸준히 나아가면 길을 열어준다. 정말 겸손한 마음으로 노력하면 자연이 길을 열어주는 것 같다"며 "지금 유행하는 분야를 따라가지 말고 자기 가슴을 따라가면 과학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남홍길 단장과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원들.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남 단장의 힘찬 파이팅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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