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홍 사진작가가 도예가 이종수 선생의 서거 5주년을 맞아 오는 15일까지 대전 이공갤러리에서 '도예가 이종수 사진 기록사진전'을 마련했다.

이종수 선생 서거 5주년을 기념한 이번 전시에서는 1998년부터 기록한 이종수 선생의 대전신대동 공방과 전통가마, 이전한 금산 추부주택과 가마, 2005년 아주미술관 개인전, 2008년 안장식까지 다양한 내용을 기록한 사진 30여점이 전시된다.

도예가 이종수(李鍾秀,1935-2008) 선생은 대전 출생으로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한 뒤 1976년부터 이화여대 미대 교수를 역임하다 작품활동에 매진하기 위해 1979년 교수직을 사임하고 고향이 대전으로 내려와 30여년 도예가 길에 전념해 왔다.

그는 현대 도예에서 흔히 사용되는 가스 가마가 아닌, 손수 흙벽 오름새가마(여러칸의 가마, 登窯)를 만들고 장작을 때서 마치 옛 도공처럼 작업을 했다. 도예 외에는 어느 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고집스런 예술 혼은 우리나라 도자의 명맥을 잇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전통 가마에서 불과 흙을 다뤄가며 질박하면서도 멋과 기품이 담긴 도자기를 탄생시켰으며, 도자에 대해 '불의 예술이며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마음의 향(鄕)', '잔설(殘雪)의 여운(餘韻)', '경(景)' 등이 있다. 2008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2008 대전광역시 시민대상, 2000 한국가톨릭미술 공예부문 본상 1998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초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전 작가는 "대학원 시절 학기 과제를 하기 위해 선생님을 만나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도예가로서의 처신, 혼, 작업세계, 인간적 매력 등에 끌렸다"며 "겉모습은 한없이 인자하게 생기셨지만 작업에서는 강철 같이 강하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1998년 신대동 시절 처음으로 방문해 사진을 찍고, 가마에 불을 땔때면 삐삐로 연락을 주어 찾아가곤 했다"며 "당대의 대가와 10년 가까이 작업을 했다는 것은 사진기자에게 큰 행복"이라고 밝혔다.

흑백 사진작품들에서는 이종수 선생의 고집스런 '외길 인생'이 그대로 배어나온다. 

전 작가는 "무채색의 농담만으로 보여지는 흑백사진은 색 정보가 없어 시각적으로 현혹됨이 없이 내용에 충실하게 된다"며 "관람자들도 사진을 이해하는 장해요소가 없는 만큼 사진 속 장면을 그대로 받아드리게 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이종수 도예가가 직접 설계, 제작한 전통 방식의 오름새가마와 작업실, 예술가로 끊임없는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도자기 파편 매립장 등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전 작가는 "멀쩡해 보이는 도자기도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망치로 가차없이 내리쳤다"며 "하나의 도자기를 완성하기 위한 선생의 열정은 엄숙함과 조용함이 느껴졌고 진정한 예술혼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사진작가는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했으며 우송대, 중부대 겸임교수와 대전일보 사진부장, 조선일보 기자를 지냈다.

1991년 전주교도소 탈주범자살을 취재한 사진으로 한국보도사진전 금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6번의 개인전과 20여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