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DNA를 키우자⑥]항체신약벤처 1호 '파멥신'
유진산 대표 "글로벌 네트워크와 마인드 형성부터"

파멥신은 지난해 12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타니비루맵(Tanibirumab)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전주기신약개발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파멥신은 지난해 12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타니비루맵(Tanibirumab)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전주기신약개발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불혹을 앞둔 그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독일  괴팅겐대에서 미생물학과 유기화학을 전공하고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미국 스탠포드 의대를 거쳐 샌디에이고의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항체 신약을 연구하던 그에게 굴지의 미국 바이오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그는 고민끝에 미국이 아닌 한국행을 선택한다. 한국에서 항체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의미가 더 크겠다는 생각에서다.

한국에서 승부를 보기로 결심한 그는 국내의 열악한 연구 환경을 감안해 항체신약 개발을 위한 인프라나 정보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왔다.

국내에서 연구는 시작부터 난관투성이였다. 민간연구소에서 항체 신약을 연구하려던 꿈은 기업의 정책이 바뀌자 그대로 좌초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항체신약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블록버스터급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으로 유명한 노바티스 벤처 펀드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한국 바이오 벤처를 대상으로 진행한 투자 프로젝트에서 그는 36개의 경쟁기업을 물리치고 기술가능성을 인정 받으며 대상을 받는다.

이후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목적으로 그의 창업DNA가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 2008년 창업을 선언한다. 항체신약벤처 1호 파멥신의 유진산 대표 이야기다.

파멥신은 대한민국 제약사 120년 역사상 처음으로 신약항체 항암제를 개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승인을 통해 국내 대형병원에서 임상 1상 시험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 창업, 좌절하지 않고 도전

유진산 대표.
유진산 대표.
유진산 대표는  글로벌 신약기업 경험이 있는 박사와 병원 의사 등 3명의 연구진으로 회사를 설립한다. 하지만 2008년은 모두가 기억하듯 글로벌 경제위기로 너나없이 숨을 죽이던 시기. 그런 상황에서 창업을 했으니 이후 파멥신의 행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 그대로다.

투자를 약속했던 국내 투자자들이 줄줄이 투자를 포기하거나 미뤘다. 유 대표는 파멥신의 기술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그리고 설명에 설명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미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그의 설명마저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유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항체 신약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당시 바이오 벤처에 대한 이해가 조금만 더 깊었다면 신약 개발이 좀더 앞당겨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신약개발은 초기 자금이 많이 투입되고 개발 기간도 길어 어느 분야보다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실패했다고 벼랑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 확산도 요구되고요."

위기는 기회가 됐다. 절박함은 오히려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줬다. 그는 국내 투자자가 아닌 해외 투자자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마침내 행운이 찾아왔다.

◆절박함이 오히려 기회, 글로벌 투자자의 기술 인정

"우리 기술을 인정한 노바티스 관계자가 국제 컨퍼런스에서 만난 글로벌 투자기업 오비메드의 아시아 대표인 낸시 챙에게 파멥신을 소개했습니다. 그가 소개 메일을 보내라는 요청을 해왔고 그와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유 대표는 낸시 챙이 머물고 있던 대만까지 단숨에 날아갔다. 그리고 3시간에 이르는 발표와 낸시 챙의 날카로운 질문이 숨을 고를 여유도 없이 이어졌다.

마침내 글로벌 투자자인 낸시 챙이 파멥신의 기술을 인정하며 투자를 약속했다. 낸시 챙은 하버드대 출신으로 관절염 치료항체를 개발하고 천식 등 알러지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었던 신약개발 분야 거목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파멥신은 2009년 오비메드로부터 600만 달러(한화 72억원)를 투자 받았다. 낸시 챙은 현재 파멥신의 이사로 참여하며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기술력은 인정 받은 파멥신은 지난해 6월에는 서울시 글로벌 바이오메디컬 신성장동력투자펀드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노바티스벤처펀드, 동양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국내 제약 역사 120년만에 식품안전처 승인

연구만 하던 그가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유진산 대표는 기술력과 긍정적인 성실함을 꼽는다.

"현재 직원 20명중 18명이 연구개발 인력인데 실무진 대부분 지역 대학 출신들입니다. 직원을 선발하고 파멥신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가면 되지 않겠어요? 처음부터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런 긍정 마인드로 파멥신은 뇌종양 치료를 위한 신약을 개발하고 국내 제약 역사상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현재 서울의 대형병원과 임상1상을 10개월째 진행 중이다. 올해 가을께 임상 2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에 선정되며 임상 2상 진행을 위한 준비도 마무리한 상태다.

파멥신의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유 대표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1위 매출을 자랑하는 로슈의 항체치료제 아바스틴보다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각종 학회에서 발표자로 초대를 받아 우리 회사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고 미국 기업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 직원이 인류 역사에서 암이란 단어를 지우겠다는 같은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며 내부 구성원과의 기업 목표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창업 성공 비결은 경청과 글로벌 네트워크+마인드

창업을 창조경제 실현의 핵심으로 두고 있는 새정부의 의지와 시대적 흐름은 그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그는 창업이후 그간의 행보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하며 성공적인 창업 붐 조성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창업이 모두 대성공으로 연결될 수는 없겠지만, 성공한 선배들의 know-how, 경험, network 등이 후배들에게 전달 될 수 있는 장이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실리콘밸리나 샌디에이고 커넥 시스템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사업에 실패했다고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벼랑 끝으로 내모는 현실은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으로 그는 "창업 전,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생각을 경청하고, 글로벌 네트워트와 마인드를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또 "한국의 고객은 5000만명, 즉 내수시장은 규모가 작다. 무엇을 하던지 글로벌 무대를 염두에 두고 나가라"고 덧붙였다.

유진산 대표는 노바티스 프로젝트에서 36개의 경쟁기업을 물리치고 기술가능성을 인정 받으며 대상을 받았다. 당시 기념촬영 사진.
유진산 대표는 노바티스 프로젝트에서 36개의 경쟁기업을 물리치고 기술가능성을 인정 받으며 대상을 받았다. 당시 기념촬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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