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출협 정식 요청·민병주 의원 법안발의 등 움직임 가시화
과기계 특성 반영한 '운영·평가시스템' 개선 한목소리

# "고객친절도 조사가 기관평가 순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도의 모순을 알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예술의 전당, 강원랜드, 대학병원처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기관과 R&D 서비스를 실시하는 출연연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불합리함이 개선돼야 합니다."

# "출연연에서는 박사급 이상의 고급 인재를 유치해야 하는데 공공기관 학력 차별 금지 조항에 따라 신규직원 채용공고에 '대졸'로 나가고 있습니다. 현실을 왜곡하는 규정은 구직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석·박사 이상의 전문인력을 채용해야하는 출연연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공공기관 대졸초임 삭감 정책을 동일하게 적용했기 때문에 우수인재들이 대학교수와 기업연구소로 눈을 돌리는 형편입니다."

# "매년 감사시즌마다 기타공공기관 평가지표에 따라 출연연에도 매출액, 당기순손실 등을 요구합니다. 또 공공기관 전체 여름휴가도 같이 시행해야죠. 연구현장의 특성을 무시한 이런 천편일률적인 관리에 연구력은 물론 행정력도 낭비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는 지난 7일 미래창조과학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출연연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출연연의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청했다.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는 지난 7일 미래창조과학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출연연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출연연의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청했다.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 주목받고 있는 대덕과 출연연.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R&D 성과를 창출하고 국가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탑다운이 아닌 현장에서부터의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를 통해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PBS 등 평가시스템개선, 정년환원, 비정규직문제해결 등은 출연연 발전을 위해 풀어야할 케케묵은 과제의 근원을 찾아가다 보면 출연연의 '기타공공기관' 분류에 도달.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난다.

현재 출연연은 지난 2008년 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을 억제하고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 만든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강원랜드, 정동극장뿐 아니라 국립대 병원들과 한 덩어리로 묶여 있다. 이들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인사와 예산, 평가 등에서 여타 기관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등록된 정부공공기관 286개 중 기타 공공기관은 출연연을 포함해 총 176개다.

말 그대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제외한 다양한 성격의 기관들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이들은 규제도 많다. '신의 직장'이라는 비판에 2010년 공공부문 학력 규제가 폐지됐고, 대졸 초임도 삭감됐다. 예산 운용과 인력도 최소화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R&D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할 출연연에 동일하게 적용된  대졸 초임 삭감이나 학력 규제 폐지는 연구현장의 인력난을 더욱 심화 시켰다. 1998년 정년단축 후 안정적인 일자리도, 높은 연봉도 보장하지 못하는 출연연은 대학교수와 기업연구원에 밀린지 오래다.

출연연의 입장은 분명하다. 정부 예산을 받는 출연연에 예산 낭비와 과다한 인력 등에 대한 규제는 분명히 필요하다. 국가와 국민의 간섭도 터치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연구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객친절도, 수익성 등이 아닌 R&D 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운영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관 평가 역시 기존 양적 기준에 의한 줄 세우기식 평가에서 기관별, 연구별 업무 특성을 고려한 질적·절대 평가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출연연, 수익 창출하는 공공기관 이전에 연구기관…기관 특성 살려달라"

"출연연은 수익을 창출하는 공공기관이기 이전에 연구기관이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활동을 위해 출연연을 공공기관으로부터 지정 해지하고 '과학기술분야정부출연연법'에 의해 지원·육성해야 한다."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는 지난 7일 미래창조과학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출연연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출연연의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청했다.

강대임 과출협회장(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은 "정부의 시책 중 공공기관은 정부가 투자하거나 돈을 벌어들이는 기관인데 출연연은 돈을 버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예산을 받아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기타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지 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고 미래부가 적극 검토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출연연은 탁월한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세계적 연구기관과 경쟁하기 위해선 자율성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인 만큼 출연연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사의 전문성 및 책임과 권한을 확대할 예정이다.

과출협은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으로부터 지정 해지하기 위해 정부 및 국회와 적극 협의해 자율과 책임의 경영체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과기계의 이 같은 요청에 미래창조과학부도 일단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성광 미래선도연구실장은 "기타공공기관 제외 문제는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의 개정이 필수적인데 국회 및 재정부와 협의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오는 5월 말 국회 및 과출협과 공동포럼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월 R&D 예산 확대를 위해 정부 총지출예산의 5%이상을 정부 연구개발분야에 투자하도록 규정하는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데 이어, 지난 2월 5일에는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의 특수성을 고려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기타공공기관'의 분류에서 제외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연구기관 고유의 특수성을 고려해 인력운용의 자율성을 확보해 주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아닌 출연연법에 의한 평가로 장기적 발전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게 요지다.

민병주 의원은 "출연연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면서 지식창출이라는 출연연 본연의 활동을 수행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공공기관에서 제외해 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한다"고 밝혔다.

현재 법률안은 상임위에 올라가 계류 중으로 민 의원은 '과기중심 창조경제시대 출연연구기관 발전방향 토론회'와 출연연 현장방문 등을 통해 연구현장의 여론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민병주 의원은 4월 17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과학기술중심 창조경제시대 출연연구기관 발전방향'을 주제로 정책토론을 개최했다.
민병주 의원은 4월 17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과학기술중심 창조경제시대 출연연구기관 발전방향'을 주제로 정책토론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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